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굥 Feb 25. 2018

'서른'을 맞이하며 달라진 것들

사는 곳, 회사, 마음가짐의 변화

89년생, 올해로 서른 살이 됐다. 사실 빠른 년생이기는 하지만 빠른 딱지를 떼고 오리지널 89년생으로 사는 게 더욱 익숙한 터라 올해 내 나이를 서른으로 규정했다. 여느 때처럼 해가 바뀌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것 뿐인데, 나이의 앞 자리 수가 2에서 3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서른을 맞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탓인지, 실제로 서른 살이 되고나니 20대보다 더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제 서른으로 살아온지 2개월. 20대에서 30대로 넘어 오는 과정에서 환경의 변화도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이었다. 서른을 앞두고 치열하게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덕분에 어느 정도 나를 조련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나를 괴롭히며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맘 편하게 사는 게 넘나 중요한 것 같다.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과도한 욕망 버리기. 말은 쉽지만 이게 나한테는 그렇게 어렵더라. 워낙 욕망하고 욕망을 채우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씩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비우기 연습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물질적인 부분에 행복을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중심 잡혀진 마음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이고 싶다.




자취 시작_ 분당에서 시작된 홀로 라이프

2월부터 분당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혼자 사는 것은 아니고 동생과 함께 살게 됐다. 독립이라는 것을 딱히 꿈꿔 왔던 것은 아니지만 동생이 마침 직장 때문에 분당에서 자취를 시작했고, 싱가폴에서 반년동안 살면서 혼자라이프에 익숙해진 탓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졌으며, 재취업한 회사도 마침 강남 부근이어서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와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서 '서른 살의 독립'을 하게 됐다.


그래도 싱가폴에서 한 번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취가 낯설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자취를 처음할 때는 약간의 멘붕을 겪었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을 오롯이 내 몫임은 물론(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집에 늘 있는 줄 알았던 쌀이며 물, 치약, 세제 등 생필품을 내 손으로 직접 구입해야 했다...(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는 사본 적이 없어서 약간 돈이 아깝기도 했다) 같이 살았을 때는 꺼내 먹기만 하면 되는 반찬도 없어서 시간과 돈을 들여 직접 해먹거나 사먹어야 했다. 6개월 정도 자취를 하다보니까 이 모든 생활에 적응이 됐다. 첫 자취를 해외에서 경험한 탓인지 다시 자취 생활을 시작했을 때 몹시 설레거나 두려운 감정은 없었다. 다만 20년 가까이 산 동네를 떠나 새롭게 터를 잡은 동네는 생경하게 다가왔다. 분당은 본가에서 꽤 먼 거리에 있고 가본 적도 한두번밖에는 없었다. 예전에는 동네가 손바닥 위에 있는 느낌이라 동네 맛집이며 놀만한 데가 어디 있는지 꿰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솔직히 내가 사는 미금역빼고 핫하다는 정자나 판교에도 가본 적이 없고, 동네에 어디에 뭐가 붙어있는지 잘 모르겠다. 맛집 위주로 탐방하는 중인데,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늠나 많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될 부분이니 동네 친구도 사귀고 열심히 돌아 댕겨야 겠다.



회사 생활_프로이직러, 이직한 회사에서 순항 중

꽤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이다. 20대 때 그렇게 방황한 보람이 있는 걸까. 20대에는 하는 업무며, 다니는 회사에 확신이 없어서 늘 흔들리고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방황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도 있겠지만, 이 회사에 다닌지 얼마 안 된 탓도 있겠지만, 뭐 이유가 어찌됐든 아직까지는 괜찮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이 10명 남짓한 작은 회사로,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인 디지털 광고 분야에 첫 발을 내딛고 많이 배워가는 중이다. 비록 경력직으로 입사했지만 디지털 광고 쪽에서 제대로 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거의 신입처럼 하나 하나 물어보고 배우며 일하고 있다. 만약 내 사수가 성질이 괴팍했다면 회사 생활이 아주 힘들어 졌을텐데 다행히도 꽤 괜찮은 인품을 가진 분이어서 편하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을 흡수하고 있다.  


