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김경숙님의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를 읽고
호기롭게 제목을 저렇게 적어두었는데 언젠가 저 문장을 더욱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정김경숙님의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를 읽고 나도 내가 하는 모금을 저렇게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는 미국 트레이더 조의 성공전략에 대한 내용이다. 구글 임원까지 했던 저자가 레이오프를 겪고 난 후의 다음 행보라 흥미로운 마음으로 책을 들여다 보았다. '제품을 팔지 않고 사게 하는' 트레이더 조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비영리 기관에서 하고 있는 우리의 모금은, 특히 고액모금은 어떠해야할 지 생각해보자.
1.모금의 시작은 '진실성(Integrity)'에서 부터
(중략) 감자를 두 알을 골라 계산대에 올렸으 때도 마찬가지였다. 캐셔는 감자를 살펴보고 흠집을 찾고선 이걸 보았는 지 물었고 다른 감자로 가져다줄지 물었다. 6~7개 사과가 들어있는 1kg짜리 사과 한 봉지를 집어 왔을 때도 이리저리 사과를 돌려보더니 멍이 심하게 든 사과 하나가 섞인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더니 금세 새것으로 가져와 계산해 주었다.(중략) 트레이더 조 캐셔들은 고객인 나보다 더 까다로운 매의 눈으로 제품 하나하나를 살펴 보면서 '우리 고객이 최상의 제품을 갖고 가는지'를 확인했던 것이다. 계산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고객들의 눈에선 그야말로 하트가 절로 그려진다. 고객감동의 순간을 매번 실제로 경험하고, 이것에 감동한 고객들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이로써 이 마트에서의 장보기를 신뢰하게 되고 트레이더 조가 보여주는 진심과 진실성을 온몸으로 체험하도록 만든다.이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한 고객은 소비자를 넘어 '팬덤'으로 바뀌는 것이다.
트레이더 조의 캐셔들은 그들의 고객이 '최상의 제품'을 갖고 돌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경험을 한 고객들은 트레이더 조를 단순히 쇼핑을 위한 마트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애정을 갖는 브랜드로 느끼는 것이다. 고액모금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역할도 이와 같다. 우리의 기부자들이 최고의 후원을 경험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부자들을 진심을 다해 살펴야한다. 그들의 후원금이 최선의,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들의 신념이 현장에서 잘 구현되고 있는 지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달하는 보고서 한장, 현장의 스토리에 우리의 진심을 담아야한다. 후원자는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과 철학을 나누는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2.가치로 연결되는 후원경험, 그리고 MZ세대
MZ세대에게 소비나 쇼핑은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언어이자 선언이다. 트레이더 조에서 장을 본다는 말은 단순한 쇼핑 습관을 넘어서 나는 비윤리적인 제품을 거부하며 개념이 있는 사람 혹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는 윤리적 소비자 신념과 가치를 표현하는 장이 되었다.
온라인 판매를 일절 하지 않고 매장 내의 경험을 중시하는 아날로그 전략을 고수하는 트레이더 조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오히려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발견의 기쁨과 직접 체험을 통한 만족감을 더 중시한다. 여기에 더해 소핑 경험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가치와 정체성을 표현하며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부여한다. 오프라인 매정에서 마주하는 직원의 웃음, 시식코너에서 나누는 짧지만 밀도 있는 대화 등 온라인 공간이 제공하지 못하는 온기를 한껏 전달한다. 제품 설명들은 또 어떠한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순한 품목 축소 혹은 선택 제한 전략이 아니라 '큐레이션을 통한 소비자 경험 최적화 전략'이다. 큐레이션 전략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브랜드 신뢰감을 형성하며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안정된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엄선한 큐레이션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가 아닌 '이익'이 된다. 결국 선택을 제한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공하지 않음'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브랜드 철학을 담아낸 자신감의 표현이며 이는 오늘날과 같이 과잉선택의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전략이다.
MZ세대형 후원자들은 단순히 기부를 ‘돈을 내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후원은 곧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선언적 소비이다. 따라서 기관은 이러한 기부의 메시지가 명확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또한 MZ세대는 커뮤니티적 소속감을 강하게 추구하므로 무엇보다 그들의 정체성이 공유되는 커뮤니티를 운영해야한다. 아울러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피로감도 큰 세대이기에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경험을 통해 ‘진짜 감동’을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대형서점도 좋지만 소규모 동네 책방의 큐레이션 때문에 수고롭게 방문하는 사람들처럼 엄선한 후원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기관의 자신감과 '가치소비'의 파트너로 우리 기관을 선택하는 후원자의 자부심이 만날때 그 시너지는 극대화될 수 있다.
3.사람이 곧 브랜드 : 고액모금 담당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시간별로 제품업무와 고객경험 업무가 순환되도록 할당한다. 이러한 순환 근무 제도가 주는 큰 장점은 그 시스템의 단순함에 견줄 수 없는 고도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트레이더 조는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여러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선수를 칭하듯 직원들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여긴다."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인력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도 시사점이 있겠지만 고액모금에 한정해서 봤을 때도 여러가지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다. 고액모금을 담당하는 직원은 후원자에게 있어서 기관의 얼굴이자 기관 전체를 대표하는, 전문 컨설턴트 역할을 하게 된다.
고액모금을 하면서 어렵기도 하지만 동기부여 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인데 담당자는 내 업무 외에도 조직전반의 일들을 기부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한다. 정기후원부터 조직전반에 걸친 내용까지. 다양한 고객의 요청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트레이더스 조의 크루들처럼 우리 기관의 고액모금 담당자들도 그러한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사이먼 시넥의 말처럼 직원의 자발성과 감정이 브랜드 애착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결국 모든 것은 직원, 즉 사람에서 시작된다. 이렇듯 어디서나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만, 리테일 매장에서는 고객을 접하는 직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고객 감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레이더 조는 창업 때 부터 '직원이 만족해야 고객을 만족하게 대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업계 최고의 급여와 의료지원 정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역할을 위해서는 담당자 한 사람의 역량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트레이더 조가 직원의 자율성과 인간적 존중을 기반으로 최고의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듯, 고액모금 조직 역시 직원 만족이 곧 후원자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적 철학이 필요하다. 담당자가 기관의 사명에 감동받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 그 감정이 후원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트레이더 조의 캐셔가 한 알의 감자를 살피듯, 우리는 한 명의 후원자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그 진정성이 쌓일 때, 후원자의 경험이 자부심으로 연결될 때, 우리 직원들이 먼저 기관의 비전에 찐팬이 될 때 우리는 ‘기부를 요청하지 않고 동참하게 만드는 모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