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서준파파 Feb 09. 2020

건축업자는 건축주가 현장에 오는걸 싫어한다.

첫 날부터 건축업자와 싸울수도 없고.

2014년. 10월.

이제 첫 집 건축을 위한 토목 공사를 마쳤으며, 드디어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기초공사를 하기로 한 날 포크레인이 집 터 주변을 다지는 것을 보니, 그 감격은 뭐라 말하기 힘들게 벅차올랐다.


내가 집을 짓다니.


34살. 아직 대학 졸업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집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격 그 자체였다. 건축 시작 첫 날. 평일이라 회사에 반차를 내고, 마음 편하게 건축업자와 믹스커피도 먹으면서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갔다. 건축업자들도 첫 날은 현장에 와서 진을 치고, 각종 공구와 다과들을 셋팅하느라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현장 사진을 와이프와 공유하고, 희망찬 대화와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회사에 출근하였다. 양평에서 잠실까지 50분 정도의 거리라서 이 정도면 다닐만하고,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아 차 안에서 노래를 크게 부르며 회사를 갔던 기억이 있다.


주말쯤이면 기초공사가 끝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고, 양 가 부모님도 오시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건축업자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실시설계가 나오지 않아 전기 배선 설계가 없으니, 전기업자와 상의하여 콘센트 및 전구 위치를 미리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얘기하고, 후다닥 달려갔다.



전기업자와 다니면서 "여기에 TV놓을 거고요. 여기 에어컨 설치할거고요." 라고 하면서 전기 배선을 상의했다. 막상 와보니 정말 놀랐다.

 기초 공사라고 해서 그냥 집 짓기 전에 바닥을 두껍게 콘크리트 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 기초공사에서 설비 배관, 전기 방향 등이 끝나버린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아직 결정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 설계만 가지고 우선 공사를 시작했으므로, 정확하게 화장실 안의 인테리어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가구, 가전도 어떻게 놓을지 결정한 바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다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이것을 나의 무지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의 일정과 내가 결정할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업자를 탓해야할까.


그 때는 미리 알려주지 않은 업자를 탓하면서 분노하였다.

물론 그 앞에서는 웃으며 내 잘 못이라고 했지만, 돌아와서는 지 멋대로라고, 별의별 욕을 다했다.


몇 번 집을 지어서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어떨까.

여전히 나쁜 업자다. 그 사람 잘못이다. 


당연히 건축주는 초보라서 아는 것이 없고, 건축업자들도 어떠한 결정을 건축주가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건축주도 자꾸 들여다보면, 계획이 바뀔 수도 있고, 무언가 흠집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되도록 말을 안하는 것이다. 이 날 전기 배선도 건축업자는 전화로 상의하라고 했지만, 내가 뭔가 찝찝하여 찾아갔던 것이다.


검정색 작은 파이프 같은 것이 전기 배선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중에 전기줄을 집어 넣기 위해 빈 파이프를 미리 넣어놓는 것이다. 저걸로 전기 기본 설계가 끝나버린다.



그렇다.

건축업자는 기본적으로 건축주가 오는걸 싫어한다.


말이 나오기 전에 다음 공정으로 가버리면 앞 공정을 덮어버릴 수 있다.

건축주가 설계도를 잘 볼 줄 모르니, 그냥 설계도대로 했다고 하면 끝인 것이다. 주변에 집 지으시는 분들 보면, 자주 가보지 않은 현장에서 꼭 소송도 일어나고, 멱살도 잡는다. 건축하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잔디 심을 정원에 뭍어버리는 일도 부지기수고, 외단열 후 스타코 작업을 해야하는데, 외단열 하지 않고 스타코로 덮어버리면 그 안에 단열재가 들어갔는지 안들어갔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런게 바로 하자를 일으킨다.


현장을 매일 가야한다.

그래서 설계가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설계를 제 돈 주고 했다면, 이런 과정을 설계사가 다 확인한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서 앞선 공정이 궁금하면 자재 사온 영수증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설계사가 나오는 현장은 건축업자가 장난을 치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집들 건축 현장까지 수 많은 현장을 보면서, 자재나 시공 방법에 있어 장난을 치지 않는 업자를 딱 한 명 보았다. 나머지는 100% 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장난을 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축업자가 몇 푼 아끼려는 노력 때문에, 집에서 사는 내내 골치 아픈 하자를 안고 가게 되는 것이다.


첫 날 가보고 다음날 내가 현장을 가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일이 생길 뻔했다.


바로 설비 배관의 문제였다. 

엥? 그게 뭐? 하겠지만, 설비 배관이 우리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우리는 펜션을 계획하고 있었으므로, 스파를 넣어야 하는데, 배수구와 벽 두께 등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스파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건축업자는 이렇게 작은 화장실에 어떻게 스파가 들어가냐며, 작은 욕조 정도는 넣을 수 있게 공간을 빼준다고 했다. 이런 XX 자식이. 분명히 처음부터 스파 펜션이라고 얘기했는데, 우리 계획 전체를 이 건축업자 한마디에 다 무너져버리게 생긴 것이다. 그것도 갑자기 오게 된 현장에서 말이다.


