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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방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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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Jan 02. 2018

[취뽀일기] 방황 끝에 외국계 회사로

4군데의 회사에 최종합격했다

한국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 11월 말까지 여름 나라에서 지낸 탓인지 갑작스러운 추운 날씨와 연말의 들뜸에 쉽사리 녹아들지 못했다. 연말이라니! 2017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던 것 같다. 1년의 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반은 싱가폴에서 오로지 나 자신에만 집중했던 시간들이었다.


11월, 싱가폴에서부터 시작한 구직활동이 2017년의 끄트머리에서 드디어 막을 내렸다. 최종적으로 4곳의 회사에 합격했고, 고민 끝에 한 곳의 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일련의 과정을 곱씹어보며 나의 결정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대부분 마케팅 대행사에 지원했고, 디지털 미디어와 데이터를 많이 다룰 수 있는 포지션에 집중했다. 싱가폴에서부터 Data-driven 마케팅/광고 쪽으로 진로의 방향성을 정했기 때문에 지원 회사와 분야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었다. 다만 국내/글로벌 영역에서의 고민은 있었다. 물론 디지털 사이드에서 관련 경험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쌓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향후 다시 해외로 나가 일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글로벌 마켓을 경험하고 싶었고 영어도 사용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만족할 수 있는 회사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1.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국내 퍼포먼스 마케팅 AE 담당)

가장 먼저 합격한 회사로, 국내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중에서는 규모도 있고 인지도도 있는 편이었다. 이 회사는 합격한 과정이 조금 애매했다. 서류 합격 후, 면접 날짜를 문자로 통보 받았다. 보통은 전화로 연락을 하고, 메일로 면접 안내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은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상태로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담당자가 "원래 어제 오시기로 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면접 날짜 관련에서 협의한 내용이 문자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당당히 아니라고 답했다. 1차 면접은 이미 다 끝났고, 오늘은 2차 면접밖에 준비가 되지 않아 있다고 해서 바로 임원 분과 2차 면접을 보게 됐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뭔지, 왜 이 업무를 하고 싶은지 몇 가지 질문을 던진 후 인터뷰를 시작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출근 가능한 일자와 희망 연봉을 물었다. 이렇게 합격해 버린 것이다! 당황해서 희망 연봉도 작게 부르고, 직급도 대리로 올려주면서 희망 연봉에서 100만원을 추가로 얹어줬다. 그래야 더 일을 시키기 수월하다는 명목 하에... 합격해도 떨떠름했다. 연봉도 작았고, 직급은 높은데 관련 업무 경험이 없어서 사원에게 일을 물어보며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이후 합격과 출근 관련해서 메일이 올줄 기대했으나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전형 과정에서 한 스텝을 뛰어 넘고, 면접 현장에서만 합격 통지를 받아서 찝찝한 마음에 회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봤다. 돌아 오는 대답은 "이사님과 협의한 날짜에 출근하시면 되요"였다. '아... 합격은 맞구나' 나름 규모도 있는 회사였는데 채용 과정이 클리어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1승을 했다는 마음에 기뻤다.


* 주요 면접 질문

- 퍼포먼스 마케팅이 무엇인가

- 왜 이쪽 일을 하려고 하는지 계기

- GA 자격증은 왜 취득했나

-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수 있는가


* 긍정적인 면: Name Value와 Volume이 있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대형 광고주를 대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음

* 부정적인 면: 국내 마케팅에 집중, 채용 과정이 조금 찝찝함, 연봉 협상의 아쉬움,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업무를 물어보며 배워야 함



2.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글로벌 마케팅 기획 포지션)

지인 소개로 면접을 보게 된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글로벌 마케팅 기획 포지션으로 70%는 마케팅 기획 업무를 30%는 운영 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나라장터에 올라오는 공고를 보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작성한다. 마케팅 기획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광고를 운영해봤던 경험이 필요한데 해당 경험이 부족해 관련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페이스북 말고 다뤄본 채널이 있나요?" "구글과 네이버 광고의 차이를 아세요?" 등등...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충실히 답했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답하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한국 말로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회사를 자주 옮기신 것 같은데, 솔직히 적당히 일하다 그만 둘 사람은 원치 않아서요. 이 부분에 대해서 영어로 답변 해주세요." 나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영어로 답했다. 회사를 자주 옮기기는 했지만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틀 안에서 옮긴 것이었고, 20대는 충분히 회사를 옮기면서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결국, 이 회사는 나에게 오퍼를 줬지만 '경험 부족'을 아쉬운 점으로 꼽으며, 내가 2-3년 전에 받던 연봉을 제시했다. 돈 문제 뿐만 아니라 포지션도 기획에 치중되어 있어서 직접 여러 채널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나의 니즈에 부합하는지 확신히 서지 않았다.


