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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플 Nov 27. 2023

소상공인여러분에게, 최저가 재료를 선물드립니다.

코로나로부터 가게를 지키고 구해낸 노력들에 대하여

소상공인에게 코로나 위기가 닥치다.

소상공인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 진 데에는 코로나의 역할이 크다. 종업원 5명 이하인 것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작은 규모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소상공인이다. 코로나 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 되고 공기 비말을 통해 감염이 번진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급격하게 식당을 찾는 발걸음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판판한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하더라도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데에는 심리적 거부감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가 시작된 2019년 12월 이때 부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매스컴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그때, 나도 사업주였다. 가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시는 분은 어머니시지만 나 역시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에는 가게 일도 돕고 특히, 은행 업무들을 처리 했다. 코로나 때에 심각하게 느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보조금을 신청하려면 무조건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 또래 사장님들은 핸드폰 글자도 잘 보이지 않는 형편이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는 촉각을 세우고 뉴스를 보면서 정부 지원금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한달 한달 아슬아슬하게 수입과 지출을 관리했다. 


정부 대출로 견디는 날들

 근근이 이어나갔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해 오신 일이고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맛집 임에도 불구하고 유지해도 될지 의문이 들 만큼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결국에는 대부분 그러했을 거라 생각되는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그것도 정부가 보증을 해줘서 가능했던 대출을 받아서 야금야금 사용하면서 견뎠다. 내 마음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매달 말일이면 머리에서 스팀이 났다. 월급과 달리 장사의 수입은 비정기적이고 규모가 일정치 않아서 어떤 달이건 마음 편히 월말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때는 없었다.


배달을 시작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6월 그 즈음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친오빠가 가게에 투입되었다. 나는 오빠가 가게 전반에 대해 배우고 매출을 늘려 가는 과정을 틈틈이 지원했다. 먼저, 우리가 한 일은 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도 컴퓨터나 핸드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참여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다른 판로를 찾을 수 없어 시작한 배달이 다행히 호응이 좋아 예년의 매출 그 이상으로 성과를 올렸다. 만약에 오빠랑 내가 가게에 매달리지 않았다면 가게에 변화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지속된 것은 돈과의 싸움이다. 배달일은 수수료가 엄청 세다. 고객 입장에서는 배달료까지 지불하므로 음식을 사 먹는 개인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판매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배달앱에서 가져 가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직접 장사한 것보다 훨씬 이윤이 적다. 포장 용기 비용까지 더해지니 당연한 결과이다. 언제나 돈 버는 데에 쉬는 길은 없다. 신용카드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장사를 하면 차 떼고 포 떼고 나가는 통로가 갈래갈래 뻗쳐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재료비

 이 문제의 핵심에 있는 것은, 재료비이다. 가게 관리를 해보니, 돈을 얼마 벌면 어느 집에 야채 값 주고, 정육점에 고기 값 주고, 식품 유통에 쌀값 주고 하면 정말 남는 게 없다. 재료비의 규모를 잡아 가는 게 가게를 안정화 하는 데에 제일 큰 문제였다. 이전에 어머니가 가게를 홀로 운영하셨을 때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오로지, 가게로 배달을 오는 동네 야채가게, 쌀가게를 이용하는 것과 동네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직접 받아서 사용했다. 엄마가 운영하는 우리 가게는 온 동네 식재료 장사하시는 분들이 참새마냥 들르던 곳이었다. 손쉽지만 제일 비싼 값을 주고 재료를 공급받아야 했다. 손과 발이 없이 가게에 매인 소상공인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등장한 구매처는 마트이다. 코로나 즈음에는 지자체 상품권과 제로페이 지역화폐 사용이 붐을 일었다.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화폐는 구매할 때에 이미 할인을 받았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잇점이 있었다. 식당보다 운영시간이 긴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배달을 요청할 수 있었기에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인터넷 도매앱, 가격은 저렴 배송비도 무료

