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의 대변혁>을 읽고
2000년에 출간된 Kay Sprinkel Grace의 저서 <기부문화의 대변혁>에는 '변혁적 기부'라는 개념이 나와있다. 영문 제목은 High Impact Philanthropy: How Donors, Boar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Can Transform Communities이다.(한국어 번역본인 '기부문화의 대변혁'은 이미 절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액모금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그 시기에 '변혁적 기부(Transformatial Giving)'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기부문화가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는데 내가 지금 고민하는 내용들이 이미 미국에서는 20년전에 고민한 거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이후로 우리나라 NGO에서도 초고액후원이 등장하면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변혁적 기부'에 대해서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보았다.
1.변혁적 기부란 무엇인가?
변혁적 기부란 기부자가 자신의 재원을 통해 사회의 근본문제 해결을 목표로 조직과 함께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창출하는 고액,임팩트 중심의 기부방식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기부'와 '혜택'이라는 교환 중심의 거래적 기부(Transactional Giving)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단순히 돈을 주는 기부에서 벗어나 사회변화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투자적 파트너십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학교 한 곳을 지어주는 것이 전통적 기부였다면 변혁적 기부는 해당 지역의 교육 시스템의 전환을 유도하는 기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부는 명확한 문제해결이라는 목표를 갖고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며 이를 통한 확장 가능성을 꾀한는 임팩트 투자적 접근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2.변혁적 기부가 왜 변혁적인가?
변혁적 기부자는 내가 실행한 기부가 한 사람을 살렸다는 효능감을 뛰어넘어 나의 기부가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모금을 하는 기관 역시 단순히 기부금을 모으는 기관에서 벗어나 사회의 변화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기부는 단기적인 구제,자선에서 벗어나 장기적 자립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변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비전의 '후원을 멈추는 후원'은 이러한 변혁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는데 도움을 받는이들을 empowering 하는 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닌 '진짜 변화'와 후원이 멈추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3.변혁적 기부는 기부 이상의 것, 투자이다.
'이제 기관들은 기부와 기부자들이 투자와 투자자라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이들 투자자들은 투자한 만큼 가치와 재정적 안정을 기대하고 꾸준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기대하며 그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연관되도록 초대받기를 기대할 뿐만 아니라 기관 내의 행정가는 물론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기대한다' - <기부문화의 대변혁> 중 -
투자자는 재무적 수익을 기대하 듯 변혁적 기부자는 사회적 수익을 기대한다. 특히 해당 기부로 어떠한 변화를 만들것인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떠한지 등을 고려하게 된다.
투자적 성향의 변혁적 기부는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물론 실패 가능성도 전통적인 기부에 비해 훨씬 높을 수 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핵심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으며 투자자로서의 기부자 역시 기부 프로젝트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여 목표와 전략을 함께 설정하는 등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된다.
우리나라 모대학에 장애인고용을 위한 자회사 설립을 위한 자금 기부를 실천한 한 대표님의 사례는 대표적인 변혁적 기부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해당 기부가 정책,제도수준의 변화를 유도하였고 사회비용 감소와 고용증대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 중 하나인 프리실라 챈 & 마크 저커버그 재단의 활동 역시 혁신적 기부의 많은 시사점을 갖고 있는데 기부+R&D+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결합한 제한없는 전략, 기술 기반의 문제해결을 지향하고 있는 점, 무엇보다 '21세기 내 모든 질병을 퇴치하겠다'와 같은 장기비전을 갖고 실행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변혁적 기부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모금기관은 기부자와 기부금, 기부자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변혁적 기부자는 늘 혁신적인 해결책을 원하기 때문에 기존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델과 협업을 시도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것이 모금부서만의 일이 아닌 조직 전체가 변혁적인 사고를 공유할 때 진정한 의미의 '변혁적 기부'가 꽃을 피울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