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34. 함세복
아마도, 5분만 더 늦게 도착했다면, 수연을 뒤쫓지 못했을 것이다.
쓰러져 있는 용태를 발견한 순간, 내가 늦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물론 늦기는 했지만,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니었다. 수연을 끌고 가는 강태석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그렇게 신속히 뒤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강태석에게 끌려가기 전, 수연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고개를 돌린 순간 눈을 감고 뒤로 꼬꾸라지는 그애의 모습었다. 순간 그애를 향해 튀어나갈 뻔했지만, 머리끝까지 자제력을 끌어올려 참았다. 여기는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 괴물을 처치하기에는, 그렇게 눈부신 백주대낮의 대로변이 그리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어찌된 셈인지, 영민이 녀석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뛰쳐나온 이후, 무섭도록 냉철한 이성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영민이 녀석이 내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잊혀질 성격의 사고가 아니라는 것쯤은 나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강태석은 내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걸 알았겠지만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헬맷을 쓰고 있었으니, 영민이 자식의 똘마니 중 하나 정도로 추측하고 그러려니 했을 터이다. 그는 수연을 손에 넣었고, 그애를 손에 넣은 이상 그에게 있어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필이면 영민이 녀석과 내가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고 있는 곳으로 강태석의 차가 진입했을 때 나는 속으로 옳다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그때까지만이었다. 강태석의 차는 내가 한번도 들어선 적이 없는 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일대를 다 뒤지는 데 서너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거의 발안을 벗어나 남양 쪽으로 향하는 어느 외진 길목의 어느 경사진 비탈길에서 강태석의 차를 발견했다. 차에서 사오십 미터쯤 더 올라간 가파른 오르막길에, 어째서 이런 곳에 있나 싶을 정도로 작지만 말끔한 단층주택 하나가 눈에 띄었다.
눈에 띄지 않는 풀숲에 오복이를 숨긴 나는 걸어서 비탈길을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