 오빠가 가게에 합류하면서부터 매일 가게를 찾아와서 재료를 사고 파는 거래는 없애도록 하는 게 목표가 되었다. 우선, 현금거래여야 했기에 부담이 있었고 무엇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힘들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은 공산품은 인터넷을 통해 구매 하자는 것이었다.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 고추장, 된장, 간장, 다시다, 식용유 등 온갖 양념들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고 감자, 양파, 계란, 쌀도 도매가로 판매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아니라면 접근하기 어려운 도매앱들이 있다. 이 앱에는 사업자등록을 하면 이용할 수 있고, 배달도 가능한 수많은 재료들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어머니나 어머니 연세에 있는 분들은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도매사이트들은 산발적이고 우후죽숙으로 퍼져 있어서 한가지 재료를 가지고서도 일일이 검색으로 가격을 비교해 봐야 결과적으로 최저가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오빠는 나에게 가게에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제품을 사진 찍어서 보내줬고 나는 그와 똑같은 제품을 찾아 여러개의 앱과 사이트를 순회하며 최저가를 찾았다. 예를 들어, 만오천원 선이라고 하면 여러 군데를 비교해서 만오천원의 평균값을 산정하고 그 이하의 사이트를 찾으면 합격을 외쳤다.  가게에서 필요한 재료와 가격들을 적어 놓은 비밀노트가 있는데 그 노트는 a4 용지 세장을 채운다. 그만큼 가게에 필요한 소모품이 많다는 뜻이다. 

 

구리 시장에서 더 싸게 더 신선하게

 그 다음으로 생각해 낸 방법은 야채류들은 도매 시장을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는 것이다. 우리 가게에 찾아오셨던 야채 아저씨들도 새벽시장을 이용해서 구매한 재료들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직접 도매 시장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구입했다. 운전을 할 수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는 자가용을 타고 시장을 보게 되어 즐거우셨고 가게에 필요한 파, 양파, 배추, 감자, 마늘 등 야채들을 잔뜩 사와서 쟁여 둘 수 있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더불어 싱싱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장거래를 할 때에는 현금을 꼭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시장 상인분들도 모두 사업자를 가지고 계셔서 분기별로 계산서를 요청하면 등록해 주신다. 반드시 간이 영수증을 받아서 거래 금액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연말에 매입이 부족해서 세금 폭탄을 맞는다.


 결국에는 인터넷 팀인 나와 시장 팀인 오빠의 협업과 꾸준한 상호간의 피드백으로 재료비 절감이 대폭 이루어졌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싼 거래처를 찾아 다녔고 대형마트도 이 곳 저 곳의 가격을 비교해서 이용했다. 시장도 가까운 도매 시장에서 원 거리 도매 시장까지 어디까지 절약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듯이 도전하고 도전해 왔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혼자 장사를 하면서는 이룰 수 없는 변화였다. 인터넷으로 물건사는 것도 원거리 시장에 가시는 것도 불가능하니 말이다. 


소상공인에게 최저가 재료는 필수품이다.

나는 작은 가게에서 혼자 일하시는 연세 드신 아주머니나 아저씨를 뵈면 가게를 쓱 둘러본다. 이 곳의 재료는 어디서 사고 있는가, 누군가 배달해 준 건인가, 직접 구입한 것인가, 인터넷으로 산 것인가, 마트에서 산 것인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혹, 예전에 우리 엄마처럼 혼자 힘으로 장사를 꾸려 가는 분들인 듯 하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힘들게 일한 것들이 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갈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인터넷 활성화 교실 같은 걸 열면 어떨까 이런 생각도 해봤다. 실제로, 엄마랑 가까운 상점 주인분들도 우리 가게를 보고 자녀분들이 가게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거나 비슷하게 따라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최저가 강박증이 생겼다. 시장가라는 것이 얼마나 변화무쌍한 속성을 가졌는지 체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에는 카드 할인, 신규 가입 이벤트, 정부 지원 같은 다양한 기회를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고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늘 내가 산 삼십만원짜리가 내일은 10% 할인해서 이십칠만원이 될 수도 있고 모레에는 카드 포인트로 15% 를 받을 수도 있는 시대이다. 나도 어떤 날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사자, 싶은 날이 있다. 너무 찾아 헤매다가 반나절 쯤 지났을 때 말이다. 그런 날도 있지만, 재료비에 눈을 부릅뜨고 서로 지지하고 견제하는 동료와 가족이 있다면 절감된 재료비로 더 나은 서비스를 손님에게 줄수도 있고 알바생을 한시간 더 쓸 수도 있으니 포기 하지 말자. 내가 아낀 만원으로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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