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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Jan 22. 2020

우리의 버킷리스트. 전원주택 짓기를 꿈꾸다.

우리가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일장춘몽(一場春夢) : 하나 일, 마당 장, 봄 춘, 꿈 몽

  - 한순간의 꿈, 즉 헛된 부귀영화를 뜻함

  - 난 거대한 꿈을 그렸다.

천재일우(千載一遇) : 일천 천, 실을 재, 하나 일, 만날 우

  - 다시 얻기 힘든 좋은 기회

  - 그래!! 지금 아니면 못할거야. 마음 먹은 김에 실천해보자.

주경야독(晝耕夜讀) : 낮 주, 밭갈 경, 밤 야, 읽을 독

  -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함. 열심히 함을 뜻함.

  - 내가 가장 꿈꾸던 삶. 주경야독의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재밌는 인생이 기대된다.






2013년 가을의 어느 주말 오후.

우리 첫째가 두돌이 안된 어느날이었다.


매번 주말마다 아가랑 어디 나들이를 다니다가도,

주말에 늦잠 자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그냥 하루 종일 집에서 늘어지게 되는 그런 평범한 주말이었다.


*주말은 마트 아니면, 키즈카페였다.



그 때 당시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퇴근 후 또는 토요일 오전에는 대학원에 박사 과정을 다니고 있었으며, 와이프는 대학원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박사 과정을 갈지 취업을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첫째도 두 돌이 되지 않아, 사실 직장, 대학원, 육아 만으로도 벅찬 인생이었다.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 부부를 보면서 항상 이렇게 얘기를 하신다. 우리야 못먹고 살았으니 어떻게든 일을 하려고 했지만, 너희 부부는 좀 적당히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계속 일을 벌이냐고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다. 왜 그렇게 무언가 새로 시도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나이 40이 되어 보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게 덜컥 겁부터 난다. 불과 7년 전인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용감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 큰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젊고, 잘 모르니까,  무식해서 용기있었던 것 같다.


"우리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무심코 던진 나의 한마디에, 지금 하는 일도 많은데 뭘 또 하려고 하느냐고 할 법도 한데, 우리 와이프는 "맞아. 뭐 없을까. 나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어. 어차피 육아해서 어디 못나가는데, 아이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이렇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참 답 없는 부부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는 침대에 누우면 이것저것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등 자격증 학원에 강사로 주말에 나가볼까 생각도 했었다. 강의는 준비해야할게 많아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안그래도 주중 저녁에 대학원 다닌답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데 주말까지 나가서 일하면 와이프가 너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학원도 강사 경력 없는 박사과정생을 써줄리 없지만 말이다.




"펜션할까?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만 펜션하면 괜찮지 않을까?" 대충 던진 한마디였다. 즐거운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우리 부부는 불끄고 누워서 대화를 시작하면 2시간은 떠들다 잔다. 아내는 나에게 '빅마우스'라고 그만 자자고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나는 주로 듣기만 하는 것 같은데,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우리는 펜션을 놀러 가는 입장이 아닌, 주인이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한번도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으며, 장사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펜션을 떠나 도시를 떠난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었으며, 전원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관심이 없었다는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저런 집에서 살아", "저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정도였으며,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았다. 그런 우리가 전원주택에다가 펜션까지 운영할 생각을 하니, 아예 뜬구름 잡는 얘기였던 것이었다.


가장 나를 들뜨게 했던 상상은 바베큐였다. "아, 바베큐 실컷 먹을 수 있겠다. 정원에서 숯불에 고기 구워먹는 그 맛은. 캬." 바베큐는 지난 5년 간 정말 원없이 먹었으니, 초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기도 하다. 돈 주고 사먹으면 되지 이런 상상으로 이 어마어마한 일을 벌였다니, 무식함을 이길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주말에 여기 저기 많이 다닌다. 2013년은 쿠팡, 티몬과 같은 소셜커머스가 막 등장하던 시기였으며, 키즈펜션이라는 이름으로 컨셉을 잡은 펜션이 2~3개 정도 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가평에만 100여 개 키즈펜션이 있다고 하니, 참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우리도 일반 펜션과 키즈펜션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는데, 정말 절망했던 기억이 있다. 펜션은 누구나 늦게까지 술 마시고 노는 곳으로 생각한다. 좋은 공기에 고기 구우면서 친한 사람들과 늦게 까지 집에 갈 걱정안하고 술마시는 곳이다. 펜션에 대한 이미지는 그랬다. 키즈펜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있는 여러 가정이 함께 가서, 아이들은 장난감 가지고 놀고, 어른들은 늦게까지 술 마시는 곳이었다. 우리도 가족끼리 바베큐도 먹고, 스파도 하자는 생각에 펜션을 갔지만, 담배 피는 어른들, 큰 아이들이 뛰어다녀서 아기에게는 오히려 위험한 놀이터, 지저분한 시골집 느낌은 너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으며, 키즈펜션의 전혀 관리 안된 장난감은 우리 아이가 탈까봐 마음 졸이느라 더 힘들었었다.


