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편의점에서 팩으로 된 마일드 세븐 하나를 샀다. 편의점을 나서자마자 다급하게 포장지를 벗기고 한 개비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한껏 흔들어 불을 붙이고 입안 한가득 연기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두통에 휩싸였다. 역한 냄새는 코끗을 찌르고 머리는 어지럽다 못해 주저앉을 지경이었다. 나는 차마 두 번째 모금을 빨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비벼 버렸다.
방안에 들어와 앉아서도 도무지 그 역한 냄새는 지워지지 않고 방 안에 가득하여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양치를 했지만 입안 저 너머에서 밀려 올라오는 탄내는 마치 연탄난로의 가스 같았다. 머리를 감아보아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배긴 탄내는 지워지지 않았다. 샤워를 해도 모공에서 새어 나오는 탄내가 막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은 더 목욕재계를 하고 나서야 풀잎의 냄새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이제는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 그 날,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던 아들의 금연은 그렇게 성취됐다.
사람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 중 가장 강력한 요소가 바로 냄새라고 한다. 그 시절 맡았던 학교 바닥 기름걸레 냄새, 고향집 이불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 훈련소 첫날 입었던 판초 우의의 물 비린내. 어디선가 비슷한 냄새라도 맡는다면 우리는 청소기에 먼지가 빨려 들어가듯 추억 속에 침잠한다. 냄새는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가장 강력하고 선명하게 심상을 보여준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홍차와 마들렌이 나온다. 주인공은 홍차에 담근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 살던 마을 콤브레를 떠올리게 되고, 그 작은 회상은 4000여 쪽의 이야기가 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프랑스와 20세기 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 됐다.
나에게 있어 담배 냄새는 수치심의 기억으로 남았다. 간절히 없애고 싶지만 도저히 사라지지 않았던 냄새와의 사투가 떠오른다. 남들에게 흘러갈까 두려운 냄새, 숨기고 싶지만 숨겨지지 않는 기체의 특성.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빨을 닦아내던 양치질은 숨기고 싶은 행위를 들킨 죄인의 속죄였으리라.
우리에겐 숨기고 싶은 냄새가 있다. 남들이 알게 될까 두려운 냄새가 있다. 어떤 비싼 향수로 덮는다 해도 감춰지지 않을 냄새의 원형. 그대는 어떤 냄새를 풍기며 살고 있는가?
냄새는 습관에서 나온다. 내가 뭘먹든, 뭘 피우든, 뭘 하든 모든 것은 냄새로 그 흔적을 남긴다. 작은 습관 하나로 우리는 코 끗이 찡한 악취를 풍길 수도, 많은 이들을 미소 짓게 할 향기를 풍길 수도 있다.
사람의 향기는 물리적 냄새만은 아닐 것이다. 그 사람이 살아내는 삶의 방식, 언어의 결, 작은 태도 하나하나가 그 사람을 나타내는 냄새가 된다.
오늘 그대의 따듯한 행동 하나에 누군가 미소 지을 향긋한 향기가 배어나길 바란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What Was I Made For - Billie Ei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