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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Dec 13. 2017

[방황일기] 다시 시작된 서울 라이프

한국으로 돌아온지 2주가 되었다

일어나요 용사여!


다시 한국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싱가폴에서도 그랬지만, 한국에서의 삶도 역시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백수 주제에...ㅋㅋㅋ 한국에 입국한 바로 다음날부터 이틀 연속으로 면접이 있었다. 입국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날 면접을 위해 과제를 했고, 오픽 시험을 봤다. 경유를 한데다가 밤 비행기를 타고와서 제대로 잠도 못 잤는데, 면접을 치루는 회사에서 내준 과제를 하느라고 밤 12시 넘어서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또 지난 주 일요일까지는 단기알바와 취준을 동시에 했다. 사실 보고 싶었던 친구를 왕창 만나고 편하게 지냈던 적은 며칠 안되는 것 같다. 내가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그냥 이렇게 살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인건지... 이런 고된 삶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 이제는 좋게좋게 생각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서 말한 회사말고도 몇 곳의 회사에서 면접을 봤다. 그런데 딱히 연락이 없는거보니 면접에서는 합격하지 못했나보다. 싱가폴에서도 생각한거지만 한국에서의 취업이 더 쉬울 것 같아서 이곳이 다시 돌아온 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류에서 떨어지고, 면접에서 떨어져도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 무언가에 도전할 때, 쉽다고, 수월하다고 가정하는 건 위험한 것 같다.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때 멘탈이 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틀 전에 면접을 본 온라인 광고 대행사의 면접관이 이렇게 물었다. "주로 홍보 업무를 하셨는데, 이 커리어를 버리는 게 아깝지는 않으세요?" 나는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새롭게 도전하려는 디지털 마케팅, 광고 포지션에서도 기존에 길러왔던 업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 길을 거쳐오지 않았다면 현재 내린 결론에까지 다다르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를 어떻게 보든 나는 현재의 나 자신에 만족한다. 아니, 만족해야만 한다. 현재의 나를 부정하며, 과거를 후회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지금 이대로 좋을 것    

한 곳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지는 못했지만, 20대에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대행사도 경험해봤고, 코스닥 상장사인 인하우스도 경험해봤고, 스타트업에서도 일을 해봤고, 심지어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싱가폴의 회사에서 일을 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규모,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회사를 경험했고, 홍보/마케팅/광고 영역을 모두를 다뤄봤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의 문화, 일하는 방식, 업무적으로 뭐가 나에게 더 잘 맞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거쳐갔던 회사의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기 때문에 사람을 얻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배움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잡초같은 사람이라 어떤 상황에 부딪혀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 회사에서 5-6년동안 쭈욱 일을 했어도 물론 많은 것을 얻었겠지만, 그런 안정적인 행보를 했더라면 겪지 못했을 많은 것을 경험했다. 지금으로써는 내 손에 있는 경험과 깨달음이 다른 누구의 무엇보다 값지다.



'사람은 변한다는 말'은 거짓, '사람은 성숙해진다'는 말은 진실


아마도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는 않았겠지만, 싱가폴에서 반년간 살면서 성숙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 이 순간을 건강하게 견디지 못하고 무지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말인데 남자친구도 없고 돈도 없고, 잡도 없으니, 취업이라도 빨리 하려고 아둥바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음은 너무나도 평온한 것. 상황이 내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고 나를 괴롭히고 쥐어짜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나만 괴롭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안녕'을 바란다. 평온한 마음을 갖는 것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마음을 다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주변에 행복한 일만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럴 일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 다만 폭풍의 핵 속에서도 '단단한 정신상태'로 인해 덜 괴롭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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