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심이 깃든 메테오라 수도원들

2018년 1월 15일(9일째)-칼람바카, 메테오라

by 오스칼

어제 일 때문인지 다들 다소 졸린 눈으로 식당으로 내려가 그리스 스타일 조식을 먹었다. 주인 할머니께서 정성스럽게 빵, 햄, 치즈, 버터, 잼, 토마토, 과일, 커피를 차려주셔서 다들 배불리 아침을 먹고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저녁에 다시 아테네로 돌아가기 때문에 방에 올라가서는 짐 정리를 했다. 오늘 많은 풍경을 눈에 담고 아테네로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 아침 9시에 약속을 잡았기에 시간에 맞춰 나가니 이미 택시 기사님은 호텔 앞에서 주차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택시 기사님에게 생수를 드리니 고맙다고 받으셨는데 이미 옆에는 2~3병이 있었다. 기사님의 이름은 토마스였는데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쭉 자랐다고 했다. 소위 뼛속까지 이곳 사람인 기사님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코스로 데려다주신다고 하면서 오늘 안내자를 자처했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서 사진도 찍고 아직까지 수도사들이 머문다는 수도원을 걸어서도 가보았다. 절벽에 굴을 파서 방을 만들고 창문을 내고 지붕을 연결한 모습에 종교적인 경외감까지 들었다. 다행히 다소 흐리긴 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다니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지나가면서 초등학교가 보였는데 본인이 여기 졸업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집 지붕이 주황색이라서 동유럽 느낌이 물씬 풍겼는데 관광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어디든 가다가 마음 내키면 사진 찍고 그랬다. 여름이나 성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배경을 찍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다 나오는데 오늘 같은 날은 거의 보이지 않아 멋진 배경을 마음껏 담을 수 있었다.


스트라키 마을을 배경으로 한 컷

6개의 메테오라 수도원 중에서 총 3개의 수도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특이하게 바지를 입고 있어도 여성들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치마를 입어야 해서 아내와 어머니는 치마를 빌려 수도원 안을 다녔다. 그중 첫 번째가 성 니콜라스 아나파우사스 수도원이었다. 개 중에는 아담한 시설이었지만 그래도 좁은 공간에 머무는 공간 외에 기도실, 도서관 등이 구비된 곳이다. 15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산 위에 자리 잡은 수도원이 등장했다. 어제 수녀원은 택시로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었는데 비해 이 수도원은 올라가야 하는 것이 있어서 느낌이 남달랐다. 1388년에 세워졌는데 1628년에 더 크게 확장이 되었다고 한다. 가면 도르래나 밧줄 등 실제로 사용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대 메테오라 수도원에서 한 컷

두 번째로는 발람 수도원을 갔다. 1350년 수도자 발람에 의해 시작된 교회가 1518년 재건되면서 발람 수도사의 이름을 기려 수도원 이름이 되었다. 두 번째로 크고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으로 일컬어진다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좁아 보이는 수도원과는 다르게 작은 광장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답답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때는 날씨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주변이 물안개로 가득해 수도원에서 바깥 경치를 바라보는 게 쉽지 않았다. 안에서는 성화 복원 작업이 한창이어서 진귀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전문가의 솜씨가 정말 놀라워 쓱쓱 그리는데 바로 성화가 완성되고 있었다. 한 곳에는 12,000명을 먹일 수 있는 물량을 가진 포도주 통이 있었다. 수도원 근처에서 예전에는 포도를 키워 포도주를 만들었나 보다. 지금은 그래도 편하게 계단을 통해서 다닐 수 있는데 예전에는 도르래와 밧줄만을 이용해 다녔을 거라 생각하니 오스만 제국의 핍박을 피해 지켜낸 정교회의 수도사들의 신앙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대 메테오라 수도원을 방문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가장 규모가 큰 수도원이라고 한다. 아타나시우스에 의해 지어진 수도원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을 묘사한 프레스코화가 남겨 있고 본당 한쪽에는 이곳에서 지내다 숨진 수도사들의 유골이 있는 방이 있었다. 실제로 이렇게 많은 해골을 보니 오금이 살짝 저렸지만 죽음에 이를 때까지 이곳에서 기도하고 수행했을 수도사들이 떠올라 그들의 역사가 보이는 듯했다. 벽화는 크리스트교 핍박과 여러 성인들의 내용이 그려 있었고 규모가 상당히 커서 둘러볼 곳도 많았고 성화도 판매하고 있었다. 방문을 마치고 메테오라를 쭉 택시로 돌며 좋은 장소가 있으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 남겼다. 터키 카파도키아처럼 이곳 역시 경이로운 자연과 인간의 신앙이 빚어낸 멋진 문화 예술 작품이 되었다.


택시 기사님이 찍어 준 한 컷

앞으로도 인류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오랫동안 보존되길 바라는 수도원이었다. 그리고 죽어있는 유적이 아니고 지금도 수도사들이 밤낮으로 기도하며 인간의 숨결이 꺼지지 않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종교가 가진 힘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는 이런 시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계단을 많이 오른다는 것과 주변 동물, 풀에 관심을 가졌다. 수도원에 사는 고양이가 귀엽다며 등을 살짝 만져보기도 했다.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힌 메테오라의 경치는 우뚝 솟은 산과 수도원을 배경 삼아 절경의 극치였다. 그렇게 여러 장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투어를 마쳤다. 성스럽고 고요하며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택시 기사님이 안내를 너무 잘해주셔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고 가격 외에 미처 생각을 못한 나머지 팁을 드리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사님은 SNS를 했기에 서로 아이디를 교환해서 인터넷으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칼람바카 시내로 와서 저녁으로 어제 갔던 레스토랑을 갔다. 다시 가게 된 이유는 기사님에게 식당 추천을 받았는데 기사님도 이 식당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서 어제와는 다른 메뉴로 생선 구이, 돼지고기 구이와 양고기 수육 등을 시켜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기차 타기 전에 시간이 있어서 카페에서 잠시 여유를 만끽하고 칼람바카 역에 가서 기차를 탔다. 잠깐의 피크닉을 마치고 다시 그리스 수도 아테네로 향했다.


발람 수도원
메테오라 전경
성화 복원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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