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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작가 Mar 10. 2021

학부모에게 3월이란

3월을 대하는 엄마의 자세


개학한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올해는 드디어 아이가 학교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지난해 입학한 서진이는 4월에야 학교에 처음으로 갈 수 있었는데,

올해는 전통대로 3월 2일 개학했다.


우리동네의 흔한 3월 개학날 하교풍경


그런데 개학하는 날 눈이 많이 왔다...

3월 1일부터 밤새도록.

그래도 우리는 눈을 맞으며 학교에 갔다.

우리 동네에서 이 정도 눈은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3월의 눈? 그럴 수 있다. 4월의 눈도 가능하다.

밤새 제설차가 제설작업을 하고도 눈이 오는 동시에 제설이 이어지고,

우리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익숙하게 눈삽을 꺼내 가까운 곳의 눈을 치우고.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하고, 하루가 이어진다.



하굣길 아이들을 마중 나간 학교의 풍경.

눈을 맞으며 학교를 빠져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설렘이 그대로 묻어있다.


서진아, 오늘 눈 진짜 많이 왔다. 새로운 친구들이랑 선생님은 다 만났어?”


응, 엄마. 우리 선생님 키가 얼만지 알아? 글쎄 170cm래!! 엄청 크지??

 그리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


오 그래? 잘됐다. 엄마는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편안한 선생님이 좋더라.

 그런데 눈 많이 와서 안 힘들었대? 친구들도 다 잘 왔어?”


그럼! 2학년 되는 첫날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다니

 올해는 정말 운이 좋을 것 같아. 행운이 넘칠 것 같아.”



개학을 앞두고 사실 걱정이 많았다.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쑥스러움이 많고 얌전한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려야 할 텐데.

눈이 많이 와서 며칠 동안은 등하교하기 불편하겠네.

나 역시 하교 이후 귀가 전 돌봄을 이유로 태권도를 선택했으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통제 못 할 일들에 대해 걱정도 많았다.

형아들 따라 거친 행동이나 좋지 않은 말들을 배워오면 어쩌나.

민첩하기보다는 좀 둔한 편이라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버거워하지 않을까..

등교할 때 학원 교재와 도복을 넣은 태권도 가방까지 챙겨 다닐 수 있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이제 나에게서 떨어져 나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무렵까지 이어져야 하는

아이만의 시간, 아이가 혼자 스스로 채워야 하는 시간, 아이의 사생활.


많은 것이 두렵고, 걱정이 되었지만.

역시나 괜한 걱정이었다.


서진이는 폭설이 내린 등굣길을 행운이 가득한 날로 받아들이고,

담임 선생님 성향도 벌써 파악했으며,

긴 쉬는 시간에는 교실 밖에서 친한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뛰어놀았다고 전해주었다.

1학년 때 친구들, 2학년 새 친구들의 교집합을 이루면서 도서관도 다니고 술래잡기도 하고,

기분 나쁘거나 속상한 일들을 겪었을 때는 무시하거나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고,

수업 시간에는 손을 번쩍 들었다는 기쁜 소식도 알려주었다.

몸이 좀 둔하지만, 체육교실과 함께 진행하는 태권도는 몸을 쓰며 노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다행인지 형들과는 시간대가 달라 또래들과 수업하고 있다.

어쩌면 둔하다는 것도 내 기준일지도 모른다.

학교가 끝나면 학교 옆에 바로 붙어 있는 건물을 오가며

학원시간을 맞춰 학원과 학원을 잘 이어가는 것도 무리 없이 잘하고 있다.


나는 일하면서도 하교시간, 학원시간을 계속 확인하며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아이는 하루, 이틀만 전화로 나를 안심시키더니

지금은 저 필요할 때만 전화를 건다.


부모들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한 3월,

그러나 아이는 놀랍게도 생각보다 훨씬 더 학교를 좋아하고,

여러 일정들을 스스로 챙겨가며 자신의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아이도 세상이 처음, 나도 부모가 처음인데.

아이가 커가는 속도가 나의 성장을 앞질러 가고 있다.


오늘 아이는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우리 집 네 식구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귀가했다.

꽉 찬 일과로 버겁지 않았을까, 염려했던 나의 우려와는 달리

태권도복을 입은 채 빨갛게 얼굴이 상기돼 들어온 서진.


엄마, 나 오늘 사범님한테 칭찬 쿠폰 네 개나 받았어!!!!!”


“어머머머머!!! 정말?? 어떻게 네 개나 주셨대????

오늘 서진이가 진짜 잘했나 보다!! 정말 축하해!!

와... 대단하다!!”


초등 2학년, 개학 일주일.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이런 것이 아닐까?

성장하는 아이의 뒤에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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