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없는 사람

망설임과 고민으로 가득찬 사람의 자기 고백

by 카머

어렸을 때의 기억부터 나는 대체로 소극적인 아이였다.

성인이 된 후 10여 년 간은 상담을 받으며 나라는 사람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해보려 했으나,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제를 나아가, 내가 어디까지나 내가 원하는 나일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태생이 겁이 많고 뭔가를 함부로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로

평소 겁은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들을 돕는

토끼 모습의 슈퍼히어로를 그렸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내가

부끄러움이 많으면서도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큰

양면적인 모습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크면서는 이런 성향이 계속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의 기준이 항상 양측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굳이 나서지 않고, 선택하지 않는 것이 손해를 피하는 일이었다.

현재도 이런 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반되는 두 가지 속성이 내면에 존재한다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뚜렷하게 정의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내 안의 은밀한 욕망처럼

사람들 앞에 나서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내 상상 속에서처럼

사람들이 따분해하는 순간에 ‘토끼 히어로’처럼 번쩍 나서 놀라움과 재미를 주는

그런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용기를 내서 뭔가를 '정말' 행하지 않는 한 말이다.


주목 받고 싶으면서 그만한 용기나 자신감은 없는 데서 오는 공허한 마음의 한 구석은,

한두번 장기자랑이나 교실 앞에 나서는 경험을 한다고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만 봤을 때는 뭐 그다지 용기가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난 그런 순간마저도 내 바람만큼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장기자랑에서 마구잡이로 트로트를 부르며 사람들의 환호성을 사고,

흥이 나면 흥이 나는 대로 이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안 어딘가에 존재하는 거스를 수 없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런 건 부끄러운 일이고, 너는 할 수 없는 일이야'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절대로 할 수 없을 거라며 말이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자신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데에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자신이 없어 내려놓고 포기한다는 감각은

결국 나에게 떠올리는 매순간 수치심을 동반하는 아픈 기억으로 쌓이게 되었다.

이 수치심은 내가 스스로의 마음에 진실되게 응답하거나, 행동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누군가 나를 막거나, 비난하지 않았는데도

내 안의 갈등과 검열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직 내 안에서만 강하게 들끓었다 가라앉은 욕구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뼈아픈 감각이다.

스스로가 원하는 뭔가를 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은, 이런 마음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으로서,

뭔가를 내키는 대로 시도해보지 못했고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안한 것도 아니면서 이런 좌절감에 취해있는

배부르고 한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자기 연민이라고 쉽게 일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솔직하게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었다.

내가 이런 자기 연민 같은 감정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향해 실제로 나아가고 배우면서

그 모든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을 것이라는 데서 오는 패배감을,

각자의 욕구에 충실하며 자신의 것을 쌓아나가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말이다.


30년 정도가 지나서야 이런 부분에 직면하며 나를 돌아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남들과 공감하고 연결되고 싶다는 점이다.

이런 좌절감까지도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싶은 걸 보면

나는 꼼짝 없이 뭔가를 쓰고 남겨야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쓰는 것도 엄두가 안나 피하고 외면해 왔지만,

이 공간을 통해 내가 가진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털어내보려고 한다.


그 안에서 나는 자유롭고, 솔직해지고 싶다.

무엇도 숨기지 않은 채 나로 존재하고 싶다.

나를 스쳐가는 감각과, 생각, 이야기들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