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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Feb 13. 2020

콘크리트? 목조주택? 집이 숨 쉬는 목조주택이 낫더라.

근데 상량식은 꼭 해야하나??

와신상담(臥薪嘗膽) : 누울 와, 섶 신, 맛볼 상, 쓸개 담

  - 뜻을 이루려고 어려움과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뜻함.

  - 그저 참고 참는 것이 건축주의 미덕. 내가 돈 주는건데 어느새 내가 을.

오월동주(吳越同舟) : 오나라 오, 넘을 월, 한가지 동, 배 주

  -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같이 있게 된 것을 뜻함.

  - 상량식까지 왔더니 미운정 고운정. 건축업자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대안이 없음.

전화위복(轉禍爲福) : 구를 전, 재앙 화, 될 위, 복 복

  - 화가 바뀌어서 도리어 복이 됨.

  - 고된 경험을 하고 나니, 이제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음. 다 잘될 것 같은 기분.

괄목상대(刮目相對) : 깍을 괄, 눈 목, 서로 상, 대할 대

  - 재주나 학식이 놀랍도록 성장함

  - 집이 지어질수록 놀랍도록 성장하는 나의 모습. 한번 더 지으면 정말 잘할 거 같음.




2014년 11월 20일 경

콘크리트 집 골조 공사가 끝났다.


우리가 콘크리트 집을 짓기로 한 것은, 그 당시 춘천에서 비가 많이 오는 날 펜션이 산사태에

묻혀버렸던 안타까운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당시도 어떤 자재로 지을까 고민했지만, 그 때까지만해도 전원주택 건축은 샌드위치 판넬 아니면 콘크리트 주택이 대세였다. 우선 집을 튼튼하게 지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콘크리트 주택으로 결정하였다.


기초공사는 콘크리트나 목조나 거의 비슷하므로,

지난 글에서는 처음 건축했던 기억을 기록하였다.


골조공사는 보통 아무 일이 없다.

그냥 설계도대로 지으면 끝이다.


콘크리트는 거푸집을 대고, 철근으로 엮으며,

그 안에 단열을 위한 스티로폼을 대고

콘크리트를 붓는다.


목조는 레고 조립하는 것처럼 과정들이 보이는데,

콘크리트는 거푸집에 쌓여 있고,

안에 위험한 자재들이 많아서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다.

이런 모습이다. 사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설계도대로 하겠지하는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에어컨 기사가 콘크리트가 잘 뚫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됐지 뭐.
거푸집을 떼어낸 후 모습이다. 하얀색이 스티로폴 단열재다. 아시바를 설치 중이다. 아시바를 설치해야 외부 마감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골조공사가 끝나면 건축이 반은 끝난 것으로 본다. 나 역시도 그랬으며, 골조공사가 끝나고 나면 상량식이라는 것을 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기둥에 보를 얹고 그 위에 처마 도리와 중도리를 걸고 마지막으로 마룻대를 올림. 또는 그 일"을 의미한다. 조선시대에 건축하는 방식에 따라 상량을 올리는 의식을 말하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의 건축주 입장에서는 그냥 "골조 끝났으니, 고생했다고 술 한잔 사주는 것" 정도이다. 예전에는 건축주가 고기도 구워주고,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집 주변에 막걸리도 뿌리고 했던 것 같다. 요즘은 보통 골조 끝나면 건축업자들 회식하라고 돈을 드린다.


상량식은 계약에 정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상량식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건축주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차 말했지만, 설계도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초보 건축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잘해주세요" 부탁하거나, 부지런히 간식을 가져다 드리는 것 뿐이다. 그렇다고 건축하는 과정 내내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혹여나 건축 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무언가 하자를 숨겼을까봐 노심초사한다. 어쩌다 하자될 만한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크지 않으면 그냥 못본 척 넘어간다.


건축주가 소심해서? 건축주가 몰라서 넘어가나?

아니다. 몰라서 넘어가는게 상당수이지만, 알고도 넘어가는게 상당하다. 내 돈 내주고 내가 일을 시키는건데, 건축은 분명 갑과 을이 바뀌어 있다. 시골 전원주택 하나 짓는데 무슨 의사 정도의 뛰어난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잘 모르는 분야이니 건축업자를 전문가로 믿고 기꺼이 '을'이 되어주는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시멘트 껍데기를 건물에 쑤셔 넣으면 안되는 것 쯤은 알고 있고, 사용하는 자재보다 버리는 자재가 더 많은 것 정도는 눈에 딱 보이니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하나 하나 얘기하면, 자기가 없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모른척 하는 것이다.


