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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Jan 26. 2024

평화를 이룬 독일의 심장

2024년 1월 9일(화)(6일째)-라이프치히에서 베를린

어제 여행 중 처음으로 금주를 한 덕분인지 푹 자고 아침 7시 전에 일어났다. 여유 있게 짐을 싸고 철학과 음악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자유와 해방의 도시 베를린으로 갈 채비를 마쳤다.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나오니 시원한 아침 공기가 폐에 가득 찼다. 좋았던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아쉽기는 했다. 호텔이 바로 역 옆이어서 도로만 건너면 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주문을 하는데 독일어를 할 줄 몰라서 띄엄띄엄 읽으며 소시지 빵 3개와 닭다리 튀김을 주문했다. 먹고 나서 아이는 별 5개에 5개를 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고 했다. 소시지와 닭튀김이 있고 채소 하나 없는 식단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케첩의 토마토, 빵의 밀이 있기 때문에 채소가 있었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라이프치히를 떠나기 전
이것은 독일


기차를 타기 전 카페에 들러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철도 파업으로 포츠담 가는 문제를 아내와 의논했다. 아이는 지루한 채로 있다가 탑승 시간이 되어 가자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여유롭게 기차를 타고 가는데 바깥 풍경 중 어떤 강을 지나가길래 지도를 찾아보니 엘베강이었다. 아내는 호프집 엘베강을 떠올리며 재미있어했다. 독일 남부 뮌헨에서 북부 함부르크까지 가는 ICE를 타서 우리는 한 시간 후 베를린 중앙역에 내렸다.


사방이 뚫린 베를린역
베를린 도착


중앙역은 지상과 지하가 다 보일 수 있게 만들어진 역으로 라이프치히 역보다 커 보였다. 베를린(Berlin)독일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로 런던, 파리와 더불어 유럽의 대도시를 형성하는 곳이었다. 베를린의 정식 명칭은 베를린주여서 우리나라 서울특별시와 비슷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베를린이라는 지명은 옛 슬라브 계열 민족의 언어로 물기가 많은 땅을 가리키는 'Berlin'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새끼곰을 뜻한다고 알려져 도시 문장에는 새끼곰이 들어가 있고 우리도 흔히 떠올리면 곰을 연상했다. 역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 2대를 붙인듯한 길이로 운전하는데 대단해 보였다.


베를린 숙소는 호텔이 아니라 직접 우리가 밥 해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현지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짐을 풀고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놓고 나왔다, 우리가 베를린에서 주로 방문할 곳들은 나치 독일 관련한 장소들인데 그 첫 번째는 홀로코스트 타워였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가니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타워는 폴란드계 유대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건축물로, 2005년 5월 12일 완공되었다. 이 타워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된 유럽의 유대인 600만 명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타워는 높이 24m의 텅 빈 콘크리트 구조물로, 외관은 지그재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타워의 내부는 좁고 어두운 공간으로, 천장의 작은 틈새로만 빛이 들어왔다. 이 공간은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의 절망과 공포를 연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평화 기행의 시작


바로 옆에 있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Jüdisches Museum Berlin)은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박물관으로 베를린 장벽이 있는 곳에 세워졌으며 2001년 개관했다. 독일 내 유대인의 기나긴 역사와 함께 설치 미술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스라엘 예술가 카디쉬만이 공간 바닥에 제작한 10,000개의 강철 얼굴을 깔아놓아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였다. 전시는 유대인들이 유럽에 퍼져 살게 된 때부터 유럽인들과 어울려 살고, 나치 독일 치하 당시 학살당하고 이후 현재까지의 삶을 기록과 유물을 통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아이는 관심 있게 보며 오히려 나에게 빨리 전시를 본다고 뭐라고 할 정도였다.


