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넓혀 해외에서 일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약 한 달만의 방황일기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삶은 왜 이다지도 UP&DOWN이 심한걸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3월 초, 회사에서 보직 변경 희망자를 받는다는 메일이 왔다. 새로 시작한 일에 확신을 갖고 있지 않던터라 다시 예전에 하던 PR일의 연장선 상으로 커뮤니케이션직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싶은 뽐뿌가 왔다. 입사한지 2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을 옮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많은 숙고가 있었다. 혼자 끙끙 앓는 건 기본, 친구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입사 후 처음으로 팀장에게 면담 신청을 해서 깊은 속내를 터놓았다. 팀장은 현재 소속된 팀의 이점에 대해 말하며 일단은 있어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유 했으나, 결국 결정은 너의 몫이라며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주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똥인지 된장인지 기어이 찍어 먹어봐야 직정이 풀리는 성격으로,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상 일단 해봐야 한다. 결국, 기회인지 독인지 모를 새로운 보직으로 가겠다고 HR담당자를 포함한 대표(마케팅 본부장 겸임)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날 밤... 잠은 설쳐가며 생각한 결과, 새로운 보직으로 옮기면 후회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팀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이왕 직무를 바꿔 이직한 거 좀 더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업무에 적응도 다 안된 상태라 이 일이 맞는지 판단하기도 이르고, 정 안 맞으면 이전 경력을 살려서 이직을 하면 되니까.
팀장한테도 보직 변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신청 메일도 보낸 상황인데(게다가 대표에게) 우짤꼬!
그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잠들기 전에 미리 적어둔 내용으로 번복 메일을 보냈다. 아직 입사한지도 얼마 안 됐고, 지금은 현재 일에 충실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나중에 해당 자리에 공석이 났을 때 다시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후... 마음 고생 끝에 이렇게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싱가폴 취업에 성공한 앨리스님의 브런치 글이 나를 자극했다. 이전에도 그녀의 싱가폴 취업기를 읽고 영감을 받은 적이 있으나, 최근에 되서 다시 읽어보니 더욱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국은 너무 좁다, 나도 떠나는거다!
작년에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결심한 게 있다. 2017년은 정말 하고 싶은 거 다하며, 욕망에 충실한 한 해를 보내보자고. 다신 회사에서 월급받는 삶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벗뜨... 호기로웠던 다짐도 잠시, 퇴사 후 40일간의 유럽 여행은 재정 파탄을 가져왔고 통장 잔고가 텅텅 비어가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일 밖에 없었다. '이렇게 쉽게 다시 현실과 타협하다니...' 현실에 순응하는 나 자신을 비판할 틈도 없이 나는 나의 선택을 정당화해버렸다.
1월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도 가장 유혹적인 선택은 이전의 경력을 살려 이직하기이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가장 젊고 창창한 지금 이 순간 좁은 땅덩어리에서 끙끙 거리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다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보고, 부대껴 살아보고 싶었다.
결심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취업을 하고 일을 하기에는 영어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주3회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전화 영어를 하고, 주말에는 학원에서 영어 독해와 듣기를 공부한다. 더불어 싱가폴이나 홍콩 쪽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서 모집 공고를 보고 얼마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Job application을 작성하고 있다.
이 도전이 성공으로 끝날지, 실패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사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에 도전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큰 의미가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난삼아 친구에게 30대를 0원으로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말이 씨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ㄷㄷㄷ
작년부터 아니 몇 년 전부터 내 발목을 잡아왔던 운전면허를 드디어 취득했다. 몇 년전에 봤던 필기 시험을 포함해 운전면허를 취득하기까지 필기시험 2번, 기능시험 2번, 도로주행 시험 3번을 봤다.
첫 번째 도로주행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아는 오빠는 본인은 기능에서 5번, 도로주행에서 8번 떨어졌다고 말했다(정확한 횟수는 기억이 안나지만 굉장히 많이 떨어졌었음). 이 말을 들으며 누가 보면 별거 아닌 운전면허 시험도 누군가에겐 큰 별게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삶의 방향은 물론 속도 또한 모두 다른데, 그동안 왜 남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했는지. 뜻을 가지고 꾸준히만 한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작년보다 조금은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조급해 하지말고 내 방식대로,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 내 멘탈을 더욱 단단히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4월이 코앞인데 과연 또 어떤 식으로 방황을 하려나... 괴로워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련다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