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었던 1년이라고 말하지 마
올해도 대역병 코로나와 함께한 1년이었다. 2년 연속 코로나와 함께 하다니 억울하고 암울하다. 잠깐 위드 코라나 시기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잠시뿐이었다. 한 것도 없이 1년 순삭이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 게 없지 않다. 일상적으로는 힘겨웠지만 찰나의 행복감을 느끼며 보냈던 2021년을 곱씹어 보겠다.
1월 - 이직한 회사에서 빌런을 만나다.
3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뒤로하고 새 회사로 이직을 했다. 또라이 상사를 만나서 개고생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신박한 종류의 빌런이었다. 여러 직원들이 추측하기로 그녀의 병명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나르시시즘이 극에 달했다. 본인은 최고의 프로페셔널, 직원들은 본인 없으면 자기 똥도 못 치우는 한심한 바보들이었다. 모든 업무에 사사건건 간섭하여 쓸데없이 시간만 뺏었고(본인 빼고 남은 믿지 못하기 때문에), 유익한 쓴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소리를 시전 했다. 이런 괴로움이 언젠가는 끝나겠지. 그래도 나한테는 개진상까지 피우는 건 아니니까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2월 - 인생 첫 차를 사다.
중고차를 샀다. 내 생에 첫 차!! 1월 달에 퇴사하고 입사까지 일주일의 텀이 있어서 10시간 연수를 마치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바로 구입했다. 차알못이라서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유튜브 닥신TV에서 중고차 고르는 법을 조금이나마 숙지하고(나중에는 그냥 닥신 콘텐츠가 재밌어서 봄ㅋ), 중고차 동행 서비스 마이마부를 통해서 고른 차를 점검받았다. 그렇게 고른 차가 2016년식 K3! 아직까지 무사고이지만 혼자 쑈하다가 몇 번 박아서 수리한 적도 있다 ㅠㅠ 출퇴근을 포함해 장거리를 갈 때는 대부분 차로 움직이니 삶의 패턴이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든다. 퇴근길 강변북로를 지날 때 한강변을 바라보면 내가 마치 성공한 직장인이 된 듯한 기분에 자신에게 취하곤 한다(풉).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3월 - 난생처음 네일을 받다.
어릴 때부터 손톱을 뜯는 습관이 있었다. 마음이 불안하면 더 뜯었다. 손톱이 엄청 짧고 못생겨서 이 때문인지 개구리 손이라는 말도 들었고, 엄마는 내 손톱을 보며... 정말 부모가 하는 말이 맞나 싶게 문둥병 환자 같다고 했다... 딸 의문의 1패ㅜㅜ 손톱 뜯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사마귀 때문이다. 발바닥에도 2개가 나서 블레오마이신 주사 치료를 2년 가까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손톱 옆에 새로 생긴 거다. 발바닥 사마귀도 완치하느라 개고생 했는데 (치료받을 때마다 식은땀 범벅됨. 심하면 소리 지름) 이제는 손까지 번지다니...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혹시나 손톱을 물어뜯어서 생긴 생채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에 손톱을 넣어서 뜯으니까 세균까지 들어가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손톱 기르는 시도는 그동안 여러 번 해봤지만 1달 이상 기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네일을 꾸준히 받아보기로 결심! 첫 네일을 시작으로 1달 간격으로 꾸준히 받는 중이다. 그래도 저렴한 네일샵을 찾아서 29,000만 내면 기본 젤 네일을 받을 수 있었다. 계속 열심히 길러보자!
4월 -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를 하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1차만 보겠다는 생각으로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을 공부했다. 언제 포기할지 몰라 유료 강의는 끊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다 그렇듯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번듯한 집 한 채도 살 수 없는 현실에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장밋빛 꿈에 부풀었다. 뭐 일단 따놓으면 뭐라도 되겠지 생각했다. 사주나 점을 보러 갈 때마다 땅으로 돈 번다, 법 쪽 일을 해야 한다, 다른 쓸데없는 공부보다 공인중개사를 하는 게 적성에 맞다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솔깃했고 전세 계약을 하면서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공부 뽐뿌는 오래가지 않았다. 1-2달 바짝 하다가 포기각. 내년에 도전하련다.
5월 - 빌런이 떠나다.
그지 같던 상사가 퇴사했다. 다시 말하면 쫓겨났다. 직원들이 본사에 상사의 만행을 보고했고, 본사도 직원들의 잦은 퇴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녀를 내보냈다. independant day! 상사 복이 유난히 없는 것 같은 나... 다음번엔 제대로 된 상사가 들어오길...
6월 - 심리상담을 받다.
올해 참 난생처음 한 일이 많다. 심리상담을 받았고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으나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나라는 작은 우주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확실히 모르고 남들의 사사로운 의견에 팔랑귀가 되어 흔들리고 또 흔들릴 때가 많다. 부모님의 육아, 유년 시절의 기억, 실패 그리고 성취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나라는 사람이 완성되었듯이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는 하루도 나라는 사람의 조각을 이룬다.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며 나를 아끼며 살자고 다짐해본다.
7월 - 여름의 자유를 만끽하다.