유심히 살펴 본 유대인 박물관


박물관을 나와서 체크포인트 찰리로 걸어갔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도 이미 단련된 우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가는 길에 유명한 베를린 신호등 암펠만이 깜빡여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암펠만(Ampelmann)은 신호등(Ampel)과 사람(Mann)이 합쳐진 단어로 중절모를 쓴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1961년 동독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통일 이후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나서 베를린의 상징이 되었다. 걸어서 간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는 독일의 분단 시대인 냉전 시기 베를린 장벽의 검문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을 연합군이 지칭했던 지명이었다. 공식 지명은 프리드리히-짐머 거리 국경 검문소이며 찰리는 NATO의 음성 기호 문자에서 따왔다. 베를린 장벽은 동독 사람들이 서베를린으로 가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건데, 그 검문소는 냉전과 분단의 상징으로 유명했으며 1961년 베를린 위기 당시 미국과 소련의 장갑차 대치가 벌어진 곳이기도 했다. 오늘날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분단 시절을 상기시키는 장소가 되었다.


신호등 사람 암펠만
체크포인트 찰리 도착
검문소에서 3인 3색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는 베를린 스토리 벙커(Berlin Story Bunker)였는데 예전 벙커 그대로 보존한 곳은 아니었다. 이곳 말고 실제로 히틀러가 자살하기까지 있던 벙커인 퓌러벙커(Führerbunker)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데 퓌러벙커 자체가 독일의 패망 이후 소련과 동독에 의해 파괴되고 매립되어 흔적을 알아볼 수 없어서 이 벙커가 그 당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 벙커


퓌러는 우리말로 총통, 대개 히틀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퓌러벙커는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국가수상부 구청사 옆에 있으며, 약 8.2m 깊이의 지하에 있다. 약 4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정문과 정원으로 통하는 비상구가 있다. 1차 건축이 1936년에 끝났고, 1943년까지 2차 건축이 이어졌는데 1945년 4월 30일, 히틀러가 그 전날에 결혼하여 부인이 된 에바 브라운과 함께 벙커 내부에서 본인은 권총으로 자살, 에바 브라운은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 장소로 매우 유명했다. 그리고 나치 독일의 선전 대명사이자 2대 국가수상이었던 괴벨스 부부가 자신들의 아이 6명을 타살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주차장처럼 변한 퓌러벙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독일이 히틀러의 직접적인 생애가 담긴 유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고 네오나치의 발호를 경계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스토리 벙커를 통해서 그 시대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저렴하고 종류 많은 독일 마트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과를 마치고 우리는 독일 마지막 도시 입성을 자축하기 위한 파티를 열기 위해 마트로 갔다. 우리나라와 구성이 비슷하면서 다른 이곳에서 샐러드, 토마토, 포도, 블루베리, 소고기 등심, 닭다리, 연어, 버섯, 빵, 소시지, 와인, 샴페인, 맥주, 주스, 레모네이드, 파스타면, 달걀, 냉동 피자, 각종 양념 등을 두둑이 샀다. 엄청 사서 큰 마트 가방에도 다 넣지를 못했다. 다음 여행에는 마트 장바구니를 하나 챙겨 와야 할 듯싶었다. 일단 숙소로 돌아와 정리를 하고 다시 다른 마트로 가서 우유, 물, 라면 등을 사 왔다. 정말 많이 샀는데 다해서 109유로 정도가 나왔다. 우리나라였다면 30만 원은 족히 될 양이었다. 숙소 냉장고에 가득 채우니 꼭 이곳에 사는 기분이 들었다.


다 해서 15만 원
나름 현지 식단


샤워를 하고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갔는데 그때서야 프라이팬을 가져오지 않은 게 생각났다. 작년 여름에 여행 갈 때마다 쓰려고 산 프라이팬이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법이니 일단 하나 있는 여기 프라이팬으로 연어와 소고기 등심 스테이크를 구웠다. 냄비에는 풍기 오일 파스타를 하고 다른 냄비는 소시지를 삶았다. 소금, 마늘, 고추, 후추, 오일만 있으면 만사형통이었다. 그렇게 한 상 차려내고 나와 아내는 샴페인으로, 아이는 오렌지 주스로 독일의 마지막 도시 여행을 자축했다. 이렇게 여행 다닐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함을 느꼈다. 좋은 음식들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8시간 떨어진 이곳에서 보내는 순간이 다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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