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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플 Apr 17. 2023

퇴사 ; yes or no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음 속에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서 더 이상은 가슴속에 담아두기가 힘들다. 돈도 있어야 되고 직장도 있어야 되지만, 그보다는 내가 우선이 아닌가.

 퇴직 구상은 다니던 직장의 이전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작년에 회사가 이사를 했다. 직종 특성상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여 시외에 자리 잡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불편해졌다. 동시에, 일은 조금씩 더 많아졌고 사람들간의 대화가 사라져 갔다.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건 아닌데라고 아쉬워하고 불만을 시작했다. 동시에 약간의 개인사도 있어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둘 늘어갔다.

 매일 아침 이루어지는 나의 출근 루틴은 이렇다. 자리에 가방을 내려 놓음과 동시에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으면서 전날 저녁부터 아침까지 들어온 데이터 들을 확인해서 출력한다. 프린트 된 원고를 사장님께 전달하면 그 날 일정이 시작된다. 사장님이 작업을 파악하며 통화하는 동안 내겐 잠시 짬이난다.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에 들른다. 먼저, 손을 씻고 곧장 종이컵을 집어 들고 믹스 커피 한잔을 따뜻하게 탄다. 한숨돌리는 시간이다.

 내가 사장이라면 커피를 먼저 타고 원고를 확인했을텐데. 출근을 하면 항상 일이 먼저고 나의 필요는 다음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아침은 어떨까. 조금 더 나에게 집중되어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비슷할 직장인의 루틴에, 나는 자꾸만 불만을 쌓아갔다.

 나는 퇴사를 염두에 두고 그동안 얼마만큼의 직장생활을 했는지 세어 보았다. 직장생활의 역사는 국가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개인의 역사를 나라의 기록으로 찾을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아주 사적인 영역이지만, 나라에서는 나의 근무 기록을 소상히 알고 있다.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 어느 지역에서 어느 회사에서 일했는지 정확히 신고 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가입내역은 정말 신통하다. 나에게는 네 곳의 가입이력이 뜬다. 앞의 세 곳은 사회복지기관이고 마지막 한 곳은 지금 일하고 있는 아크릴회사이다. 다 합치면 이십년이다.

 이십년 동안 줄기차게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왜일까. 퇴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퇴사하면 달라지는 제일 큰 점은 월급이 끊긴다는 것이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공과금, 용돈, 적금으로 사용한다. 한달의 소득은 나의 기쁨이자 보람이다. 월급이 끊기면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유지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

 두번째 이유는 그래. 다들 말한다. 그만두면 뭐할껀데. 나는, 계획이 없어서 직장을 계속 다녔다. 몇 가지 학원에도 다녀봤고 이직도 생각해 봤지만 구체적이지 못했고 그래서, 퇴직을 망설였다. 더 나은 곳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다니자. 다른 데도 다 똑같아, 뭐 별거 있냐. 발목을 잡는 소리였다. 열심히 벌어야지, 다른 직장을 구하고 이직해야지, 라며 나의 성실을 독촉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하려는 이유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직장에서 나는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어찌 보면 쉬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적은 돈을 벌고 있다. 아까 말한 한달의 급여가 너무 소소해서 눈녹듯이 사라지는 정도의 대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내 시간의 전부를 갈아 넣고 있다는 게 억울하다. 왜 나는 매일 아홉시간을 꼬박 일하는데 항상 쪼들리는 것일까.

 두번째 퇴직의 이유는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직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동안 만이라도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긴 세월을 일한 나에게 주고 싶은 건 시간이다. 책을 읽지 못한 지 한참되었다. 어떤 일이나 사람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어떤 말에도 만남에도 감동 받지 못하는 무감각한 나를 발견한다. 좋은 일을 좋다 하고, 싫은 일을 싫다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나의 삶에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을 원망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일을 포기하는 것 말고는 휴식이 가능한 방법은 없기에 퇴사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누군가의 공감을 받지 못하겠지만- 출퇴근 길을 가고 싶지 않아서 이다. 출퇴근을 위해 사용하는 하루 세시간.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몸을 실어 나르는 일이 싫다. 퇴사를 하면 출퇴근 시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과 작별하고 싶다.

 사실, 퇴사하겠습니다, 선언하면 행복하고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소속이 사라진다는 건, 약간의 불안감을 준다. 서둘러 일어나서 아침 밥도 챙겨먹지 못한 채 옷만 대충 걸치고 출근해서 자리에 앉는게 나의 의무이고 책임인 것처럼 느껴진다.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나에게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과 같은 면죄부였던 셈이다. 꼭 돈을 벌기 때문만은 아니고, 할일이 있다는 게 좋았던 게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기조차 하였다. 하지만, 그래서 그만 둔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모르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기에 일은 때려치고 삶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 사회적인 책임감은 내 던지고 인생의 방향키를 틀어 버리겠다. 퇴사할 이유만큼 하지 못할 이유도 강력하지만 나는 퇴사를 향해 가보려고 한다. 이렇게 사는 게 싫다는 게 제일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퇴사일기'

저의 두번째 매거진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퇴사를 고민하는 여러분들에게 퇴사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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