상량식은 계약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회식비를 주던지 말던지 건축주 마음이다. 0에서 시작하여 주면 '+'이고 안주면 '-'인게 아니고, 안주면 '0'인 것이다. 현실은 안주면 100% '-'이다. 왜냐하면 어느 현장이나 주기 때문에 건축업자들은 마음 속으로 '+'인 상태가 '0'인 것이다. 그러니 안주면 '-'가 된다. 몇 차례 집을 짓는 경험을 해보니 상량식에 대한 재미난 경험이 많았다. 건축업자 입장에서도 당당하게 회식비 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번은 출장 때문에 골조 거의 끝나갈 때 쯤 현장에 가보니 중간급 목수 한 분이 "여름에 너무 더워서 몸이 허약해서 힘들어죽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순진하게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아이고, 쉬엄 쉬엄 하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하면서 아주 시원하게 살얼음이 낀 생수를 가져다 드렸다. '허약'이 핵심인데, '더워서'를 중요한 키워드로 생각한 것이다. 눈치 빠른 와이프가 뒤에서 상량식 얘기를 얼른 먼저 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아차, 내가 출장 때문에 깜박했구나" 하고는 바로 건축소장에게 가서 상량식 어떻게 해드릴지 물어봤다. "아니, 나는 오히려 상량식 하면 방해돼요. 일찍 끝내야하지, 다음날 술먹었다고 늦게 오지. 나는 좋을게 없어요. 일하는 사람들만 좋은거지" 이렇게 열번은 꼰 답이 왔다. 그냥 돈 달라는거다.


고민할거 없다. 까먹지 말고, 지붕 올라갈 때 쯤 건축소장에게 상량식 어떻게 할까요 물어보고, 베베 꼬아서 안줘도 괜찮지만, 주면 땡큐라는 답이 오면, 봉투에 애정을 담아 돈을 주면 된다.


50만원 ~ 80만원 정도다. 평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다른 집들 주는거 보니, 30평 정도 목수 3~4명이면 50만원 정도, 그 이상이면 80만원 안에서 적당히 맞춰주면 된다. 집 짓는 과정에서 잠시 다녀갔던 포크레인 기사나, 설비업자, 전기업자 등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골조 공사에 참여한 핵심 목수들 기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돈 주는게 마음 편하다. 옛날처럼 고기 삶고, 막걸리 준비하고, 고사 지내고 등등 보통 일이 아니다. 가끔 어르신들 중에 고사는 안지내도 대들보에 북어를 실로 묶어 놓으시는건 봤다. 아. 우리는 가족이 싸인도 했다. 어차피 마감재로 다 가려지는 자재니까, 가족이 한마디씩 적어 놓은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골조가 끝나면 기분이 좋다. 집의 형태가 나왔기 때문이다. 집 다 지은 것 같다. 내 경험에 의하면 골조가 끝나면 집 짓기 전체 공정에서 약 30% 정도 끝난거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스트레스 정도로 보면 약 10%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골조공사는 설계도대로 그냥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에 안들고 뭐고 할 것도 없다. 골조 이후에 내장, 설비, 보일러, 싱크대, 도배, 현관문, 중문 및 방문, 욕실기구, 창호, 바닥재, 조명, 방수, 단열, 데크 등등 결정해야할게 쏟아진다. 이 때부터 건축업자와 계속 상의해야한다. 내가 이 과정들을 다 알고서, 어떤 자재를 사용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았다면 걱정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마음에 별 생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건축주가 별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무엇을 결정해야할지 잘 모른다.


마감으로 스타코까지 하얀색으로 칠해놓으니 그럴싸하다. 창호도 달아놓았다. 이제 외관 공사는 끝이 났다. 비로소 건축의 절반이 끝난 것이다. 느낌은 완공된 것 같다.