알고보니 이 건축업자가 설비 전문가를 쓰지 않고 자기가 직접 설비를 하였으며, 설비 기술이 미숙함해서 변기 배관을 설계도 반대 방향으로 작업해둔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 철근 묶는 작업을 다 해버렸으니, 스파를 놓을 공간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 날 내가 가지 않았다면, 큼지막한 화장실에 변기는 오른쪽 끝, 세면대는 왼쪽 끝에 있고, 그 사이에 작은 코너 욕조가 들어갈 뻔 했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평 당 통계약을 체결하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물론 나의 무지함도 함께했다.


기초공사를 바닥에 콘크리트 까는 것으로 알았지, 이렇게 설비 배관과 전기 배선을 다 작업해버리는 줄 알았는가. 실로 공사 일정 중 가장 중요한 날 중의 하나이다.


결국 약간의 얼굴을 붉히면서, 한편으로는 갖은 애교를 부리며 부탁을 했다. 나중에 인건비 추가할거라고 으름장을 놓더니만 다시 철근을 떼어내고 설비 배관을 이동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니 펜션 객실 5개로 화장실 5개의 배관을 옮기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참 내.

1시간이면 끝날 것을 가지고, 그거 귀찮아서 건축주가 스파 펜션을 하겠다는데, 욕조펜션을 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나도 모르게 건축업자 눈치가 보여서, 그냥 스파 없이 갈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저 아래부터 분노가 올라온다. 각종 잔소리를 들으며 점심 사드리는 것으로 이 수고는 끝이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가 실수한 걸 알았지만, 건축업자는 일부러 건축주가 부탁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기잡기"다. 건축업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건축주 기를 잡아놓아야 건축할 때 편한 것이다. 그래서 기초 공사할 때 설비 등을 통해 건축주가 부탁하도록 만든다. 거짓말 같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 그러니 순진한 건축주들은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콘크리트로 덮으면 기초공사는 끝이 난다. 검정색 전기 배선 파이프, 하얀색 설비 배관 파이프가 나와있다.


기초 공사 시 꼭 건축주가 참여해야 한다.


기초 공사 시 유의해야할 점 몇 가지 적어본다.


1. 기초공사 때 반드시 참여한다.

2. 철근의 두께를 확인한다.(확인한다고 해서 바꿀 수는 없지만, 그냥 아는 척 하는 것이다)

3. 미세하게 크기를 조정하거나 확인하고 싶을 때는 "전"이라는 단어를 쓴다. cm를 의미한다. 이것만 말해도 그리 무시 당하지 않는다.

4. 전기 콘센트, 스위치 등 전기가 놓일만한 곳을 충분히 생각해야한다. 약간은 나중에도 바꿀 수 있다.

5. 변기, 세면기, 싱크대 위치를 정확히 확정해야한다.

6. 기초 높이를 확인한다. 무조건 두껍게 칠 필요는 없지만, 20cm 정도만 치는 업자도 많다. 최소 60cm는 쳐야한다.

7. 다음날도 덜 말라서 미끄러울 수 있으니, 이틀은 지나서 밟는다. 다칠 위험이 있다.

  

기초공사만 끝나도 마음이 벅차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다. 겨우 이걸로 무슨 집이 올라가나 하지만, 실제로 집을 지으면 커진다.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파펜션이 되지 않고, 작은 욕조만 있는 펜션이 될 뻔했다. 하도 스파가 들어갈 자리가 안된다고 해서 변기 위치 이동하는 것 말고도, 화장실 크기를 조금 더 넓혔다. 이런 것도 철근 위치 때문에 기초 때 다 정해야한다. 콘크리트 주택을 나는 이런 면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목조주택이라면 골조 공사할 때 변경할 수 있다.


화장실 크기를 더 크게 했더니 나중에 스파를 놓고도 빈 공간이 생겼다. 하... 정말 설계도대로 했으면 될 것을, 건축업자의 이상한 불만을 듣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었다. 건축주의 판단 탓일 수도 있겠지만, 집은 거의 대부분 처음 짓는다. 처음 해보니까 당연히 판단을 못한다. 이래서 대화가 잘 통하는 건축업자를 만나야 한다.


콘크리트 집을 짓는 동안은 고생한 기억만 있다. 목조주택도 처음 지을 때는 고생만 했다. 얼른 콘크리트 집 짓는 것에 대한 글쓰기가 끝나고, 즐거운 목조주택 짓기를 쓰고 싶다. 두번째 목조주택을 지을 때는 하루 하루 신나게 집을 지었다.


이제 기초공사가 끝났다.

다음번에는 골조공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4살 서울 촌놈, 시골에 집을 짓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