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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방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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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Feb 26. 2017

[방황일기] 무엇을 선택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너무 많은 선택의 기회가 나를 괴롭힌다

2014년부터 시작한 홍보 일을 그만뒀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가 들었으며,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


홍보는 내가 잘 할수 있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언론홍보학과 전공에, 대학 때 기자단 활동도 했었기 때문에 홍보업무에 지원한다면 취업시장에서 좀 더 경쟁력이 있었다. 홍보대행사에 입사해 거의 1년만에 인하우스 홍보팀으로 이직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물론 내가 열심히 일해왔던 것도 있었지만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인하우스로 이직만 하면 내 인생이 확 필줄 알았다. 연봉도 올리고, 상장사에, 업계에서 회사의 네임벨류도 좋았다.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어디 회사에 다닌다고 얘기할 수도 있었다. 외적으로 봤을 때 나는 꽤 성장한 사람처럼 보였으나, 이상하게 속은 썩어들어갔다. 내가 속한 업계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기자들과 이야기할 때 주눅이 들었고, 뚜렷한 수직구조 탓에 보수적인 환경에서 일한다는 게 답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이직을 저질러 버렸던 게 잘못이었다.


이때부터 내 마음은 과거와 미래가 가있었다. 현재의 나는 없었다. '원래부터 회사 생활은 안 맞는다고 생각했으니 1년만 채우고 퇴직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하고 마음 먹었다. 정말 그렇게 1년 조금 지난 후, 많은 사람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했다! 퇴사하고 40일동안 유럽에 가서 유유자적하고 한국에 돌아오니 남는 게 없었다. 돈도 없었고, 남친한테도 차였다. 


몸도 마음도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퇴직하기 전 내가 진짜로 원하던 걸 하고야 말리라하는 호기로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있는 적금도 다 깬 상태라 이렇게 살다간 돈이 바닥날 것 같았다. 결국 유럽에 다녀온지 한 달만에 나는 다시 취직을 했다.


이번에는 좀 다른 일이었다.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서비스 기획'과 인접한 업무였다. 내가 속한 팀은 '운영기획팀'으로 말 그대로 서비스 운영의 전반을 다룬다. 운영정책 및 약관 기획, 타 팀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 메뉴얼화, 관제라고 불리는 어드민 기획, 운영상 어뷰징 이슈가 있을 때 마다 해결하는 등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업무이다. 


일을 급하게 구한 것 치곤 괜찮았다(이번에도 외적으로 봤을 땐). 내가 원하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도 열렸고, 연봉이 줄긴 했지만 엄청 팍 줄진 않았다. 


하지만 난... 왜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홍보 경력직으로 이직을 하려고 취업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을걸까.


1. 운영기획 일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홍보는 윗 단계의 일이었다면 운영 일은 정말 아랫 단의 일인 것 같다. 아직 한 달 반밖에 안됐는데, 시간이 지나면 재밌어질지 의문이다.

2. 하루종일 안에서 컴퓨터 두들기며 일하는 데스크잡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진다. 거의 매일 밖에 나가 기자만나고 외근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3. 연봉을 낮춘 것에 아쉬움이 몰려와 그냥 하던 일 하면서 돈이나 많이 벌고 싶다. 역시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대로 남겨둬야 한다. 취미생활로 즐기든가. 하고 싶든, 하기 싫든 결국 일은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 한 번 이직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인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방황 또 방황할 것인가

현재 하고 있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며 지낼 것인가...


나는 오늘도 고민을 하며 잠들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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