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TIN TIN)의 고향

2023년 1월 21일(토)(16일째)-브뤼셀 당일치기

by 오스칼

암스테르담과 오늘 방문하는 브뤼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12시가 지나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6시의 알람소리에 깼다. 새벽에도 혹시 못 일어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뒤척이다가 잠들었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어두컴컴한 거리로 나와서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갔다. 리스본 여행 중에 결정된 브뤼셀 당일치기 여행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날씨가 괜찮아서 다니기에 불편한 건 없어 보였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 아내와 아이


이른 아침 중앙역은 한산했지만 우리가 기차를 타는 15a플랫폼에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브뤼셀까지 고속철을 타고 가는데 프랑스 파리까지 가는 고속철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고속철은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 갈 때 이용한 것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배낭여행객들이 있어서 다소 시끌벅적했고 환하게 불 켜진 채로 가서 좀처럼 다시 잠들기도 어렵고 피곤이 풀리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쉬려고 했다. 그러다가 2시간이 갔고 우리는 벨기에 왕국의 수도 브뤼셀에 도착했다.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로 정치, 행정, 문화, 경제가 집약된 도시이다. 그리고 유럽연합 의회가 있는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는 도시이기도 했다. 아이에겐 땡땡의 고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이었다.


땡땡의 모험 시리즈는 총 24권으로 있는 모험 만화책으로 벨기에의 국민 만화가라 할 수 있는 에르제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1929년에 발간되어 지금까지 2억 7천 만부 이상이 팔린 만화책이다. 소년 모험 만화로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아이에게 예전에 선물했는데 그걸 재미있게 읽고 땡땡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제국주의 시절에 첫 등장해서 그런지 인종차별, 식민지배 등에 대해 무지한 감각을 보이고 에르제 본인도 초기작품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는데 이후 작품들은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아서 꽤나 손에 잡히는 만화가 되었다.


우리도 땡땡과 함께 모험


역 로비로 나오니 땡땡 벽화가 있어서 과연 땡땡의 고향 같은 분위기를 가져다주었고 아이도 정말 좋아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이른 아침이라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역 근처에 있는 모로코 카페에 갔다. 모로코 아저씨들의 사랑방인 듯 이미 여러 명의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조식 메뉴와 함께 민트 티, 카페 오레 등을 시켰는데 친절한 응대에 감사했다. 특히 민트 티가 너무 맛있어서 민트 티에 대해 사랑에 빠질 정도였다. 식사를 한 후 계산하고 나서 사장님에게 같이 사진 찍고 싶다 해서 사진을 찍었다.


따뜻했던 아침 식사


친절한 사장님과 한 컷


나와서 벨기에 브뤼셀 하면 떠오르는 명소인 오줌 싸는 소년 동상을 보러 갔다. 이미 사람들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알고는 있었지만 명성에 비해 역시 작디작은 크기에서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여행의 순간이 다 경험이니까 방문 기념으로 볼 가치는 있는 듯했다. 길드 조합에서 나왔는지 전통 복식을 한 사람들이 모여 행사를 하고 있었다. 오줌싸개 동상도 그에 맞게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색다른 풍경이었다. 동상에서 그랑 플라스 가는 거리에는 와플, 초콜릿,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미리 검색해 찾아 놓은 땡땡의 그림 벽화가 있어서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브뤼셀의 상징같은 오줌 싸는 소년 동상


땡땡 벽화를 배경으로 점프샷


마음에 들었던 횡단보도


가는 길에 있던 작은 횡단보도가 무지개로 그려져 있어서 자유로운 이곳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랑 플라스 초입에 플랑드르 군대를 물리쳤던 영웅 에베라르트 세베클래스 동상이 있는데 그의 팔을 만지면 행운이 있다는 설이 있어서 팔 주위가 반들반들했다. 거리를 나오니 완전히 딴 세상이 펼쳐졌다. 많은 유럽의 도시 광장을 가봤지만 가장 화려한 모습을 뽐내는 곳이었다. 유럽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보다는 면적에서 작을지 몰라도 황금색으로 물든 광장 건물들이 주는 감동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브뤼셀을 방문한 전 세계 관광객, 여행객이 다 여기에 온 듯 많은 이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흔드는 국기는 각양각색이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각기 달랐다. 아이는 땡땡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지 별 감흥이 없어 보여서 조금 보다가 근처에 있는 땡땡 기념품 가게에 데리고 갔다.