* 주요 면접 질문

- 이쪽 분야 경력이 없는데, 경력을 낮추고 들어와서 배울 생각이 있는가

- 이 포지션에서 기여할 수 있는 강점 3가지


* 긍정적인 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다뤄볼 수 있음, 글로벌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음

* 부정적인 면: 기획에 치중된 업무, 주로 공공기관에 제안을 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다채롭게 쌓이지 못함, 낮은 연봉, 회사 위치 멈



3. 게임 마케팅 대행사 (모바일 광고 운영 담당)

설립된지 1년된 게임 전문 마케팅 대행사.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게임 광고를 다룰 수 있는 회사다. 게임도 직접 퍼블리싱 하고, 인플루언서 관련된 광고 플랫폼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1차 면접에서 각 회사에서 했던 일부터 시작해서 회사를 왜 옮겼는지, 여러 과정들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까지 물었다. 질문이 굉장히 디테일했지만, 면접 분위기는 캐주얼해서 큰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고 편안하게 대답했다. 이 면접에서도 나의 '경력 부족'을 꼬집었다. 게임사가 주요 클라이언트여서 그런지 앱인스톨 광고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다행히 싱가폴에서 일하면서 SDK코드를 앱에 심어서 광고를 통한 앱 인스톨 수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틀리지 않게 답할 수 있었다. 회사는 작았지만, 분위기도 좋았고 모바일 마케팅에 특화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게임사에서 일했던 경험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어서 회사와 개인이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주요 면접 질문

- 그동안의 경력을 처음부터 설명

- 게임 마케팅의 종류

- 그동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을 주로 했던 것 같은데, 이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잘 운영해 나가는 포지션인데 잘 맞을 것 같은지, 잘 할 수 있는지


* 긍정적인 면: 모바일과 게임 마케팅에 집중된 역량을 쌓을 수 있음,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음

* 부정적인 면: 스타트업이라는 불안정성, 낮은 연봉, 주로 게임이라는 한정된 분야의 포트폴리오



4. 글로벌 애드 네트워크사 (광고 운영, 본사 및 광고주/대행사 커뮤니케이션 담당)

AI기반으로 한 마케팅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애드 네트워크사. 사실 매체사는 생각을 못 해봤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합격하게 됐다. 대만에 있는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포지션이라 영어에 능통해야 했다. 캠페인을 세팅하고 최적화 하는 Campaign Manager는 본사에만 있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요청 받은 사항을 그들에게 전달할 때 영어가 필요했다. 사실 싱가폴에서 근무할 때 보스한테 영어 스킬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서 그런지 영어에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여서 영어를 많이 써야하는 포지션에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지만, 일단은 질러보기로 했다. 1차 면접에서는 딱 자기소개만 영어로 물어봐서 부담이 없었다. 겨우 하나의 질문에 영어로 대답한 거 였지만 면접관에게 "영어는 걱정 없겠다"라는 답을 받았아서 속으로 괜히 흐뭇했다. 한편 내 영어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됐다. 2차, 3차 면접은 각각 본사의 AM총괄과 CEO와 화상 면접이 있었다. 외국인과 전화로, Face to Face로 면접은 봤던 적인 있었지만 화상으로 면접을 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사실 영어 실력이 출중하지 않더라도 general한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서 외워 말하면 되기 때문에 영어 인터뷰가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 하고, 자신감만 있으면 영어 인터뷰에서 winner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면접인 CEO 면접은 잘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1차 면접에서 한국 지사의 면접관이 나를 좋게 봐준 덕분에 그 뽐뿌가 작용해 최종까지 합격했다고 생각한다.


* 주요 면접 질문

- 싱가폴에 간 이유, 싱가폴에서 다시 한국으로 온 이유

- 업무상 팀원과 트러블이 있었던 경우, 어떻게 해결했는지

- 큰 성취를 했던 경험


* 긍정적인 면: 글로벌 업무를 할 수 있음, 영어를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음, Tech and data-driven organization, 다양한 분야의 광고주의 업무를 할 수 있음

* 부정적인 면: 광고 세팅과 최적화는 직접 하지 못하고 서포트에 그침, 영어를 못하면 쩌리가 될 수 있음


후보군은 1번 국내 마케팅 대행사와 4번 애드 네트워크사 둘로 좁혀졌고 고민 고민 끝에 결국 마지막에 적혀 있는 글로벌 애드 네트워크사를 선택했다. 싱가폴에서 돌어온지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이라 영어 능력이 최대치로 향상되어 있는 이 상태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환경이 주어지는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국내만 담당하는 포지션에 들어갔다가는 제대로 영어 쭈구리가 되어 글로벌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만 같았다. 그놈에 영어가 뭔지... 그리고 tech 기반 회사라, 기존에 있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결과 분석을 통해 솔루션 상에서 원하는 기능을 develope하여 한층 고도화된 마케팅 서비스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다음주부터는 본사인 대만에서 첫 출근 겸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그동안 방황하며 커리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이제는 이 회사에 정말 올인해서 많이 배우고,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서 누구든 무찌를 수 있는 나만의 칼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에도 이를 갈고 열심히 해보자. 다만 쉴 땐 쉬면서 건강 관리 좀 하고.


2018년 정동진 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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