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둘째 날 아침은 푹 자서 상쾌한 우리와는 다르게 다소 쌀쌀하고 흐려 보였다. 조식 신청을 안 하고 현지에서 사 먹기로 했기에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일요일 아침의 홍콩 풍경은 우리와는 다르게 거리에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식당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호텔 앞에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어서 갔는데 넓은 홀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먼저 메뉴 선택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먹고 떠난 자리를 잡았는데 셀프로 많이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종업원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먹고는 그대로 남은 그릇이나 음식물을 테이블에 두고 자리를 떠났다. 적잖이 그 모습이 당황스러웠지만 우리 옆에 있는 홍콩 사람 무리 중에 다행히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와서 치워줄 거라고 다소 서툴지만 또박또박하면서 친절한 말투로 말해주었다. 나 혼자만 여행 온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 친척들도 함께 온 여행이라 긴장하면서 다니는데 이러한 작은 친절은 그런 긴장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니 이내 음식이 왔다. 아이를 앉힐 공간이 없어서 내가 팔에 안고 한 손으로 식사를 해야 했던 불편함은 있었지만 식사하기에는 충분했다.
한 손으로 식사하기
다 함께 식사를 한 후 오전에는 리펄스베이로 가기로 했기에 MTR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센트럴 역(中環, Central Station)으로 이동해서 센트럴 익스체인지 스퀘어 지하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텐리행 버스에 탑승했다.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는 리펄스베이에 도착했다. 리펄스베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해변이지만 지금은 완연한 자연 해변처럼 쭉 늘어진 백사장에으로 반사되는 햇빛으로 인해 영롱하게 비치는 바다를 만끽하기 좋았다. 천천히 걸으며 일요일 오전의 여유를 즐겼다. 그곳에서 점심식사까지 한 후에 다시 센트럴 역으로 돌아왔다. 역에서 육교를 타고 올라오면 IFC몰이 있는데 아직은 살 수 없기에 눈으로 쇼핑을 실컷 했다. 그리고 홍콩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갔다. 홍콩 하면 연상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 에스컬레이터였다. 별거 없이 보이는 거지만 금성무와 양조위가 나왔던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청킹맨션과 더불어 나에게는 꼭 와보고 싶은 장소였다. 이 근처는 소호거리도 있어서 홍콩의 중심부를 간단히 도보로 다닐 수 있었다. 지금보다 다소 어렸던 때에 보았던 홍콩 영화들에 등장한 장소들을 와보는 것은 팬으로서 무척 설레는 일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장소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니는 장소겠지만 그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그 장면이 상상되고 오버랩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홍콩이라는 도시는 나에게 매력적인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