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8
오늘은 일요일. 현지 교회에 가보기로 했다.
일요일이 되어 교회갈 생각을 하니, 새삼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이렇게 한달 살기를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온 가족이 이렇게 한달 살기를 나오는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가. 생각해보면 참 복이 많다. 복이 없다고 없다고 해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들 덕분에 잘 살아왔다.
오늘 우리는 또 생길 수도 있는 인연을 만나러 갔다. 페낭 한인교회를 방문했다. 여러 교회를 봤는데, 역시 타지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사람 많은 교회를 다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10링깃을 내고 그랩을 타고 페낭 교회로 갔다. 그랩에서 내려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법은 간단했다. 앞에 김치를 들고 어딘가로 들어가는 한국인을 따라가면 되었다.
앞선 분을 따라서 들어간 곳은 2층의 교회. 케이시와 준이는 낮선 곳임에도 어린이 예배를 갈 수 있겠다고 하며, 우리와 떨어졌다. 아이들의 용기가 너무 멋지다. 예배를 마치고 페낭에 살고 계신 여러 한인 분들과 인사를 했다. 죽을 때까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을 여기서 만나고, 이 사람들의 삶 속에 내가 들어간다. 나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던 인생들이 나로 인해 오늘 하루가 달라지고, 앞으로 또 변할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해서, 나의 계획으로 인하여 온 여행인데, 그러한 나의 선택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변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나 하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이며, 나 하나가 참 대단한 존재이다. 예배를 마치고 모두 다 친절하게 인사해주시고, 목사님께서 따로 연락을 주신다고 하신다. 빵도 챙겨주시고, 아이들 주스도 챙겨주신다. 역시 교회는 우리 삶은 근원이다. 페낭 한인교회를 나오면서, 우리가 양평가서도 더 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교회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엄청 쏟아진다. 우리는 당황하여 급히 피했지만, 그 광경이 흔지 않은 일인지 주변 분들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스트레이츠 퀴를 가보기로 했다. 쇼핑몰 치고는 작은 규모고, 마트도 있다고 하여 우선 가보기로 한 곳이다. 스트레이츠 퀴에 브런치를 한 번 먹으러 가기러 했지만, 일단 먼저 구경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랩을 무사히 탔다. 10링깃 정도의 비용으로 그랩을 타고, 우리가 자주가는 로터스를 지나 스트레이츠 퀴에 도착했다.
내리는 순간 여기 괜찮다는 얘기가 바로 나왔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지만, 멋진 바다와 요트, 깔끔한 식당들, 잘 정돈된 마트까지. 한국사람이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이다. 여기 저기 식당들을 구경하고, 마트도 잠시 들렀다. 라면도 사고, 일회용 식기도 사고, 물도 충분히 사서, 돌아가는 길에는 그랩을 불렀다.
우리가 선택한 식당은 "씨퀸"이다. 가장 끝에 있는 중식당이었는데, 미니가 자기 촉을 믿어보라며 들어갔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준이는 무슨 호텔이냐고 좋아했다. 호커센터에서는 아무 것도 안먹던 왕자님이 여기서는 게눈 감추 듯 신나게 음식을 흡입하신다. 삼겹살 간장 수육, 삼겹살 튀김, 칠리새우, 차펫띠아오, 딤섬 등을 시켰다. 너무 많이 주문했다. 총 180링깃. 하지만 최고의 식사를 했다. 잘 조절해서 시켰으면 100링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더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식사하니 우리가 뭔가 대접 받는 것 같고, 마음이 훨씬 편안해짐을 느낀다. 정말 여기와서 돈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숙소로 돌아가는 그랩 기사는 무척 친절했고, 처음에는 조용한 것 같더니 한번 영어로 말씀하기 시작하시더니, 끝이 없었다. 며칠 경험한 그랩 팁. 조용히 가고 싶으면 우리끼리 한국말로 얘기하면 된다. 그럼 말 안시킨다. 영어로 인사하고 조용히 있으면 바로 말시킨다. 영새인 나에게는 그랩 기사가 영어로 말시키는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이번 기사는 말씀히 혼자 많으셔서 나쁘지 않았다. 모닝마켓을 언젠가 가고 싶어하는 미니의 물음에 바로 모닝마켓을 구경시켜줬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소개해주고, 번화한 도시, 무단횡단하는 법, 모닝마켓 소개, 숙소 근처 맛집들까지 고루 말씀해주셨다. 짐 싫기 좋게 트렁크도 열어주고, 여러 감사함에 5링깃임에도 10링깃을 드렸다. 마음이 따뜻한 기사님께 얼마 안되지만 나름 따뜻한 마음으로 보답했다.
저녁에 미니가 숙소 인근에 있는 학원을 검색했고, 근처에 있는 포레스트 어학원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2주 정도 어학원을 보내고 싶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2주 정도 학원 다니면서 여기 친구들도 만나고, 자신감도 많이 얻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학원이 받아줄지는 모르지만, 받아준다면 큰 경험이 될 것 같았다. 40대가 되니 이제 나의 인생보다는 아이들의 인생에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예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멋지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게 남은 나의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 아닐까 싶다.
점심을 잔뜩 먹었지만, 저녁이 되면 이상하게 또 배가 고프다. 아이들 저녁을 위해 피자헛에서 미리 주문해놓고, 로터스에 미니 슬리퍼를 구매하러 갔다. 피자 라지에 빵, 수프, 양파링까지 해서 25링깃이다. 정말 싸긴하다. 미리 주문해놓고 로터스에 가서 태양 슬리퍼를 구매했다. 내려오는 길에 버거킹을 가니 10링깃에 햄버거 셋트다. 대박!! 외치면서 구매하려고 하는데, 28링깃에 햄버거 3개, 콜라 2개, 아이스크림 1개, 치즈 감자튀김까지 포함이다. 정말 대박이다. 8천원에 이걸 다 살 수 있다니. 바로 포장해서 집으로 오는 길에 피자헛을 들러 식은 피자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들어왔더니 난리가 났다. 너무 많은 음식을 가지고 왔고, 우리는 한밤의 파티를 벌였다. 주말인데 늦게까지 놀자 이러면서 11시까지 먹고 놀았다. 오랜만에 맥주도 실컷 먹었다. 내일의 돼지는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꽤 오랜만이다. 마음 편하게 맥주도 먹고, 즐거운 대화도 많이 나눴다.
이제 꼭 1주일이 되어 간다. 우리 가족의 최장 여행 기간을 이미 지났다.
여기는 빈부 격차가 정말 심해보인다. 마트 물가도 비싸고, 식당들도 조금만 깨끗하면 비싼 편이다. 반면 5링깃 정도면 충분히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돈이 없어도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공존하지만, 각자의 삶을 사는데 문제 없는 분위기다. 우리는 특정한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사람들끼리는 돈이 있는지 없는지 별로 티나지 않는다. 아예 저렴한 식사 군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밥을 많이 해먹는다. 여기는 가난해도 굳이 집에서 밥을 해먹을 필요가 없다. 5링깃 정도에 식사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트를 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다. 인종, 차림새가 아예 다르기 떄문에 한눈에 빈부 격차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상대적 박탈감에 범죄도 많이 일어나고, 혼란스러운 사회가 되었을 것 같다. 다양한 민족의 각자의 빈부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문화가 참 독특하다. 사람들 자체가 더 선한 것 같다. 우리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내가 다른건가. 여행와서 보여지는 그 나라의 문화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참 소중한 시간이다. 벌써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다.
내일은 어학원에 가보기로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