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사부작. 낙엽이 밟힌다. 푸릇푸릇한 초봄 움텄던 작은 이파리는 어느새 바싹 마른 종잇장처럼 흩어져 떨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햇빛을 받으려 얼마나 입을 벌렸을까?
조금이라도 더 바람에 흔들리려 얼마나 멀리 팔을 뻗었을까? 후회 없는 낙엽은 미련 없이 떨어져 다가올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된다.
하루는 오지 않는 열차처럼 길게만 느껴지더니 한 해는 어느새 그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록을 알려주던 이파리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발 밑에 차이니 그제사 시간의 흐름을 듣는다.
올 해는 어땠지. 올해는 뭘 했지. 원하는 것을 이루었나? 가지고 싶은 것을 가졌나? 가고 싶은 곳을 갔나? 보다 행복했는가? 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는가?
개운치 않은 걸 보니 내년에 더 기대를 걸어봐야 할 모양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무언가 쌓여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저 어제와 같이 오늘도 흘러갔구나. 시곗바늘이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이룬 것 없이 흘러가는 한 해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발 밑에 뭐가 차인다. 똑같은 모습, 똑같은 색깔, 똑같은 크기의 낙엽들이 나뒹군다. 별다를 것 없이 크기도, 색도, 모양도, 하물며 피고 지는 시간마저도 똑같은 낙엽들에서 나는 어떤 모양의 낙엽일까 찾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낙엽이 무의미할까. 쉬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고, 뜨거운 태양을 버텨냈겠지. 그렇게 나뭇잎은 자신의 나무를 먹였고, 입혔고, 살렸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오다 더 이상 나무에 붙어있을 기력조차 남지 않았을 때 불어온 하늘하늘한 가을바람에 일말의 후회도 없이 흩날려 떨어졌다.
얼마뒤 저들은 한데 모여 포대에 담기고, 버려져 결국은 태워지겠지.
결국 저마다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쉼 없이 달려가다 떨어지고 쓸려지고 버려져 태워지는 것. 그것이 삶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살아낸 하루로 살아난 누군가가 있겠다. 무럭무럭 자란 저 나무처럼. 더운 여름 해를 피해 쉬어갔던 저 어린아이들처럼. 추운 겨울나무와 낙엽을 태워 따듯해진 그 누군가들처럼.
오늘도 그저 살아야 할 하루를 산 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오늘도 살아낸 그대, 참 감사하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Days of Wine and Roses - Frank Sina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