행운을 바라며


그랑 플라스에서 아내와 아이


브뤼셀에 온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곳이었다. 눈을 손으로 가리고 땡땡 기념품 가게 문 앞으로 데리고 가니 연신 놀라며 정말 좋아해 했다. 나와 아내도 같이 보면서 아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연신 조잘대면서 피규어, 책, 그림엽서, 옷, 그릇 등 각종 굿즈에 눈을 떼지 못했다. 전시장처럼 크지는 않아도 기념품 가게로 잘 꾸며놔서 볼만했다. 이번 여행 기념으로 선물을 해준다고 했으니 골라보라고 했다. 한참 보다가 다른 만화 가게를 들리고 난 다음 골라보겠다고 했다. 처에 오줌 싸는 소녀 동상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갔다. 골목 끝에 몇 명이 있길래 여긴가 싶었는데 정말 골목 끝 벽에 있었다. 소년상은 많이 봐서 그런가 위화감이 들지 않았지만 소녀상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어서 낯선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인지도가 낮은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드디어 땡땡과의 만남


골목 끝에 있는 오줌 싸는 소녀 동상


다른 큰 규모의 만화 가게를 갔다가 점심때가 되어 아내가 찾아놓은 벨기에 요리 식당을 찾아갔다. 홍합탕, 등갈비 구이, 크림 버섯 닭가슴살, 콜라 라이트, 카페 오레, 착즙 레몬 주스 등을 주문했다. 요리가 조리되는 시간이 조금 긴지 천천히 나왔다. 다른 테이블도 다 그런 거 보니 조리시간이 있는 듯했다. 음식은 하나같이 입에 맞아서 괜찮았다. 레몬 주스는 착즙 그대로에 물을 타먹는 거여서 아이가 많이 시다고 했다. 옆 테이블에 혼자 식사하는 할아버지가 소시지에 감자와 당근 으깬 것을 드시길래 맛있어 보여서 이것도 추가로 주문해 먹었다. 많이 시켰지만 다 먹어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당 주인 할머니는 중간에 와서는 식사는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서양에서 식사할 때 이렇게 주인이나 웨이터가 요리에 대해서 물어보는 문화가 생소하긴 했으나 좋아 보였다.


벨기에 요리 탐방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이어서 벨기에 만화 센터에 갔다. 생각보다 큰 규모로 만화 전시를 해놔서 유럽 만화, 벨기에 만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잘 모르는 것들도 많았지만 스머프, 땡땡, 아스테릭스 등 아는 것들은 반가웠다. 원래 유럽연합 의회와 경제 사회 위원회 건물까지 가보려 했으나 날이 쌀쌀해서 브뤼셀 공원을 지나 브뤼셀 왕궁까지 가기로 했다. 공원은 큰 규모가 아니라서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다. 왕궁은 여름에 개방하고 지금은 휴관이어서 내부를 보진 못했다. 왕궁을 지나서 그랑 플라스로 가는 언덕 광장은 전경이 아름다워서 탁 트인 시내 전망을 보여주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장을 지나 다시 땡땡 기념품 가게로 왔다. 아이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점원에게 말해서 본인이 원했던 자동차 프라모델을 샀다. 땡땡의 모험에 등장하는 자동차로 만화의 한 부분을 그대로 만들어서 밀루, 땡땡, 아독 선장이 차에 타고 있었다.


만화 박물관에서 아이


브뤼셀 공원에서 아내와 아이


브뤼셀 왕궁 앞에서 아이와 나


의기양양하게 쇼핑백을 든 아이 손을 잡고 잠시 쉬기 위해 카페를 찾다가 와플 가게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오리엔탈 카페에 들어왔는데 모로코 카페였다. 카페 오레를 마시고 민트 티를 주문해 향긋하면서 상쾌하고 달콤한 맛을 즐겼다. 한참을 쉬다가 어둑해진 거리로 나와서 밤의 그랑 팔라스의 한복판에 서보았다. 황금 불빛이 아른거리는 광장의 모습도 낮 못지않게 멋졌다. 초콜릿 가게가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초콜릿 맛도 좋았다. 아내와 아이가 와플을 꼭 먹고 싶어 해서 오줌싸개 동상 거리에 있는 와플 가게에서 바나나와 초코 시럽을 뿌린 와플을 사서 먹었다. 갓 구운 와플이라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먹어보니 고소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있었는데 밤중까지 이곳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아침에 봤던 동상의 소년은 여전히 오줌을 싸고 있었다.


밤의 그랑 팔라스


저녁 식사는 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해산물 튀김 식당으로 갔다. 진열되어 있는 해산물을 우리가 직접 고르고 무게를 달아 계산하는 시스템이었다. 오징어, 새우, 연어, 대구 등을 사서 튀김 정식으로 먹었다. 금방 튀겨서 세팅해 주는 것이 뜨끈하고 고소한 맛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본연의 맛이 살아 있기에 브뤼셀의 마지막 식사로 좋은 선택이었다. 브뤼셀 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다시 우리가 잠을 청할 암스테르담으로 왔다. 밤 11시가 돼서야 호텔 방으로 돌아와 마음 놓고 쉬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느낌이었다. 길었던 벨기에 브뤼셀의 하루가 끝났다. 이제 내일 밤이면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나라, 나의 도시로 간다.


가성비 최고 해산물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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