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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Mar 12. 2022

끈기 없는 사람

그래도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2022년 새해부터 끈기 없는 인간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주 1회 출근, 나머지는 재택근무인지라 재택근무할 때는 집 밖에 한 번도 안 나갈 때도 많다. 그런 날에는 총 걸음 수가 200보도 되지 않기 때문에 짬을 내어 꼭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 작년 12월에 산본으로 이사를 온 이후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최애 운동 중 하나인 요가를 등록하는 것이었다. 하나를 꾸준히 못 하는 성격인 것을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딱 1달치만 등록했다. (TMI이지만 서울이 아니라 그런지 저렴한 가격에 요가를 등록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1개월만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당 1만 원!) 등록한 8회 중에 1회만 빼고 모두 나갔고, 다음 달에는 등록하지 않았다. 요가원 자체는 만족했지만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었달까? 그 후에는 몇 주 운동을 쉬다가 이번에는 좀 땀나는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복싱장에 등록을 했다. 역시나 1개월보단 3개월이, 3개월보단 6개월을 등록하는 게 더 저렴했지만 금방 실증을 느끼고 나가기 싫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최소 기간인 1개월만 등록했다. 총 12회 나갈 수 있었는데 절반을 약간 넘는 7회만 나가고 기간이 만료되었다. 그룹운동으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으쌰 으쌰 하며 운동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한 번 나갈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큰 맘을 먹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한 번 안 나가면 쭉 안나가게 되는 흠이 있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운동을 가지 않은 나의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 운동을 등록했다. 이번에는 일반 헬스장. 뭔가 시간표에 맞춰서 나가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가서 운동하는 게 나한테는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도 이런 나의 변덕스럽고 끈기 없는 성격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피부에 두드러기 같은 게 올라오고, 신경증으로 인해 병원도 갔던 시절이어서 운동으로 건강을 챙겨보기로 했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알아보다가, 가격이 꽤 합리적인 것 같아서 20회에 100만 원 하는 PT를 등록했다. 역시나 충동구매였던 탓일까. 이상하게 1:1로 하는 운동이 나랑 잘 맞지 않았다. 그룹운동이면 그냥 묻어가기라도 하면 되는데 1:1 운동은 못하는 걸 들키기도 하고 (운동하는 법을 몰라서 배우는 건데도 불구하고... 못 하는 걸 들키는데 자괴감을 느끼는 성격...) 주목받는 게 싫은 느낌이었다. 여러 운동을 하면서 나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것 같다.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아무튼 그래서 20회 중 7회만 완료하고 나머지는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한 끝에 어찌어찌 일부라도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운동도 한 가지를 끈기 있게 못하고, 다른 것도 사실 마찬가지다. 먹는 것도 하나의 음식을 다 비우지 못하고 이것저것 조금씩 자주 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직장은 오죽할까. 한 직장에서 3년을 다닌 게 최대였다. 어딘가 모르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보여서 견디지 못하고 철새처럼 옮겨 다닌 것이다. 이런 내 성격을 나 스스로도 견디지 못하고 '난 왜 이럴까', '이래도 될까' 하면서 자책할 때도 많다. 뭐 하나를 진득이 하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존경 어린 시선을 보내게 된다. 그래도 나는 나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고 못난 나의 모습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생각의 전환을 조금 해보자면 이 걸 하든, 저걸하든 결국 중요한 건 계속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 변덕이 죽을 쑤는 성격 탓에 이것저것 바꿔 가면서 하고 있지만 고인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운동도 이것저것 맛보며 얼떨결에 꾸준히 하는 중이고, 회사를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록 철새처럼 옮겨 다니고 있긴 하지만 26살 이래로 3개월 이상 쉰 적이 없이 계속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뭔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고인물처럼 느껴지는 나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다. 잠시 정체될 때가 있더라도, 결국 뭐라도 할 사람. 꾸준하지는 못하더라도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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