* 펜션 앞에 계곳에서 물놀이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펜션은 계곡에서 놀고, 늦게까지 술 마시는 곳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펜션을 운영하는 즐거운 상상을 매일 했지만, 우리의 상상 속의 펜션과 그 당시 우리가 경험했던 펜션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펜션을 요약하면, "깨끗, 술이 목적이 아님, 단체보다는 한가족" 이었다. 지금은 풀빌라로 대표되는 값비싼 펜션도 많아졌지만, 2013년 당시에만 해도 펜션은 농가 민박에 술 먹으러 가는 곳이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우리도 펜션은 그런 곳이며, 깨끗하고 조용한 곳을 가려면 호텔을 가지 누가 펜션을 가겠냐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상상으로만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베이비만 대상으로 하는건 어떨까?" 아내의 이 한마디가 내 뒷통수를 뻑하고 치는 것 같았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바뀔 수 있는 한마디였다. 가능성으로 바뀌고 나니 새삼 무서워지기도 했다. 정말 가능할까. 이제 상상만 할 것이 아니라, 진지해질 필요가 있는 순간이 온 것이다.




"베이비"만 대상으로 펜션을 운영한다. 이것이 왜 내 뒷통수를 치는 느낌이었을까.

첫째, 우리는 자본이 없어서, 아주 작게 시작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경험이 없어서, 손님이 너무 많아도 감당할 수 없다.

셋째, 우리는 베이비만 키워봤을 뿐, 키즈를 키워본 경험이 없다.

넷째, 술이 목적인 여행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다섯째, 나에게 직업이 있으니, 손님이 많지 않아도 된다.

여섯째, 우리와 또래만 올 것이기 때문에 재밌을 것 같다.

일곱째, 대상이 좁아 수익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거대 자본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간단히 말해서, 소자본으로 가능하고, 많지 않은 손님과 재밌고, 힘들지 않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업은 이렇게 순수해야 시작할 수 있다. 무식해야 할 수 있는거다. 어떻게보면 무식했고, 어떤 면에서는 참 순수했다.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예산을 따져보았다. 우선 건축부터 생각해야했다.

검색을 통해 얻어 걸린 지식들을 조합했으며, 우리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취득하는 이상한 기술을 부리기도 하였다. 땅을 사야한다. 대충 보니 시골 땅 값이 평 당 40만 ~ 70만 정도 하는 것 같았다. 30만원 하는 매물도 있는 것 같으니, 200평 기준 50만원 정도 잡으면 충분할 것 같았다. 집을 지어보자. 20평은 우리가 살아야하고, 10평씩 두 개는 펜션 객실로 만들어야한다. 또 검색해보니 건축비가 평 당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발품을 팔아 지을 것이기 때문에 350만원만 잡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펜션 물품은 방마다 500만원 씩 1천만원을 추가하면 큰 예산은 다 되었다는 판단이었다.


요약하면,

땅 값 : 50만*200평 = 1억

건축비 : 350만*40평 = 1억 4천

펜션물품 : 1천


총 2억 5천의 예산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의 서울 전세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시한 번 얘기하지만 참 순수했다. 그리고 무식했다. 그야말로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이었다. 이러한 단순 계산으로 인하여, 우리 가족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몸 고생, 마음 고생.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식함 반, 순수함 반으로 무장한 채 땅을 보러 다녔다.

주변에도 알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게 결정한 우리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나 같이 부정적인 답변이었다.