그리고 야근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7시 이후에 퇴근한 적이 없고, 대신 일 할때는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계 회사라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많아서 영어를 많이 쓰는데, 영어를 많이 쓸 기회가 있는 것이 나에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영어로 하는 업무가 1도 없었다면 당연히 영어를 손놓고 있었을거다. 사는 데 지장이 없거나, 당장 급하지 않으면 필요하다고 인식을 해도 손 놓게 되는 건 당연한 듯... 지금은 적당히 업무에 무리 없을 수준이지만, 어쨌든 영어를 계속 써야하는 환경이니 긴장하고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훗날 이렇게 사는 게 지겹거나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다시 외국에 나갈 경우가 있을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회사가 꽤 자유로운 편이고, 꼰대도 없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라서 업무 외적으로 신경 쓰이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냥 나만 잘하면 될 듯... 나는 항상 현재 회사에 있어도 Next step을 고민하는 편인데, 물론 회사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이 다음 행보를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회사에서 일한지도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멀리까지 고민하면서 나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일단 지금 이 자리에서 잘 하는 걸로!



마음가짐의 변화_인생의 '가치'를 정의, 가치있는 것에 집중하는 삶

나는 '생산적인 활동'에 대한 강박이 있는 편이다. 집에서 빈둥거릴 바에는 야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며, 일찍 퇴근하는 경우에는 독서나 운동을 했다. 또한 주말에는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읽기나 R프로그래밍 등 스터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쉬는 날이면 예능이나 보면서 뒹굴거리는 동생을 한심하게 여겼기 때문에 하다못해 친구라도 만나서 웃고 떠들고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념무상으로 쉴 때도 있었으나, 이럴 때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휴식에 관대하지 못한 사람답게 서른이 된 해인 2018년도 야무지게 보내야 겠다는 일념 하에 여러가지 계획을 세웠었다. 방통대에 등록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컴활 자격등도 따고, 운동해서 몸매도 가꾸고, 운전 연수도 받고 등등. 물론 내가 세운 계획들을 다 지킬 수 있다. 그동안 해왔던 것 처럼 나를 무지하게 쪼고 닦달한다면. 이런 생산적인 활동에 시간을 쏟는다면 여유를 부리는 것은 포기해야 된다. 과연 나에게 어떤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해야할 것들을 해내며 느끼는 뿌듯함 혹은 적당히 흐르는 대로 살며 여유를 부리는 것.


오늘 회사 대표님과 점심을 먹으면서 한 얘기에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계획을 하고 지키면서 살지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통계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자 방통대에 등록했다는 나의 말에, "어차피 학비도 싸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다 잘하려고 하지마라. 한 과목이라도 의미가 있으면 된거다. 어차피 학위도 있는데 몇 과목 F받으면 어떠냐, 엄마한테 성적표 보여줄 것도 아닌데." 라고 말씀하셨다. 마치 대학생으로 되돌아간 것 마냥 19학점이나 듣고, 시험도 봐야해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굳이 부담감까지 느껴가면서 공부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다 열심히 들어봤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얼마 없을테니. 오늘 대표님이 한 말씀의 요지는 나를 과도하게 쪼아가면서 살 필요 없다는 것. 회사 다니는 것도 힘든데 그 외 시간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꼭 의미가 있는 활동이 생산적인 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음악 듣고, 산책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흘려 보내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래, 나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거지만.


20대는 나를 궁지로 몰아가면서 해야하는 것들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고, 내가 만든 기준선에 내가 미치지 못했을 때 자책을 했다면 이제는 압박감을 조금 내려 놓고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 조금 더 앞서 간다고 해서, 혹은 많이 가졌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부분의 삶이 거기서 거기고 고만고만하지 않은가? 결국엔 더 많이 웃고, 즐기는 자가 승자다. 짝을 찾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면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보다, 내가 싫어하는 면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고 한다. 인생을 대할 때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해 나가고, 겉으로만 좋아보이는 빚 좋은 개살구를 얻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30대 가즈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