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여행 준비

by 오스칼

여행 일정을 짜면서 여행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그와 별도로 우리가 방문하는 나라와 도시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여행을 하는 스타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하는 타입과 즉흥적으로 그날 갈 곳이나 머물 곳을 정하는 타입이 있는데 우리는 계획을 세워서 하는 타입이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MBTI로 본다면 J에 해당하는 스타일이었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때에도 세세하게 계획을 세워 여행하던 나는 100% 안되더라도 대비하면서 일정 부분 여유는 두지만 최소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워야 여행의 시작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 전후로 여행에 대한 작업을 하는 걸 중요시했다. 여행 가기 전에는 방문할 곳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고, 다녀온 후에는 2차 작업으로 글을 남기거나 사진과 영상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고 난 후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는 <아이와 세계를 걷다> 시리즈로 2차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 가기 전에 밑 공부가 필요했고, 실제 여행을 가서는 현지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그곳의 온기와 냄새, 에피소드를 기록해 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이런 작업은 우리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우리 가족에게 추억과도 같은 기억의 공간으로 여행이 자리 잡게 했다.


첫 방문지인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가우디의 건축으로 이미 완성된 바르셀로나는 여행지로서 매력이 스페인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도시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비롯한 카사 바트요, 구엘 공원 등 가우디의 건축이 잠자는 곳들이 즐비하고 식문화 또한 다채로운 곳이었다. 수도 마드리드와 대비되는 카탈루냐 지역의 맹주로서 끊임없이 독립 의사가 표현되는 곳이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황영조 선수의 우승이 각인된 곳이어서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도시였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딱 하나의 도시만 방문할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바르셀로나였다. 그다음 방문할 곳은 스페인 정치 중심인 마드리드였다. 절대왕정을 이끈 펠리페 2세 이후 400년이 넘는 시간을 수도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현재에도 왕궁을 비롯한 전근대 이후의 유적이 풍부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이 있어서 예술의 도시이기도 했다. 그리고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이슬람 유적인 알람브라 궁전으로 잘 알려진 그라나다를 갔다가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세비야를 가기로 했다. 세비야는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 탑으로 유명하고, 신항로 개척 시대의 마젤란이 출항했던 곳이기도 했다. 알람브라 궁전이나 히랄다 탑 등 이슬람 유적이 스페인에 많이 남아있는데 과거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Umayyad dynasty)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놓고 보았을 때 동쪽 끝 너머에서 등장한 이슬람 왕조의 지배를 유럽의 서쪽 끝에 있던 이베리아 반도 국가들이 받았다니 아이러니한 역사의 전개이기도 했다. 이슬람의 지배는 이후 가톨릭을 믿었던 유럽인들의 국토 회복 운동인 레콩키스타(Reconquista)로 인해 마침표를 찍게 된다.


두 번째 방문할 국가는 포르투갈이었다. 이베리아 반도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나라로 수많은 나라가 사라지고 통합된 이 안에서 굳건히 지키고, 신항로 개척 시대의 영광을 나눴던 국가이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대중적으로 축구가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의 샹송(Chanson), 이탈리아의 칸초네(Canzone)처럼 파두(Fado)라는 대표적인 대중가요 역시 유명하다. 한국인에게는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함께 방문하는 국가로서 이미지가 있는데 우리도 스페인을 가면서 경유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소설인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따라서 기차로 이동할까 했는데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기에 세비야에서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리스본은 신항로 개척 당시 유적이 많이 남아있고, 도시 트램이 명물로 유명했기에 경험해보고 싶었다. 리스본 외에 다른 도시를 이동하면서 다니기에는 시간이 한정적이어서 대학 도시로 유명한 코임브라, 역사가 깊은 경제 도시인 포르투 등이 있지만 포기하고 리스본만 갔다가 넘어가기로 했다. 포르투갈에서 다음으로 넘어갈 곳은 유럽의 지붕, 스위스였다.