"요즘 펜션 안돼. 펜션을 누가 아기 데리고 가. 술 먹으러 가는거지"


주말에 뭐할까에서 시작하여 발전된 계획이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 의견에 부딪치다 보니, 이제는 오기가 생겼다.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겨서 밀고 나갔다.


우선 땅부터 보러 다녔다.

그렇게 약 1년이 지났고, 아내는 둘째를 임신해서 제법 배가 나왔으며, 우리는 아직도 원하는 땅을 찾지 못했다. 우리의 주말은 땅 보러 다니느라 반납했으며, 처음에는 드라이브 하는 겸 땅 보러 다니자는 생각이 점차 일로 다가와 우리 가족을 지치게 만들었다.

* 땅 보러 가면 다 이런 식이다. 뭐가 땅이고, 뭐가 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땅이 어떻게 바뀔지 어찌 아나. 겨울 땅과 여름 땅도 다르다. 이런 땅을 보고 돌아오는 우리의 발걸음은 참 무거웠고, 차 안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그렇게 1년 뒤 우리는 원하는 땅을 찾아 계약을 했다.



먼저 토지를 구하고, 다음으로 집을 짓는다.

말을 참 간단하지만, 쉬운 과정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이 때가 집 지으면서 가장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다.


땅 보러 다닐 때는 약간의 허세도 있다.

흠.. 이 땅은 좀 작네요.

이 땅은 너무 산속이네요.

이 땅은 가격이 왜 이렇게 저렴하죠??


가진 돈도 없으면서,

땅을 보는건 공짜니까,

나도 모르게 허세를 부리게된다.


괜히 부동산업자에게 무시당하기 싫은 마음도 크다.


마음껏 허세를 부리자.


어차피 이후로 토지를 구매하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는 한 없이 겸손해진다.


이제 하나씩 나의 일장춘몽이 깨지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한다.



Tip. 집 짓기 예산


많은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짓는 비용을 궁금해한다.

나도 많은 검색을 했지만, 딱 맞는 정보를 찾지 못했었다. 사람들이 궁금한건 대단한 정보가 아니다. 간단히 말해 "얼마 들어"이게 다다. 전원주택 생활을 고민하고 있다면, 참고해보자. 당연히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대강의 예산이다. 더 들어가면 더 들어가지, 절대 이 예산보다 덜 들어가지는 않느다. 2020년 기준이다.


1. 땅 값

 - 양평, 가평 등 경기도의 읍, 면 단위 시골 땅은 평 당 90만원 선이다.

 - 여기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토목 공사를 해야하며, 보통 평 당 20만원 정도 한다.

 - 집을 지을 곳은 땅을 대지로 전용해야 한다. 복잡하게 계산하지 말고, 평 당 10만원 잡으면 된다.

 - 정리하면, 땅을 평 당 120만원 생각하면 된다.


2. 건축비

 - 목조주택, 콘크리트 주택, ALC 조적 등등 건축자재마다 천차만별이긴 하다.

 - 실내 인테리어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 중간 정도로 생각해서 목조주택과 기본 도배 마루, 스타코, 징크 지붕 마감 기준으로 한다.

 - 평 당 500만원 정도는 되어야 집 같은 집을 지을 수 있다.

 - 집 짓고 끝이 아니다. 정원도 가꾸어야 하며, 데트도 깔아야하고, 대문도 설치하고, 보일러도 놓아야한다.

 - 세금도 내야 한다.

 - 따라서, 예산을 잡을 때는 집 값으로 평 당 600만원을 생각해야한다.


3. 총계

 - 전원주택은 땅 150평, 건축 35평이면 충분하다.

 - 땅 1억 8천, 건축 2억 1천, 대략 3억 9천이면 꽤나 괜찮은 집에서 살 수 있다.


**절대 본인이 더 낮은 가격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해보면 안다"


러나 이 비용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건축주가 약간의 공부를 하면, 최소한 건축업자의 수익을 줄일 수는 있다. 앞으로 "건축독학"을 통해 이 비용을 3억 2천 정도까지로 내려보고자 한다. 할 수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더 나은 자재로 더 저렴하게 지을 수는 있다. 우리 다 같이 독학해보자. 어차피 멀뚱멀뚱 건축현장에 가서 서 있는 것보다는, 이왕 하는거 조금만 공부해보면 더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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