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여행의 기지개

by 오스칼

거의 3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시간대에서 유례없는 질병의 팬데믹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고 기약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장벽 없이 이동하던 전 세계가 방역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우게 되었고 여행은 언제 가능할지 기다림이 필요한 수많은 것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2022년이 되어서 침묵하고 있던 여행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스크는 쓰고 있어서 여행지에 도착한 순간 이국의 낯선 공기를 마음껏 맡을 수는 없어도 도착했을 때의 들뜨고 설렌 마음은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오랜만에 여행의 기지개를 켜기로 했다. 2020년 1월에 다녀왔던 미국과 캐나다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었는데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간 아이도 많이 커서 만 8살이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올 때만 하더라도 목마를 태우거나 안고 다닌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기에는 덩치도 크고 생각도 커진 아이가 되어 있었다. 진정으로 <아이와 세계를 걷다>라는 책 제목에 걸맞게 아이도 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매년 어디를 갈지 적어 놓은 여행 리스트가 있다. 인생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나와 아내는 생각했기에 일정 부분의 수입을 항상 저축하면서 여행 자금으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리스트에 맞게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코로나 19가 없었더라면 2020년에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온 이후에 2021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를 다녀오고 2022년에는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다녀오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여행들이 연달아 취소되면서 우리의 리스트도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23년 1월 여행에 대해 어디를 갈지 정해야만 했다.


인터넷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를 갈지 생각해 보았다. 미리 간 곳들은 표시를 해놓고 아직 안 가본 지역에 대해 생각하면서 우리가 일단 가고자 했던 스페인을 메인으로 두고 짜기로 했다. 유럽은 방역에 대해 제재가 풀리고 있는 상황이고 인프라가 잘 되어있어서 상대적으로 선택하기가 좋았다. 스페인은 남유럽이라서 겨울 여행 하기에 다소 어린아이도 괜찮게 여행할 수 있고, 음식도 지중해 식단으로 맛 좋은 식재료가 풍부하고 식문화도 마음에 들었기에 스페인은 꼭 가기로 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울지 불안한 감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스페인 일주로 계획을 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마드리드, 발렌시아 등을 거쳐 세비야가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까지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유럽에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져서 욕심이 점점 생겨났고 다른 국가까지 생각하게 되어서 지도를 보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계획했던 스페인에 더해 포르투갈을 덧붙이기로 했다. 스페인과 함께 15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인의 신항로 개척의 선구자이고 관련된 유적이 많아서 관심이 있었다. 스페인 물가도 저렴한 편이지만 포르투갈 물가 역시 저렴하고 대서양의 운치를 더해 소박한 풍경이 있기에 가기로 했다. 유럽 사람들이 말하길 스페인은 젊을 때 노는 곳이고 포르투갈은 은퇴 후 휴양하는 곳이라고 하듯이 이웃나라이지만 상반된 느낌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다음 국가를 어디로 할지가 고민되었다. 모로코를 가자니 일단 모로코 수도 라바트는 그다지 여행지로서 매력적이지 못하고 카사블랑카, 쉐프샤오엔, 페스 등으로 이동을 해야 하니 코로나 19 상황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유럽에 있는 다른 나라를 찾아봐서 추가한 나라가 스위스와 네덜란드였다.


스위스 같은 경우는 스페인과 접경하고 있으면서 예전 서유럽 여행을 할 때에 가보지 않았기에 이번에 가보면 좋을 듯했다. 건축, 도시, 문화 등 인공적이고 인문학적 요소를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그런 것도 좋아하지만 자연 풍광을 보는 것도 좋아하기에 아내를 위해서 방문하기로 했다. 다만 겨울철 여행이어서 케이블카나 트램을 타고 알프스 산맥을 올라가기가 쉽지 않아 보여서 기차 여행으로 그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우리는 비싼 물가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여행비가 더 많이 드니 체류할 비용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네덜란드는 다소 뜬금없는 여행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처음에 스페인으로 들어가고 네덜란드로 나오는 코스를 생각했기에 그 사이에 포르투갈과 스위스를 넣었다는 게 맞을 듯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과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시기가 있고, 유럽인의 시각에서 대항해 시대를 향유했던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였기에 관심이 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신항로 개척을 이끈 장본인으로 잘 알려졌지만 그 뒤를 이은 영국과 다르게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역시 신항로 개척부터 유럽을 휩쓸었던 제국주의를 내세운 나라로 볼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수리남과 브라질 동부 해안 등 남미 지역, 카리브 연안의 섬들, 동부 아프리카 지역 등을 식민지로 경영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룩셈부르크, 벨기에와 묶여서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곳들만 장기간 여행으로 머무르기에 나와 아내의 여행 지식이 충분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번에 네덜란드만 넣어서 가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베네치아와는 다른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보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를 잇는 여행지가 정해졌다. 우리의 여행에서 가장 많이 가면 4개 나라, 9개 도시가 최고였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정해졌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그라나다, 세비야를 갔다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지나 스위스의 제네바, 인터라켄, 취리히를 돌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끝내는 여행 루트였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떠났는데 현지에서 벨기에 브뤼셀을 다녀오게 되면서 최종적으로는 5개 나라, 10개 도시를 다녀오게 되었다. 오랜만에 바다를 건너 해외여행을 가게 되니 나와 아내는 물론 아이도 설레는 마음이었다. 어려서 여행에 대한 기억이 파편적으로 남아있고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여기 갔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설명해 주곤 했는데 조금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떠나게 되니 더욱 기대되는 마음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좌석 스크린을 보며 영화 보거나 게임하는 것이 기억에 났는지 그 이야기를 자주 했다. 아이 나름대로 노트에 스페인어를 적어가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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