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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Dec 16. 2022

[한달살기] 말레이시아 물가는 저렴하지 않다.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6

핵심 포인트!!

1. 말레이시아의 열쇠 문화

2. 아파트 스터디룸 & 탁구장

3. 말레이시아 알바 급여

4. 말레이시아에서 고기 먹기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돌아다니면서 우리를 깨운다. 이제 우리는 그랩을 할 줄 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는 소리에 침대에 누워 그랩으로 어제 먹었던 만두를 다시 주문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죽을 잘 먹는다하여, 닭죽도 하나 주문했다. 배달이 2링깃에 15분이면 온다. 진짜 이건 대박 마음에 든다.


떼따릭과 떼오다. 한 봉지에 2링깃 정도인데 컵에 담았더니 총 4컵이 나왔다. 그랩이 최고다.


주섬주섬 옷을 대충 입고, 죽이랑 만두를 찾으러 로비로 갔다. 여기 대부분의 콘도식 아파트에는 경비가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출입 키가 없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우리처럼 아파트에서 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간다던가, 집 안에서 현관문을 열어줄 수 없다. 그래서 항상 키를 가지고 다녀야한다. 키를 전혀 들고 다니지 않던 우리에게도 오랜만의 경험이고, 애들은 아예 이렇게 키로 문을 여는걸 처음봐서인지 정말 신기해했다.


문을 닫을 때도, 엘베를 탈 때도, 다른 액티비티 시설을 다닐 때도 키가 필요하다. 키는 2개가 있으며, 항상 지니고 다녀야한다. 주차장도 키가 있으면 될거 같은데 우리는 차를 안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렌트비도 비싸지만, 오른쪽으로 운전해서 영 힘들 것 같다. 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은게 아깝기는 하지만, 한달 차 렌트비가 50만원도 넘어서 포기했다. 게다가 그랩이 너무 저렴하고, 어디에서나 손쉽게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그랩을 이용하기로 했다. 어쨌든 여기는 아파트 출입을 할 때 꼭 키를 지니고 다녀야한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깡통 고기뷔페. 장단점이 있지만, 지방과 단백질을 한번씩 섭취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다.


오늘은 고기 뷔페를 가기로 했다. 페낭이 음식 천국이라고 한다. 백종원 대표도 스트리트푸드에서 엄지척하면서 소개하기도 하였고,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살짝 청결하지 못한 점이 있으나 그래도 그건 뭐하고 조금 참을만한데, 중요한건 극단적인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이다. 다양한 국수 요리와 볶음밥이 기본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에 각종의 양념을 해서 맛을 낸 음식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여기 오기 직전에 가족들이 저탄고지의 키토식 식단조절을 했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정말 줄인 상태였다. 여기도 물가가 저렴해서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잘 못 계획한 것이었다.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모두 완전 탄수화물이고 진심 지방과 단백질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고기가 들어간 볶음밥을 시키면, 거의 고기 갈은게 들어간다. 이 씹는 느낌의 그 무엇인가가 없다. 간혹 있어도 그건 모두 아얌이다. 아얌은 닭요리다. 어디가나 아얌, 아얌, 정말 아얌 뿐이다.


그래도 아얌 중 가장 맛있었던 아얌 사떼. 닭꼬치다. 우리가 자주 가는 상가에 있는 집인데 1꼬치에 1링깃이다.
5링깃짜리 나시고렝이다. 이렇게 보여도 정말 맛있다. 소스는 삼겹살 먹을 때 먹는 멜젓 소스 맛이다. 볶음밥에 아얌이 씹힌다. 충분히 맛있지만, 계속 이것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준이는 항상 말한다. "아빠, 고기는 어디있어요?", "나도 몰라. 어디 녹아들어가있을거야"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기가 어려워 고기 뷔페를 가기로 하였다. 우리 숙소 근처에 있는 "깡통"이라는 고기집이고, 한국의 고기 뷔페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먹는 시스템이었다. 고기의 질도 괜찮았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다양한 고기가 있다는 점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물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물통이 깨끗하지 않고, 기타 물품들에서 청결함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다소 힘든 식사를 했다. 김치찌개와 미역국, 계란찜이 기본으로 제공되었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의 고기뷔페에 비해서 절반 정도 되는 가격이어서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하기에 더 없이 좋은 식사였다. 그러나 아직 말레이시아 한달 살기 초기라서, 한국의 청결에 대한 인식과 말레이시아의 청결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서 식사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물론 모든 식당이 그렇다는게 아니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거다. 어쩌면 우리가 여행이 아닌 한달살기를 하려다 보니 가격 대비 괜찮은 식당 위주로 찾아봐서 그런걸 수도 있다. 저렴한 음식 위주가 아니라, 깨끗하고 고급진 식당에서 질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의 식사비용을 내겠다고 생각한다면, 꽤 괜찮은 청결한 음식을 먹으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고급 중식당인 퀸 식당에서 먹은 30링깃 차꿔띠아오다.  근데 주변에 저렴한 음식이 많으니, 이상하게 비싸게 느껴지고 잘 안먹게 된다. 사실 한국 국밥 한그릇 값과 같다.


