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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Jan 25. 2024

걸어서 동유럽 속으로

어느덧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와 함께 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방학을 이용하기에 겨울은 우리에게 여행의 계절이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이번 여행 리스트를 확인해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리스트를 만들어 놓은 우리 가족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동유럽이었다. 유럽 여행은 이번이 번째라고 볼 수 있는데 첫 장거리 여행이라 할 수 있는 튀르키예, 그리스를 시작으로 그간 번을 다녀갔다. 그동안 갔던 유럽 지역은 그리스를 비롯해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로서 우리의 발자취를 남겼다. 서유럽과 남유럽에 이어서 이번에 가는 동유럽은 다른 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곳이라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예술이 빠지지 않는 곳인데 그간 갔던 유럽 도시들은 미술을 주제로 해서 많이 봤다면 이번엔 음악의 도시 유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히 빈은 클래식 음악의 수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어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파리만큼이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잘츠부르크, 바흐의 아이제나흐처럼 소도시 음악 기행을 통해 음악가의 자취를 느껴보는 것도 설레었다.  


유럽에서는 중부유럽이라 볼 수 있지만 우리가 간편하게 나눌 때에는 동유럽이라 보는 지역을 주제로 잡고 정한 국가의 첫 번째 방문지는 독일이었다. 중부 유럽에 위치해 있지만 동유럽 국가들로 가는 관문 같은 곳이어서 가장 먼저 들리게 되다. 두 번째는 체코로 프라하의 중세 거리가 기대되었다. 세 번째는 모차르트를 비롯해 수많은 음악가를 낳은 클래식의 나라 오스트리아였다. 네 번째는 체코와 벨벳 이별을 한 슬로바키아였다. 마지막은 아름다운 수도 부다페스트를 갖고 있는 헝가리였다.


독일(Germany)의 정식 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으로 영국,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을 이끄는 나라이자 선진국이며 경제대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이가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라인강 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지금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을 이끄는 양강 국가로 볼 수 있다. 현대사의 비극인 세계 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킨 나라이자, 유대인 학살을 저지른 나치가 있던 나라로서, 화해와 용서를 빈 국가로서 역사는 기억한다. 그리고 서독과 동독으로 나라가 분단되었고, 지금은 무너진 베를린 장벽도 그때 생겼다. 서독의 급속한 경제 성장 이후 1990년 독일은 다시 통일을 이루었고 현재 국가가 되었다. 나에겐 그런 역사도 기대되었지만 음악가 바흐의 모습을 찾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음식으로는 맥주와 소시지가 무척 유명해서 아내와 아이의 기대가 컸다. 세계 최강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독일 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가 있어서 축구를 좋아한다면 축구 경기를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가족은 축구 경기 관람에 그리 관심이 없어서 아마 경기장을 찾지 않을 듯했다.


체코(Czech Republic)만큼 국가보다 수도 이름이 유명한 곳이 있을까 싶은데 독일 옆에 있는 작은 내륙 국가로 단단한 만큼 그 역사도 매우 길었다. 국명인 체코는 고대 체코어 단어인 체호베(Čechové)에서 나왔으며 보헤미아를 체코 사람들은 체히(Čechy)라고 불렀다. 이곳 출신 음악가라면 단연 구스타프 말러이지만 그는 거의 대부분을 빈에서 자라서 오스트리아 사람으로 인식한 듯했다. EU 국가지만 유로 대신 자국 화폐인 코루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 환전하거나 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곳도 필스너 우르켈, 코젤 등 맥주가 유명해서 이번 여행은 남유럽의 와인 여행과 비교해서 맥주 여행이 될 듯했다.


오스트리아(Austria)는 스위스 옆에 있는 작은 국가로 생각되지만 합스부르크 왕조가 호령했던 옛날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프랑스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제2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스위스처럼 중립국이 되어 외교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는 빈으로 파리 못지않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예술의 도시로 드높았다. 파리로 수많은 근대 미술가들이 모여들었고, 로마와 피렌체로 중세 미술가들이 모여든 것처럼 빈은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프란츠 슈베르트, 프란츠 리스트 등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모여든 음악의 수도였다. 그리고 나치 독일의 참상을 시작한 아돌프 히틀러의 조국이기도 했다. 사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으로 갈라지긴 했지만 중세 시대 이후 신성 로마 제국으로 묶여 있었고 나치 독일에서는 1938년 합병을 통해 하나의 국가로 여겨지기도 했다.  


