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35. 박영민
용태 녀석이 강태석에게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내가 늦어도 한참 늦었음을 깨달았다. 세복이 녀석이 강태석을 뒤쫓아갔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녀석이 휴대폰을 받지 않으리라는 것도 당연히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유수연을 데리고 도망치는 그 와중에, 용케도 강태석은 남양의 병원에 들러 실신한 유수연을 의사에게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3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진찰을 하고, 포도당과 영양제를 처방한 의사는 중해방 조직원들의 주치의인 동시에 중해방의 연락책 중 하나였다.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한때 중해방에 몸담았던 강태석이 수연을 믿고 보일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그가 마음놓고 이용할 곳이라고는 과거 몸담았던 조직에 속한 기관들뿐이었다. 아마 내게 연락이 들어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따돌리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들렀던 모양이다.
꽤나 다급했을 상황에서, 그 와중에 병원을 들렀다는 건, 강태석에게도 그만큼 유수연이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까. 마음이 착잡해졌지만 착잡해하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완전히 오리무중이 된 세복이의 행방과, 수연을 끌고 도망친 강태석을 동시에 뒤쫓아야 했기 때문이다.
-영민, 아니지. 보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중해방 소속의 의사의 목소리에서 난감해하는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 아가씨, 브래지어 안에 권총을 숨기고 있던데. 일단 모른 척했습니다. 잘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