식사를 마치고 상가를 지나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상가 앞에 붙어 있는 고용 안내문을 봤다. 일 8시간, 주6일 근로자에게 45만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고용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월 50만원 정도의 급여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약 200시간의 근로에 50만원이면 시간 당 2500원의 급여다. 우리나라로 치면 2000년도의 알바비다. 하지만 마트에 가서 사야할 물건들을 보면 생필품 가격이 한국과 큰 차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다른 분께 들어보니 대학 졸업하고 첫 월급이 대략 10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나중에 여기 산다고 하더라도, 돈은 한국에서 벌어야지, 여기서는 어지간히 취업해서 일했다가는 탄수화물만 먹다 끝날 것 같았다. 동남아의 인건비가 이런거구나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아파트에 와서 탁구를 치러 갔다. 탁구를 처음 치는 케이시와 준이에게 탁구 자세를 가르쳐주었다. 과자 간식과 물을 챙겨간 우리는 한참 땀을 흘리고 난 뒤에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케이시, 준이와 번갈아가면서 탁구를 쳤고, 우리 아이들은 금새 배웠고, 땀도 많이 흘렸다. 조금 쉴 겸 스터디룸으로 들어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책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놀았다.

Mr.DIY에서 3천원 주고 탁구채를 사서 실컷 놀았다.
한국 학교를 째고 왔기 때문에 여기서 학교, 학원 숙제를 꾸준히 했다. 케이시는 하이클래스 보면서, 단 한개의 학교 숙제도 놓치지 않았다. 대단하다.


이 아파트의 9층의 공용 공간은 정말 의미가 있다. 탁구장, 스터디룸, 세미나룸, 놀이터,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 있다. 한국의 아파트에 이런 공간을 낼 수 있을까. 정말 돈만 급급한 한국의 아파트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너무 여유로운 삶. 우리가 나왔을 때 6시 쯤 지역 주민 둘이서 음악을 켜놓고 탁구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일상을 저렇게 살아간다면, 바깥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여기도 우리처럼 자살율이 높고, 힘들게 살아갈까. 아무도 그렇게 살아갈 것 같지 않다. 너무나 긴장된 삶, 너무 위축된 삶, 내가 너보다 잘났어야 안심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 앞에서 한 없이 기죽는 우리의 삶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경쟁을 좋아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여유로운 삶이 하루하루 주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국 생활에 대해 말로만 듣고, 또 그런 삶이 있다고 한들 나랑 무슨 상관이겠냐고 살아왔는데, 직접 보고, 직접 느끼고, 직접 부딪치며 살아보니 그 느낌을 알겠다. 나만 급하지, 아무도 급하지 않다. 나만 과한 서비스를 요구하지, 아무도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부족한 서비스가 아쉬울만도 하지만, 내가 근로자가 되었을 때 아무도 나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싶다. 적당히 일하고, 퇴근 후 여유로운 삶. 괜찮은 벌이로 청결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환경. 이것이 완벽하게 돌아간다면, 동남아는 그야말로 천국일 수 있겠다. 마음의 천국.


밤수영이 재밌다. 9시가 넘었는데도 쨍쨍하다.

    

오늘은 밤 수영을 하기로 했다. 원래 밤 수영을 하기로 하기도 했지만, 저녁 식사를 이것저것 시키다보니 더 늦어지기도 했다. 수영장이 정말 크다. 9시에 수영을 하고 있는데도 별로 춥지가 않다. 밤수영은 너무 아름답다. 설계할 때부터 수영장을 고려하여 만든 아파트는 정말 환상적이다. 이렇게 큰 수영장이 4계절 내내 돌아간다는 것이 더 없이 편안한 삶을 제공한다. 수영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여행온 것 같다. 아이들의 입은 세모가 되었고, 한국에서 수영장을 열심히 다닌 아이들은 정말 수영을 잘하고 있었다. 나만 못한다. 역시 나는 헬스나 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내일은 마트에 다시한 번 가야겠다. 로터스도 괜찮지만, 생필품은 Mr.Diy가 더 낫다. 단백질 쉐이크를 먹을 통도 사야하고, 쓰레기 봉지도 사야한다. 여기는 분리수거를 아예 안한다. 그냥 싹 다 쓰봉에 넣고, 아파트 쓰레기장에 넣으면 끝이다.

우리의 다이소. 간단한 생필품 사기 괜찮다. 여기 앞에 ATM기가 있다. 크리스마스 용품이 한창이다.



아직도 없는 것이 많다. 마트에 없는 물건은 인터넷 쇼핑을 한 번 해볼까한다.

과연 배송이 올까. 재밌겠다.


또 지나가다가 본 아이들 어학원도 한 번 들러볼까 한다.

며칠만이라도 아이들이 해외 어학원 경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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