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파파 Jan 28. 2020

전원주택을 위한 시골 땅 보는 방법

시골의 부동산은 도시의 부동산과 다르다.

감언이설(說) : 달 감, 말씀 언, 이로울 이, 말씀 설

  -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

  - 부동산 업자들은 달콤한 말을 한다. 속고, 또 속았다. 결국 속아서 샀다.

마이동풍(馬耳東風) : 말 마, 귀 이, 동녘 동, 바람 풍

  -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음.

  - 부동산업자만 신뢰하게 된다. 다른 귀는 닫는다. 그래서 속았다.

일진일퇴(一進一退) : 하나 일, 나아갈 진, 하나 일, 물러날 퇴

  - 한번 나아갔다 물러섰다.

  - 시골 땅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밀당을 잘해야한다. 나는 못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 괴로울 고, 다할 진, 달 감, 올 래

  - 고생이 다하면 즐거움이 옴.

  - 어쨌든 첫 땅을 샀다. 집 짓기 전까지 잠깐의 행복이지만, 그래도 이 순간은 세상을 다 얻었다.




베이비를 위한 펜션을 운영해보겠다고 결정한게 2013년 9월 경이다.

그리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땅을 계약하고 터파기를 한 때가 2014년 10월이니, 꼬박 1년을 땅 보러 다닌 셈이다.  이렇게 1년을 땅 보러 다녀서 겨우 땅을 구매하였지만, 이 때까지도 시골에 땅 보는 법을 전혀 몰랐으며, 그저 오며 가며 보는 빈 땅들이 다 누구의 것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우리가 지금 이곳에 정착한지 약 2년 정도 지나서, 조금씩 마을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시골 땅 보는 법을 배웠다.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도 충격이었고, 왜 이 간단한 의심조차 하지 않았는지 나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우리가 땅 보러 다닌다는 얘기를 여기저기 하고 다녔더니, 이런 조언들은 있었다.


1. 동네 이장을 찾아가봐라.

2.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땅 있으면, 그 땅을 콕 찝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소유주를 물어보라

3. 토목업자들이 한번에 개발하는 땅은 사지마라

4. 땅에 길이 있어도, 지목상 도로가 아니면 집을 지을 수 없는 맹지다.


이 정도였다.


그러나 모르는 동네에 젊은 부부가 땅을 보러 가서, 좋은 땅이 어떤 것인지 콕 찝기도 어려우며, 뜬금 없이 마을 이장을 찾아간다는 것은 황당한 조언이기도 하다. 어떤 땅이 좋은 곳인지 모르는데, 지목까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다. 결국 땅보러 다닐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땅을 보러 가는 것이다.


네이버 부동산으로 여기 저기 땅을 구경하다가 괜찮은 곳이 있다 싶으면 부동산 업자와 통화하여,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만나서 우리가 땅을 구하는 목적과 원하는 사항을 말해주면, 하루에 3~4개 땅을 보여준다. 주말 아침에 땅을 보러 가기 위해 10시 정도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땅을 3개 정도 보고 나면 약 3~4시쯤 된다. 어두워지면 서울 돌아가는 차가 막히므로, 바로 돌아와 밥 먹고 집에 들어오면 7시 내외가 된다. 간 김에 땅을 열개 씩 보고 싶어도, 볼 만한 땅이 없다. 그렇게 한 두 달 씩 파주, 강화도, 용인, 양지, 가평, 양평, 경기도 광주 등을 돌아다녔다. 계속 실속 없는 땅을 다니다보면, 기대치가 저만치 아래로 떨어져버린다. 말도 안되는 땅만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네, 이렇게 이렇게 하면 괜찮아 지겠네 정도로 타협해버리고 만다. 그럼 실수를 하고, 부동산 업자 말에 넘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전혀 모르던 사실이 있었다.


우리는 서울에 아파트 알아볼 때처럼 네이버 부동산으로 알아보고, 현장에 가서 부동산 업자를 따라 다니면서 매물을 보는게 끝이였던 것이다. 동네마다 한 업자를 만나고, 이 사람과 2~3주 같이 다녀보다가, 물건이 없다고 판단되면 지역을 옮겼던 것이었다.


시골 땅은 그렇게 보는게 아니었다.

우리는 서울처럼 한 부동산을 가면, 부동산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좋은 땅을 찾아주기 때문에, 한 업자가 괜찮은 땅을 못찼으면 그 동네는 마땅한 땅이 없는 줄 알았던 것이었다.




오 이런!! 시골 땅은 업자들간에 공유를 하지 않는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즉 양평에 땅을 사기로 마음 먹었으면, 양평에 있는 아무 공인중개사나 만나서 제일 추천할만한 땅 1~2개만 보고, 마땅치 않으면 옆에 공인중개사에게 가면 되는 것이었다. 같은 지역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땅을 보여준다. 그러면 하루에 10개도 더 볼 수 있다.