나는 건축업자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대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자재는 비싸다. 손이 많이 가는 자재는 인건비가 많이 든다. 그러나 건축주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데크재를 일반 레드파인을 쓰면 하루면 끝날 일을 단단한 천연목재를 사용하면 이틀이 걸리므로, 인건비가 두배로 들어간다. 나무에 피스가 안들어가므로 하나 하나 다 드릴로 구멍을 낸 다음에 피스 작업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건축주는 잘 모른다. 설명이 부족한 건축업자를 만나면, 그저 작업하기 귀찮으니까 안하는걸로 오해하기 쉽다. 건축과정과 자재 비용 등이 투명하고, 건축업자가 받을 돈만 받아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가 핸드폰 살 때 핸드폰 판매업자가 할부원금을 말해주지 않고, 몇개월 약정할건지, 핸드폰 사용한지 얼마나 되셨는지, 어떠한 요금제를 사용하실건지 먼저 물어보는 것과 같다. 그냥 심플하게 할부원금 얼마고 2년 약정하면 얼마가 할인되는지만 설명해주면 간단할 것을, 베베 꼬아서 물어본다. 이유가 무엇인가. 헷갈리게 해서 결국 단 돈 10만원이라도 핸드폰 판매업자가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다.


건축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무엇에 돈이 들어가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건축업자의 입장도 약간은 이해가 간다. 얼마라고 말해놓고 돈이 더 들어갈 위험도 있으며, 날씨에 따라 불규칙하게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하자가 발생할걸 대비해서 예비비도 빼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무슨 아파트 짓는 것도 아니고, 꼴랑 40평 내외의 시골 전원주택 하나 지으면서 그렇게 많은걸 고려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인건비와 자재비로 나뉜다. 아. 거기에 목수가 직접 하기 어려운 과정은 자기들도 통으로 다른 업자와 계약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인건비와 자재비가 섞여 있어서 굳이 구분하기 어렵다. 전기업자에게 평당 12만원을 주는 것은 인건비와 자재비로 나누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업은 인건비와 자재비로 나눌 수 있다. 처음부터 계약을 자재비와 인건비로 나누어 계약했다면, 내가 원하는 자재로 바꾼다면 그 비용만 추가로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까다로운 자재라서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면 그만큼을 더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건축업자와 건축주 사이에 참 어려운 대화가 있다. 바로 "돈"이다. 건축업자는 공정 중간 중간에 돈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를 하면 좀 쪼잔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돈 돈 거리는 것 같아 얘기하기를 꺼린다. 반대로 건축주는 내가 더 고급 자재로 바꾸기로 했으므로 자재비를 더 주는건 당연한건데, 뭐 바꿔달라고하면 건축업자는 인상부터 쓴다. 나는 그래서 건축을 하면서 돈 얘기가 쉽게 오고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물론 대화가 잘 통하는 건축업자에 한해서 하는 얘기다. 건축주도 알아야 한다. 공정을 바꾸거나, 없는 공정이 생기거나, 자재를 바꾸면 인건비가 더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두배씩 들어가고 그런건 아니다. 나는 요즘 집을 지을 때면 건축업자에게 편하게 얘기한다. 골조 끝나고 내장 공사 들어가기 전에 물어본다. 단열재 뭐 쓰실거예요. "2등급만 해도 충분해요. 외부 스타코 단열도 들어가니까 2등급만 해요"하면, "제가 자재비는 더 드릴테니까 1등급으로 쓰죠." 아무 문제 없다. 자재를 다르게 시키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잘 모르면 건축주들은 자재 들어오는 날 몰래 이것저것 자재 들춰보고, 핸드폰으로 검색하기도 한다. 그리고 2등급인걸 알게 되면, 건축업자가 머리 굴린다는 생각에 속상해한다. 그게 아니다. 2등급만 해도 충분하다. 건축허가 내는데 문제 없다. 실제 사는데도 크게 문제 없다. 건축과정을 하루만 공부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건축업자를 만나면, 자재를 시키기 전에 어떤 자재를 주문할 것인지 미리 상의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건축이 안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해보니 충분히 가능하다.

자재비와 인건비 나눠서 건축업자와 상의하는 방식을 정리해보자


1. 자재비와 인건비를 나눠서 견적서를 받는다.

2. 인건비는 깎지말자. 인간적으로다가.