스위스는 이번 여행의 방문지에 없었다가 네덜란드로 나오기로 했으니 그 사이에 넣은 느낌이 있었다. 일단 물가도 비싸고, 소소한 도시 여행에 알프스 풍경을 관망하는 정도였기에 끌리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자연 풍광을 보는 것을 나보다 좋아했기에 아내 취향에 맞추어서 스위스를 중간에 경유하기로 했다. 리스본에서 항공편으로 중부 유럽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제네바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정을 짰다. 세계의 수도가 뉴욕이라면 외교의 도시, 유럽의 수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기구가 즐비한 도시가 제네바였다. 중립국이자 서방 세계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스위스는 각종 회담 장소와 국제기구가 몰려있는데 그중 제네바는 많은 국제기구 본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위스는 작은 나라이지만 사용되는 언어가 4개로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가 있다. 그러기에 정식 국가명은 라틴어로 표기해서 'Confoederatio Helvetica'이다. 어쨌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도시권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스위스 전체에서는 취리히 다음가는 도시이다. 제네바에 들리는 김에 락 그룹 퀸의 녹음실이 있던 몽트뢰, 1924년 최초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몽블랑 산을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프랑스 샤모니를 갈까 했으나 여정이 있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제네바는 장 칼뱅의 종교개혁으로도 유명해서 최초의 교회가 된 생피에르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제네바를 거쳐서 그다음 알프스의 초입으로 잘 알려진 인터라켄을 갔다가 취리히를 가기로 했다. 취리히 가는 길은 두 가지인데 베른 경유와 루체른 경유였다. 우리는 알프스 산맥을 잘 조망할 수 있도록 베른은 포기하고 루체른을 지나서 가기로 했다. 베른은 유서 깊은 역사 도시지만 취리히를 방문할 예정이기에 포기했다.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 도시로서 여기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넘어가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이번 여행의 종착점이었다. 네덜란드를 일본에서는 옛날에 홀란드(Holland)라고 불렀는데 그게 홀란드 지역이 네덜란드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지역이라 홀란드 출신 상인들이 일본으로 교역하러 왔을 때 이 출신이라고 하니 이름이 굳어지게 되었다. H가 묵음 처리되어 오란다라고 발음했는데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옛날 과자 중 하나인 오란다가 이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네덜란드 역시 신항로 개척 이후 교역의 시대에 흥했던 해양 국가로 나름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었다. 이는 유럽의 여러 왕조의 역사가 뒤섞였기 때문인데 신성로마제국의 상속자였던 펠리페 2세가 카를 5세에게 네덜란드를 받은 이후 스페인으로부터 네덜란드는 독립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벨기에를 두고 따로 독립하게 된다. 우리가 방문할 지역은 북부 유럽에서 알아주는 운하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이었다. 반원형 모양으로 운하가 둘러싸고 있는 구시가지에는 수많은 문화 유적, 박물관, 왕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을 갈 생각이 없었던 우리에게 이번 방문은 암스테르담과 네덜란드를 느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었다. 이곳에는 반 고흐와 렘브란트라는 걸출한 화가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기에 기대가 되었다.


이렇게 4개 국가, 9개 도시를 관통하는 여행은 아이가 아이다운 모습을 띄고 있는 지금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3년간 여행 길이 묶여있었는데 아쉽지만 이제라도 열려서 감사했다. 여행 루트가 정해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숙소 예약과 교통편 예약을 시작했다. 먼저 한국에서 가는 바르셀로나 항공편과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리고 도시 간 일정에 맞추어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교통편으로 정했다. 대략 3~4달 전부터 예약에 들어갔는데 아직 일자가 안 나온 곳도 있었다. 숙소 예약은 호텔과 현지 숙박을 병행하기로 했다. 장기간 여행을 다니면 세탁과 한국 음식이 간절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때에는 현지 숙박이 유용했다. 그리고 호텔보다는 현지 숙박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그건 현지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할 수 있어서 도시 안에 스며든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비스 물가가 비싼 곳에서는 현지 숙박이 다소 저렴했다. 호텔은 깔끔하고 편리해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다. 겨울은 여름보다 비성수기여서 숙박 예약이 수월한데 스위스 같은 경우는 우리가 알아볼 때 스키 등 겨울 스포츠 때문인지 숙박 예약이 많이 찬 경우여서 당황하기도 했다. 예약과 여행 가는 곳에 대한 공부를 병행하며 3년 만의 출국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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