당연히 어느 부동산 업자를 찾아가든 시스템으로 공유하여, 중개사비를 반반 나누면서 땅을 중개하는 방식인 줄 알았다. 기본적으로 시골 땅을 판매하는 중개사들은 공식적인 중개사비를 받지 않는다. 물론 중개사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건 당 1천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몇 평을 샀는지, 거래 대금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땅을 하나 중개하면 약 1천만원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것을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받는 업자가 있고, 매도인에게 일정 금액을 약속하고 그 이상의 판매 금액을 중개사의 수익으로 챙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업자끼리 땅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확보한 땅은 자기만 알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마다 확보하고 있는 땅이 다르기 때문에, 한 업자에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게를 들어가봐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모르는 동네에 땅을 구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그 동네 공인중개사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진작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많은 동네를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서 클릭만 하면 아파트 내부까지 다 볼 수 있는 시대에 동네 공인중개사마다 가지고 있는 땅이 다 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으로 인하여, 우리는 꽤나 고생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내 친한 군대 선임의 어머님의 소개로 양평에 부동산 업자를 만나 땅을 구매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업자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나쁜' 부동산 업자였다. '나쁜'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대체로 돈 관계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말의 앞 뒤가 상당히 다른 사람을 말하는 정도이다. 다행히 우리는 지역의 덕망 있는 분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라, 뒤통수를 맞기는 했지만, 아주 쎄게 맞지는 않았다. 우리가 여기에 자리 잡고 산 이후로, 그 업자에게 당했다는 사람이 4~5명 정도 찾아와 상담하고 갔으니, 우리는 그나마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시골에 땅을 사는게 이렇게 무섭다. 게다가 전혀 모르는 동네이니, 다소 비싸더라도 우리가 딱 원하는 땅을 찾은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우리가 땅을 찾은 조건은 이러하였다.


1. 서울에서 1시간 거리

2. 너무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곳

3. 읍내 등 생활권이 멀지 않은 곳

4.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있는 곳

5.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이 10분 내외에 있는 곳

6.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7. 펜션을 해야 하니 주택가 한가운데가 아닌 곳


우리는 거짓말 같이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땅을 만났고, 일주일 고민 끝에 계약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계약을 하고 집을 짓고 나니, 주변 땅의 시세가 보였다. 아무리 지인 소개로 만났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중개인은 믿으면 안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점차 알게 되었다.


시골 부동산은 도시의 부동산과 다르다.

땅은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시세라는게 없다고 봐야 한다. 내가 지금 밟고 있는 땅과 세 발짝 옆의 땅의 가격이 다르고, 풍경이 다르고, 지목이 다르다. 이 모든 것을 개인이 고려하기는 힘들다. 공인중개사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부동산 구매하는데, 같은 물건은 다섯 번 이상 보는 사람이 있겠는가.


방법은 딱 하나.

지역은 우선 정하자. 꼭 부동산을 안 가봐도 된다. 살기 좋은 동네를 대략적으로 찾아보자. 양평이면 양평, 용인이면 용인. 이 정도만 알아보고, 주말에 양평에 읍, 면 단위를 4~5군데 둘러보자. 괜찮은 면을 찾았으면, 그 동네 중개사를 다 만나본다. 하루에 최소 3명의 중개사는 만날 수 있다. 지역이 다르면 한번에 만나기 어렵다. 지역이 근처니까 여러 명을 만날 수 있다. 각자 다 다른 땅을 소개시켜주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땅을 샀으면, 토목공사를 해야한다.

이 토목 공사에 대해 비용을 책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넣어야한다. 언뜻 생각하면, 포크레인 불러서 땅 한번 다지면 될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포크레인 업자 부르면 알아서 해주는가? 포크레인 개인 업자를 불러서 대충 설명해주면 비슷하게는 하지만, 결국 준공 허가 받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그랬다. 후에 토목 준공이 안나서 펜션 영업이 5개월 이상 늦춰지는 경험을 하였다. 지목이 "임야"인 경우는 잘 못 하면 산림법 위반이 될 수 있어서 신중해야한다.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니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면 문제 없이 토목을 완료할 수 있다.


토목이라는 것이 생소하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분들도 많지만, 쉽게 말해 내 땅 경계에 맞게 돌담을 쌓아 다른 땅과 구분하고,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집 뒤에서 나오는 물이나 집에서 나오는 오물이 도로의 관로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주는 것이다. 대략 20만원을 잡아야 한다. 업자에게 줄 돈은 보통 12만원 내외다. 그러나 하다보면 분명히 이것저것 더 들어간다. 그래서 예산은 1.5배를 잡아서 평 당 20만원 정도 잡아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처음 땅을 사면 이렇게 생겼다. 이것이 땅이지 뭐. 여기다 무슨 집을 어떻게 지을지 감이 안온다.


이런 땅을 포크레인이 지나가고 나면 그나마 집 터가 보이고, 돌까지 쌓아놓고 나면 감이 온다.

포크레인 작업 후. 땅을 파서 돌 쌓을 터를 만들어 놓는다.
같은 땅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땅 전체를 저렇게 돌로 둘러 쌓아야 한다.


토목까지 다 해놓고, 집을 지여야 한다. 땅은 움직이기 때문이다. 비가 오고 계절이 변하면서 땅이 움직인다. 그래서 토목을 해놓고 집을 짓는게 마음 편하다.


어쩌다보니 fun fun한 이야기가 아니라

집 짓기 강의가 된 느낌이다.


그만큼 몸으로 부딪쳤고, 고생을 많이 했다. 이 같은 고생을 누군가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걷지 않게 하기 위해 약간은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지금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하시나요?

그럼 땅부터 사셔야죠. 모르는 동네가서 고생하실겁니다.

그래도 고생을 줄이실려면, 많은 부동산 업자를 만나는게 낫습니다.

그리고 그 부동산 업자를 믿지 마세요. 조금만 속으시는게 최선입니다.


다음에는 집 짓기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너무 어려운 정보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콘크리트 집과 목조주택을 지어보고, 또 살아보았습니다.

직접 하나 하나 다 지으면서, 개고생을 하였습니다.


어려운 건축 용어는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법학만 공부했습니다.

쉬운 용어로, 우리가 궁금해하는 금액 중심으로 써볼까 합니다.

이전 02화 우리의 버킷리스트. 전원주택 짓기를 꿈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