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비혼주의자가 아닌데 늦게까지 독신인 사람들 대다수의 특징:(전부라고는 안 함) 외롭고 혼자인 건 싫다. 그런데 상대한테 내가 맞추는 것도 싫다. 요컨대 상대에게 내 고집 내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린다, 이건데. 이러면 아무도 못 만날 거다 너 결국 혼자 산다 네 뜻 꺾어라 뭐 이렇게 말하면 편한 결론이긴 하지만(그리고 꼰대스러운 결론) 사실 그렇지 않다. 내 뜻 다 관철시켜 가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살 방법은 있다.
돈 주고 가정부/집사 고용하기.
뭣이??? 하고 팔팔 뛰며 화낼 결론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꽤 합리적인 방법이다. 돈많은 남자가/왕이/ 재벌회장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의 수행원 간병인/ 가정부 를 반려자로 택하는 경로를 잘 생각해보라고. 아무리 돈 때문이라고는 하나 절대적으로 내게 복종해주는 존재는 복종의 대가를 내가 돈으로 지급해주는 그 존재 뿐이라고. 같이 살기로 합의본 후에 살아나가면서 섹스라던지 라이프 패턴이라던지 하는 여러 가지 디테일을 둘이 잘 합의하면, 돈에 의한 주종 관계라 해도 어쨌든 솔로탈출은 가능하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은 결혼이 비즈니스 맞다. 이래도저래도 돈은 있어야......
하지만 돈이 없다면, 돈 대신 “내가 꺾일 각오”를 하는 게 결혼이다.
그리고“나는 꺾였는데 상대가 함께 꺾여주지 않으면” 그 결혼은 오래 못 간다. 일방적인 희생으로만 이루어지는 관계는 결국, 연애든 결혼이든 길게 갈 수 없다는 건 매우몹시베리레알 클리셰 아닌가.
사진은 역전우동 마라우볶이인데, 맛있어 보였고 실제로도 맛이 있었지만 도저히 감당 안 되는 매운맛이라 결국 포기했다. 마치 결혼의 매운맛과도 같은 맛
여기서 내 얘기 초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서둘러서 일찍 결혼한 이유는, 그 당시 전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까,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이 내게 없었다. 자세한 얘기는 여전히 밝히기 힘들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한/든든한 부모를 갖지 못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자들이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을 때 택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없다. 거의 없다. 오늘날 여자들의 현실. 20년 전과 많이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