3. 견적서에 전체 금액의 10%를 수익으로 잡던지, 인건비 20%가 더 들어갈 계산을 미리 해두자

4. 모든 건축자재는 단가표가 있다. 정확히는 모르더라도 들어오는 자재의 단가를 알려달라고 하고, 더 나은 자재를 쓸건지 건축업자와 상의하자.

5. 예를 들어, 설계도에는 창호 사이즈만 나온다. 어떤 브랜드, 어떤 방식, 어떤 두께냐에 따라 천지차이다. 중간 정도로 계약했다면, 고급 창호로 쓰고 자재비만 더 주면 되는 것이다. 단가표가 있으므로 명확하다.

6. 5번 과정에서 자재비를 남겨 먹는 일부 업자가 있다. 업자끼리 짜고서 하는 것이다. 자재업자와 직접 얘기해도 이미 서로 얘기한게 있어서 마찬가지다. 참 투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업자를 만난다면 알면서 속아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7. 자재 변경에 따라 인건비가 더 들어가면 솔직히 말해달라고 하자. 이미 남길거 다 남기면서도 인건비 더 들어간다고 말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다. 건축주도 무엇이든 변경할려면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걸 알자.

8. 오히려 자재비를 아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시스템 창호를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리창이 두개인 이중유리의 이중창호를 선호한다. 가격은 더 저렴하다. 인건비는 똑같다. 이렇듯 자재비가 투명하면 오히려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건축이 가능할려면 우선 대화가 통하는 건축업자를 만나야 한다. 건축주도 물론 무조건 의심만 하고 볼게 아니라, 제 값 주고 집을 짓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긴, 제 값 안줄려는 건축주가 얼마나 되겠는가. 건축업자가 제 값인지, 더 붙인 금액인지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의심할 수 밖에.


우리는 집을 완공하고 다시는 집을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건축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주로 있으면서 가꿔나가는 것은 아내인 경우가 많다. 가정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남편보다는 아내가 집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축은 또 남편의 영역에 가깝다. 일하시는 분들이 남자들이기 때문에 거친 대화를 하고, 위험한 장비도 다루고 할려면 아무래도 남편이 관여해야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보니 "건축" 담당 남편과 "거주 공간으로서의 집" 담당 아내의 견해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으며, 건축업자와 대화가 잘 되지 않으면 가정에도 불화가 생길 수 있다. 실제 건축 현장을 다니다보면, 부부가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건축업자를 만나면, 이렇듯 모든 것이 힘들어진다.




우리가 집을 완공하고 펜션을 시작한 것이 2015년 5월이었으며, 2015년 봄 쯤 되니 다시 한 번 집을 지으면 잘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또 꿈틀거렸다. 첫 건축은 펜션이었으므로, 어차피 우리는 우리 가족이 살아야할 집을 지어야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일을 저질렀다. 일단 설계사들 만나서 상의해보자는 생각에 설계사 한 두번 만나보다가, 괜찮은 설계사를 만나니 "아. 진짜 또 지어볼까"하는 생각이 확신이 되었다. 처음에 콘크리트로 집을 지어서, 다른 자재로 지어보고 싶었다.


ALC 조적과 목조 주택. 아니면 저렴하게 벽돌집.  

고민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평 당 통계약을 해서 콘크리트 주택을 지어본게 전부라서 건축의 경험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여기 저기 설계사를 만나보니, 벽돌집은 이제 아무도 짓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었다. 너무 옛날 방식의 건축이었다. 결국 ALC와 목조. ALC로 지은 집들을 구경하고 마음에 들었었다.


그 당시 우리 동네는 우리집을 시작으로 온 동네가 전원주택 건축이었다. 우리가 전기, 수도, 오패수관, 길 포장 등등을 다 해놨더니, 거기에 딱딱 연결만 해서 줄줄이 집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수도와 오패수관, 도로 등등은 사인이 했다고 하더라도, 기부 형식이 되어서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한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동네가 전원주택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었다.


주변이 건축현장이면 길은 난장판이 된다. 우리 펜션 주차장은 공영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공사 차량들, 쓰레기 태우는 냄새 등등으로 동네 현장과 다투기 일수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덕분에 정말 다양한 건축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다투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자주 마주쳐야 하기에 나중에는 인사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는 사이가 되기도 하였다. 포크레인, 골조, 스타코, 전기, 설비, 도배, 장판, 싱크대, 징크, 창호, 조경 등등 새로 들어오는 업자마다 우리 펜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다투는 과정이 계속되다 보니 자연스레 건축의 과정을 알게 되었다. 아, 오늘 마루 업체가 다녀갔으니, 다음에는 싱크대 업자가 오겠구나. 이런 식이다.


