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칼 Sep 26. 2022

1층 골조 공사

착공 시작을 알리는 터파기 이후 공사 초반을 좌우하는 대공사는 골조 공사이다. 내가 짓고 있는 2층 단독주택은 최소 한 달, 대개 한 달 보름에서 두 달 정도는 골조 공사에 신경을 써야 했다. 골조 공사는 콘크리트 타설 이후 벽을 세우고 1, 2층과 지붕까지 뼈대를 만드는 작업인데 철근 콘크리트 구조는 습식 공법으로 철근을 감싸는 콘크리트가 굳어가면서 건물의 형틀을 만들어야 했다. 습식이라서 잘 굳는 것이 중요하고 봐야하기 때문에 목조 구조, 경량 철골 구조 등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때 전기, 통신, 가스 설비 공사도 진행이 되었다. 이런 골조 공사가 끝나면 크게 2단계라고 할 수 있는 단열 공사가 시작된다. 준공까지 가는 과정이 다 중요하겠으나 골조와 단열은 집이 완성되고 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 중의 기초이자 집의 근본이기에 매우 중요한 공사였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후 철근 배근 작업


골조 공사가 착수되고 진행되기에 담당하는 업자에게 입금을 해야 했다. 일단 모아놓은 돈이 여유가 있었기에 입금을 하는데 빠르게 소진되어갔다. 액수가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 숫자가 내가 알던 숫자의 감각이 아니었다. 진행되는 공정별로 중도금을 지출해야 해서 조만간 대출을 받아야 싶었다. 지출되는 대로 따로 문서 정리를 해서 어떤 공정으로 얼마의 돈이 누구에게 입금했는지 날짜까지 해서 정리를 해나갔다. 이 정리가 끝나는 날이 준공이 되는 날이었다. 아직은 밑에 채울 칸이 많이 있지만 그 빈칸을 메꿔가면 집은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콘크리트 타설로 집 바닥이 완성되고 철근을 심어 벽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집 주변으로 다듬어놓은 마당과 집 사이에는 되메우기를 해서 마당 정리를 해놓았다. 마당은 조경수 외에 잔디를 심을 예정이라서 마사토 2대 트럭을 주문해서 깔았다. 마사토를 깔아놓으면 물 빠짐이 좋아서 잔디 심고 관리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 주변으로는 물 빠짐 구멍도 설치해서 비가 많이 내려도 마당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했다. 요즘 기후 변화 때문인지 비가 수시로 내리기도 하고 내가 어릴 때 없었던 가을장마가 꽤 길어졌다. 본래 장마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이고 그다음 한 달의 무더위가 있는 다음에 광복절 이후 한 풀 꺾인 더위에 가을이 서서히 찾아오는 순이었는데 올해는 태풍도 그다지 오지 않았으면서 9월에 비 내리는 날이 굉장히 많았다. 다행히 그때는 착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다른 기분이 들지 않았지만 10월과 11월에 찾아오는 태풍과 비는 반갑지 않았다. 예년처럼 찾아오는 태풍이 올해는 제발 우리나라를 비껴가기만 바랄 뿐이었다.


10월 14일 퇴근하고 며칠 만에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콘크리트 타설하고 주말에 한 번 방문은 했지만 일하고 있는 현장을 가는 건 오랜만에 가는 듯했다. 그래 봤자 저번 주였지만 하루의 시간이 참 크게 느껴졌다. 미리 근처 슈퍼에서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음료를 사서 가득 봉지에 담고 공사 현장으로 갔다. 건축사사무소 설계사와 시공 대표 그리고 4명의 공사팀이 있었다. 어느 정도 형태가 드러난 집 구조에 대해 설계사의 설명이 있었다. 철근 배근으로 벽이라고 느낄 수 있는 구조물이 있었고 먹 긋기로 구획 구분이 되어 있기에 실제 집으로 들어가는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적인 구분이 갔다. 


1층 벽 철근 배근과 전선 인입 작업


현관문이 생길 자리로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계단이 놓일 공간이 있었다. 깨알같이 무인 택배함 자리는 철근 배근 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이때만 해도 결국 무인 택배함 자리를 메꿀 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현관에서 왼쪽으로는 1층 손님방 자리가 있었다. 더 들어가면 가족 욕실 공간이 있었고 주방이 나왔다. 주방에서 더 지나가면 다용도실이 있었다. 다용도실은 세탁기를 놓아야 해서 수도 시설을 설치했다. 그 옆으로 알파룸 같은 책방이 있었고 옆에 안방이 있었다. 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60cm가 넘는 장롱이 들어가느냐였는데 다행히 장롱은 들어가나 세로 폭이 생각보다 안 나와서 안방 문을 바깥으로 여는 여닫이 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안방 안에는 작은 화장실 구역이 있었다. 집의 중앙이 되는 거실은 윈도 시트가 창호 밑에 있어서 포치(1층 데크)로 나가는 데 한 번 디딜 수 있는 구조로 되었다. 포치로 나가면 마당이 있고 조경수 심을 자리가 보였다. 


마당은 어제 마사토를 깔고 조경수 자리와 잔디를 심을 자리의 경사면을 만들고 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도로 기준 왼쪽 집의 벽면 하부를 이루고 있던 바위들이 우리의 기초 터파기 작업 당시 드러나면서 바위 사이를 메꿔야 하는 작업이 추가로 생겼다. 그래서 콘크리트 마감으로 작업하는 추가 비용이 생겼다. 짓고 있는 우리 집 양 옆과 앞에는 이미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다들 우리 집보다 기초가 높아서 장마나 홍수가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설계할 때부터 고민이 있었는데 법적 기준 허용 범위 안에서 집을 지어야 하니 도로 경계석을 기준점으로 했을 때 8.9m 이상 넘지 않도록 설계해서 결국 이런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럴 우려가 없다고 하니 살면서 내년 여름을 겪어봐야 했다. 도로 기준 오른쪽 집은 우리와 높이가 비슷했는데 마당은 10cm 정도 단차가 있어서 흙이 흘러내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고 잔디를 심으면 되니 괜찮다고 했다. 외삼촌은 집 지을 때 건물이 높아야 한다고 했고 나도 그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이 이러니 타협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1층 거푸집 설치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하면 바로 1층 옹벽 쌓고 벽과 천장 타설하고 이후에 2층 벽과 천장 타설이 금방 되는 줄 알았는데 철근 작업한 곳에 전기 설비 공배관 작업을 해야 해서 전등 스위치, 콘센트 자리 등을 만들고 전선 이입하고 타설 하는 순서라서 그 자체가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시간 걸리는 것은 타설과 양생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작업이 있기에 시일이 걸리는 걸 이제 알게 되었다니 공부가 한참 모자랐다. 이런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날씨가 계속 좋아야 했다. 골조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가장 중요한 건 햇빛이었다. 다행히 요즘은 날씨가 계속 화창했다. 골조 공사가 끝나면 단열과 창호 공사가 이어진다고 했다.


이전 10화 콘크리트 타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