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비영리 기관에서 후원자들은 자선적인 형태의 기부를 진행하였다. 세상 곳곳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자하는 긍휼의 마음이 그 시작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 귀한 마음으로 이름도 없이 후원을 해주시는 많은 고액후원자들이 많이 계신다. 그 분들께 후원금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뭉클하고 숙연해지는 지 모른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나보다. 미국의 고액후원자 행사를 참여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미국의 고액모금은 한국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훨씬 앞서가고 있었다. 그곳의 후원자와 후원자 커뮤니티를 보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무엇보다 후원의 개념, 후원자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곳의 후원자들은 투자자(investor)로서 후원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초고액후원이 더욱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최근에는 우리 기관에서도 이러한 후원자들을 만나고 있고 기부가 투자(investment)임을 인지하고 후원자를 바라볼 때 우리는 전통적으로 접근해왔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후원자를 만나고 프로젝트를 수행해야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액후원자가 투자자(investor)가 될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1. 투자관점을 가진 후원자들과 효과적인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투자 관점을 가진 후원자들은 단순히 후원금 지원을 넘어 그 후원이 실제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는 지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후원을 통한 변화, 즉 임팩트를 후원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투자 관점을 가진 후원자들은 그들이 투자한 후원금의 효율적인 운용과 지속가능성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NGO의 사업모델이 지속 가능한 사회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줘야 후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임팩트의 측정 역시 매우 중요해진다. 따라서 단순한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지표 수립을 통해 해당 사업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비영리기관과 후원자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의 정도가 깊어진다.
비영리기관과 후원자는 투자 펀드에서 나오는 GP와 LP의 역할과 비교될 수 있다. 즉, 펀드를 운영하는 주체인 GP(General Partner)의 역할을 NGO가, 펀드에 자금을 투자하는 LP(Limited Partner)의 역할을 후원자가 담당하는 것이다. NGO는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후원자는 LP로서 후원금을 제공하고 그것의 사용과 성과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관과 후원자는 전통적인 기부자-지원 기관 관계를 넘어서는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 즉 서로의 역할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면서 협력의 깊이가 상당히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3.이렇게 될 때 함께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문제는 결국 후원자의 비전, 사명 실현과 연결될 수 있다.
상당수의 투자관점의 후원자들은 기관과 사업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짐을 보게 된다.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과 시간을 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후원자들은 우리 기관의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원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성향의 후원자들은 그들의 비전 또는 사명의 실현이 결국 그들이 하고자 한 후원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의 사업이, 우리 기관의 사명이 후원자의 사명과 맞닿아 있다는 것, 우리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의 목표와 과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멋지고 가슴벅차는 일이다.
결국 후원자가 투자자가 될 때 기관은 사업의 역량이 강화되고 그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또한 후원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조직과 직원이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후원자와 기관은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변화의 주체자로서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가장 중요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결국에는 후원자와 기관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평생의 과제가 해결되고 각자의 신념이 실현되는 풍성한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 까 싶다. 물론 짧지 않은 여정이다. 긴 여정을 각오하고 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때 우리는 더 큰 변화를 향한 성숙한 파트너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