큰 탈 없이 흘러갔다. 우리를 컨트롤하는 상사도 없어서 알아서 일처리를 해야 했으며, 호캉스를 비롯해 강화도, 강릉 등을 쏘다니며 놀고먹었다.
8월 - 집 계약을 하다.
충동적으로 집 계약을 했다. 몇 억짜리 집을 이렇게 덜컥 계약하다니. 나색기도 참... 원래 평촌 쪽을 보고 있었는데 주춤하는 사이 집 값이 1억 가까이 올랐다. 원래 부동산은 집 값이 떨어지면 산다지만 실제로 집 값이 오르면 산다. 나도 오르는 열차에 탑승해서 시세차익을 얻고 싶기 때문에. 집 값은 점점 오르는데 결혼은 언제 할지 모르고 내 몸 하나 누일 곳은 있어야겠다 싶어서 처음 가는 동네였지만 충동적으로 집을 샀다 (여러분들은 저처럼 하지 마세요 제발). 지금은 금리도 오르고, 대출도 조이는 상황이라 하락으로 간다 말이 많아서 불안할 때도 많지만 이미 산 이상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두고 보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싶다. 8월에는 자율신경계 이상증 진단도 받아서 일주일 정도 신경과 약을 먹고 호전되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어서 심장이 과도하게 두근거리고 자주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나곤 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설사하는 것도 흔했다. 병원에 간 가장 큰 이유는 갑자기 운전을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이것도 과긴장 때문이라고 했다. 좀 더 릴랙스 한 삶을 살고 싶다. 그냥 되는 건 아니고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9월 - 화이자 백신 접종, 사랑니 발치,
신용대출
9월에는 뭔가 일이 많았다. 백신 접종은 다 하는 거니까 패스하고. 사랑니도 발치하고~ 매복이 아니라서 다행. 이번에 뺀 것만 매복이 아니고 나머지 3개는 매복인데 나중에 뺄 일이 생기면 뺄 듯하다. 사랑니 발치가 처음이라 겁먹었지만 마취하니 감각도 없고(마취 자체도 아프지 않음) 3초 컷으로 뽑혀서 놀랬다. 처음에는 사랑니 뽑은 자리에 빈 구멍이 생겨서 음식물이 많이 껴서 불편했는데 이제 그 자리도 잇몸으로 점점 채워지는 듯하다. 8월에 계약한 집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 보금자리론만으로는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난생처음 신용대출을 실행했다. 이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열심히 벌고, 열심히 갚자 ㅠㅠ
10월 - 헬스장 PT 환불 사건
8월에 피부병도 나고 건강악화로 운동을 꾸준히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PT 20회를 끊었는데 PT가 안 맞는 건지 뭔지 운동 의욕이 안 생겼다. 환불이 왜 쉬울 거라고 생각했을까? PT 등록할 때 사장님이 "선생님 맘에 안 들면 바꾸고 그래도 별로면 환불해줄게요~"라는 말을 과도하게 믿은 내 탓이었다. 결국 모든 게 장사 속이었다는 것을... 20회 중 7회 세션을 진행하고 13회가 남았는데도 처음에 지불한 금액인 100만 원에서 반도 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불 가능한 금액은 10만 원대 언저리... 내용증명 보내고, 소보원에 피해구제 신청하고, 소액 재판을 위해서 미리 소장도 써놓고 난리도 아니었다. 기타 사업자를 압박하기 위해 구청에 민원 신고,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 불법 광고물 부착 신고도 동시에 진행했다. 내 돈을 돌려받기 위한 과정이 이다지도 힘들쏘냐. 처음에는 소보원도 내 편이 아니어서 환불금액 0원이 나왔는데 구청이 사업자한테 권고한 끝에 처음에 내가 제시한 금액의 절반 정도 받을 수 있었다. 전체 환불금액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진행해야 했는데 거기에 쏟는 에너지와 시간이 아까워서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인생 공부는 끝이 없고~~ 매매한 집이 구축 아파트라서 인테리어 업체 찾기에도 혈안이 되어있었던 10월이었다.
11월 - 등기를 치다.
드디어 내 집 마련 성공... 하지만 집 값은 떨어지고 있구요 ㅠㅠ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지만 맘대로만 척척되면 인생이 재미가 없을 거라고 나를 위로해본다. 인테리어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서 허술한 부분도 있지만 업자랑 조율하며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과정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가구로 집을 채우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다. 나 왜 이렇게 감각이 없지? 선택 장애의 연속이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층간소음을 글로 배웠는데, 실제 층간소음에 시달리게 되었다. 제발 이웃들과 원만하게 합의가 되길ㅜㅜ 발망치 그만!! 개 짖는 소리 그만!! 저 PT환불도 받은 사람이에요... 저를 화나게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12월 - 새롭게 입사한 상사의 퇴사
8월에 새로운 상사가 입사했는데, 곧 퇴사를 한다고 한다. 참말로 다이나믹한 2021년이다. 딱히 능력이 있는 분은 아니었지만 나이스 가이였는데 퇴사를 한다니. 난 정말 상사 복이 없는 걸까?
이렇게 적어보니 큰 일, 작은 일 다이나믹한 일들이 참 많아서 내년은 어떤 일이 생길까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2022년아, 앞으로의 1년도 잘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