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콘서트, 처음이 어렵지.
2022년 가을, 나는 한참 춤에 빠져 있었다. 몸치가 웬 춤이냐고? 춤을 출 줄은 몰라도 보는 재미에는 빠질 수 있었다. 21년 엠넷에서 방영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인기로 그다음 해 <스트릿 맨 파이터>가 방영되었다. 전작의 인기를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댄서에 빠져 더 몰입했던 프로그램이다. 춤추는 게 무서워 클럽에도 한 번 제대로 못 가본 나인데, 이렇게 갑자기 춤에 빠진다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전국 콘서트가 열렸다. 아쉽게도 서울 콘서트는 우리 가족의 가을 휴가와 겹쳐 갈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갈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콘서트 장소들을 둘러보다가 대전에서 열리는 걸 확인했다. 집 근처에서 SRT를 타고 가면 쉽게 갈 수 있었다. 남편에게 대전행을 선언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나의 당당한 선언에 남편은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아내의 원정 콘서트를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두 아이들과 함께.
대전행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했다. '혼자서? 콘서트를 보러 기차를 타고 대전에? 대단하다!' 대체로 이런 반응이었다. 나로서도 콘서트 때문에 혼자 기차를 타는 건 처음이었지만 사실 혼자 콘서트장에 가는 건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에 타인의 놀라운 반응에 그게 뭐 별거냐 하고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겸사겸사 자유 부인 하는 거지. 이참에 혼자서 기차 여행도 하고 얼마나 좋아." 마침 대전에 사는 대학 동기 언니와도 연락이 닿았고 언니는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며 대전역으로 나를 데리러 와서 밥도 사주고, 콘서트장까지 에스코트를 도왔다. 이쯤 되면 당일치기 여행 수준 아닌가?
앞서 언급했지만 나는 혼자서 콘서트를 종종 다녀왔다. 처음이 어렵지 해보고 나면 '별 거 아니네' 싶은 것들이 대다수다. 콘서트도 그랬다. 첫 혼콘은 2011년 김연우 콘서트인 걸로 기억한다. 콘서트 이름은 김연우의 '戀雨 속 연우'였는데, 콘서트 이름이 그래서였는지 그날따라 비가 세차게 내렸다.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로 비가 와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에 혼자 콘서트를 왔다는 사실조차 망각했다. 비에 젖은 옷을 다듬고 콘서트장으로 들어섰다. 꽤 앞자리였다. 그런데 그보다도 한 줄 앞에 있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내 옆자리가 일행의 자리인데 자기와 자리를 바꿔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더 좋은 자리였기에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혼콘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좌석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즘은 '피켓팅'이라고 불릴 만큼 티켓을 구하는 것이 피 튀기는 수준이라 연석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암표상들을 굳이 탓하지 않더라도 공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지인과 함께 하기 위해 좋은 자리를 포기할 것인가, 좋은 자리를 위해 그냥 혼자 갈 것인가. 나는 지난해 김동률 콘서트 예매에 성공했는데 이때는 왠지 남편과 함께 가고 싶었다. 아이를 낳고 둘이서 함께 콘서트를 즐긴 것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좋은 자리를 노리지 않고 2층 어딘가로 두 자리를 예매해 오랜만에 남편과 공연을 즐겼다.
요즘 내 주변에 혼콘을 즐기는 분이 또 하나 계신다. 바로 우리 엄마다. 평생 덕질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엄마가 요즘 한 젊은 트로트 가수에게 푹 빠졌다. 엄마는 처음에 아빠나 이모들과 함께 콘서트에 다녔다. 그러다 이제는 누구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도 귀찮아졌는지 혼자 갈 테니 표 한 장만 구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나는 열과 성을 다해 최대한 앞자리로 예매해 드렸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보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 자리 예매라면 이 정도 자리는 성공해야 한다는 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몇 번 혼자 콘서트를 즐긴 엄마는 그 가수의 팬이 아닌 사람과 앉아서 콘서트를 보느니 차라리 혼자 즐기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이해가 갔다. 내가 가자고 해서 간 콘서트를 함께 자리한 사람도 즐겨줬으면 좋겠는데, 마음에는 드는지, 혹시 공연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 나는 엄마를 위해 또 콘서트를 예매해 드렸다. 엄마는 올해는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다며 좋은 자리가 아니어도 되니 두 자리를 예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누구와 갈 거냐 물으니 그건 그때 가서 정해보겠다고 했다. 혼자 콘서트를 즐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혼자 즐기다 보면 또 누군가와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도 그랬고, 엄마도 그랬나 보다. 2층 가운데 자리로 두 자리를 예매해 드렸더니 우리 시어머니와 함께 가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지난 추석에 티브이로 그 가수님의 콘서트를 함께 시청하더니 콘서트도 같이 가고 싶으셨나 보다. 사돈지간에 콘서트라니, 쉽게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지만 두 분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셨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공연은 혼자 봐도 즐겁고, 함께 봐도 즐겁다. 어떤 날은 마음 편하게 혼자 보고 싶을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누군가와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다. 다만,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보고 싶은 공연을 못 보는 안타까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둘이서, 셋이서 공연을 보러 와서 함께 사진도 찍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조금 움츠러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혼자 온 사람이 꽤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혼자 가면 어떤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연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안고 온 사람들이니 나와 다르지 않다. 공연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조금 더 당당해지면 좋겠다. 당신의 혼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