덕분에 많은 공부를 하였다. 거의 완공된 집은 살짝 들어가서 둘러 보기도 하고, 최신 건축물 디자인도 많이 경험하였다. 거의 90%가 목조주택이었다. 경량목구조의 목조주택을 먼 치에서 봤을 때는 저렇게 집을 지어도 괜찮나 싶었다. 너무 약한거 아닌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었다.


가까이서 현장을 보니 완전히 달랐다. 굉장히 과학적이었으며, 구조적으로 너무나 단단한 집이고, 나무 자재들도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무엇보다 거의 완공된 집을 들어가보면, 집이 삭막하지 않고,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기보다는 심리적인 느낌이 컸을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목조주택 경험으로 보면, 분명 집이 더 숨쉬는 느낌이다. 계절따라 나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바깥과 실내가 완벽한 단열이 되어 있으면서도, 너무 단절되지는 않은 그런 무언가 친화적인 느낌이 있다. 도시 건축물보다는 시골 전원주택의 느낌이 강하다. 여러가지로 참 편안하다.


이러한 이유로 목조주택으로 결정했다.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설계사도 목조주택 경험이 많은 설계사라서 우리가 목조주택으로 하겠다고 하니, 아주 반겼다.



이렇게 두번째 집이 시작되었다.

목조주택. 우리가 단지 살기 좋은 집을 짓겠다고 선택한 자재이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몰랐다. 목조주택 건축 과정이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지를. 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두번째 집짓기에서 "골조대장"을 만나고, 이 골조왕을 통해 건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콘크리트 주택. 아주 튼튼하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서울에 집을 짓는다면 콘크리트로 지을 것 같다. 도시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그러나 시골의 전원주택은 자연과 더불어 목조로 짓는게 맞는 것 같다. 집 짓는데 정답이 어디있겠는가. 취향도 다 다를텐데. 나는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목조주택에도 석고보드, 본드, 페인트 등등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들도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나는 그래도 목조주택이 숨 쉬는 것 같아 너무 좋다. 나 혼자만의 느낌이지만 겨울되면 집이 줄어들고, 여름되면 집이 커지는 것 같다. 수축과 팽창을 하는 것 같다. 그냥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우리는 요새 골조대장과 집을 짓는다. 나에게는 집을 같이 짓는 건축업자이자 스승님이다. 골조대장이라고 하니까 좀 웃긴다. 간단히 말해, 집을 다 짓는 업자가 아니라 전국을 다니면서 골조만 치고 다니는 업자이다. 모든 건축과정을 다 알지만, 골조를 워낙 잘치니 골조만 치고 다녀도 시간이 모자르다고 한다. 원래 단지가 아닌 개인주택은 안 짓는 분인데, 여러번 싸웠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골조대장은 그냥 내가 붙인 별명이다. 골조대장을 만나 여러채집을 지으면서, 집 짓는 법을 배웠다. 물론 내가 망치 들고, 타카 들고 직접 집을 짓는 것은 아니다. 건축 과정마다 업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따로 따로 맡기는 것이다. 건축소장의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자연히 건축 소장의 인건비와 수익이 남게 된다. 그걸로 실제 일하시는 목수들의 인건비를 조금 더 챙긴다면, 건축비도 많이 아끼고, 더 나은 집도 짓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콘크리트 집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려고 한다.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골조가 끝난 이후의 과정은 콘크리트나 목조나 똑같다. 다음부터는 골조대장을 만나 직접 집 지은 얘기를 하고자 한다. 정말 집 짓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단 한번도 얼굴을 붉힌 일이 없었으며, 자연스레 가정도 편안하였다. 내가 경험한 재밌는 집짓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직접 지은 목조주택 과정을 통해, 앞으로 집을 지으려는 분들이 집 짓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업자가 아니다. 건축 경험을 여러번 했다고 하더라도, 건축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건축주로서 건축업자를 상대하고, 건축과정을 건축주 입장에서 여러번 경험한 것 뿐이다. 그래서 건축주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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