슬로바키아(Slovakia)는 중부 유럽에 위치한 국가이지만 동유럽으로 인식되는데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로서 우리에겐 주변 국가보다는 아직 낯선 국가였다. 헝가리를 사이에 두고 낀 슬로베니아와 많이 헷갈리는 나라인데 아무래도 두 나라가 이름도 비슷하고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인 듯했다. 이번에 방문하는 체코, 헝가리와 더불어 예전 공산권 국가이기도 했다. 본래 방문할 생각이 없었는데 수도인 브라티슬라바가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매우 가깝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어서 방문하고자 했다. 이름이 덜 알려져서 그렇지 빈부격차가 적으며 삶의 질이 꽤 높고 국가신용등급도 높으며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였다.  


헝가리(Hungary)의 영어 지명은 훈족이 살았던 곳이라는 훈가리아에서 왔다는 설이 있지만, 실제 어원은 마자르인과 밀접하게 교류한 튀르크계 오노구르인에서 왔다고 하는데 자국에서는 마자르오르사그(Magyarország)라고 불렀다. 이는 마자르족의 나라라는 뜻이었다. 마자르족은 우랄 산맥 남쪽에 살다가 서쪽으로 이주한 민족인데 1293년 헝가리 왕실의 역사책 '게스타 훙가로룸'에 의하면 훈족과 같은 조상이라고 적혀있다. 사실 훈족은 흉노족 계열인데 당시 마자르족의 위치가 훈족의 영향을 받았으니 교류가 있을 거라 보였다. 헝가리 왕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거치며 유럽을 나름 호령한 국가였지만 제1차 세계 대전 패배 이후 국가가 해체당하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공산화되면서 나라가 전반적으로 발전이 더디었지만 지금은 헝가리만의 자원을 내세우면서 발전하고 있다. 특이하게 우리나라에는 헝가리 국립 의대 졸업 후 한국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해서 의대 유학으로 나름 인지도가 있기도 했다. 음악가로서는 피아노의 신으로 추앙받는 프란츠 리스트가 있고, 그가 쓴 헝가리 광시곡이라는 피아노 곡이 유명했다.


여행할 국가를 정하고, 숙소와 교통을 알아보고 예약하며, 여행할 곳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아침에 창문을 바라보면 하얀 김이 서린 날이 왔다. 그다지 겨울 같지 않은 겨울 속에서 한파가 잠시 찾아왔다가 이내 여느 겨울 날씨 속에서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숙박, 교통 등 주요한 예약을 다 끝내고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오스트리아 빈의 숙소를 잘못 예약한 것을 알았다. 우리가 내리는 역은 빈 중앙역인데 서(西)역으로 알고 그쪽에 숙소를 예약을 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예약한 독일 베를린에서 체코 프라하로 오는 기차가 환승이 없었는데 갑자기 환승이 생겨서 시간대가 다소 늦게 변경되었다. 그래서 체코 철도청에서 예약한 그 기차표를 취소하고 독일 철도청으로 다시 예약을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여행 일주일을 남겨놓고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나와 아내, 아이 모두 감기 걸리지 않고 아프지 않게 건강에 신경 써야 했다. 여행이란 시간과 돈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를 넘어갈 때 오로지 기차로만 다니는 여행으로 계획했다. 우리나라에서 독일로 입국할 때와 헝가리에서 출국할 때 빼고는 온 도시를 여행할 때 기차로 다니게 되었다. 우리가 가는 국가는 총 5개국으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였다. 도시는 프랑크푸르트, 뉘른베르크, 라이프치히, 아이제나흐, 베를린, 포츠담, 프라하, 빈, 잘츠부르크, 브라티슬라바, 부다페스트 총 11개 도시를 다니기로 계획했다가 브란덴부르크 1개를 추가해 총 12개 도시를 다녔다. 도시 간 이동은 독일 철도파업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한 하루만 제외하고는 기차로만 해서 나름 이색적이었다. 국가 간 이동을 기차로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게 유럽의 특색을 보여주는 듯했다. 교통 때문에 우리 숙소는 대부분 역 근처로 잡아서 접근성을 편리하게 했다. 그리고 역이 있는 곳이 대부분 시내 중심지, 번화가여서 동선을 짜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새해가 밝아오고 이제 여행 시계가 출발을 가리키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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