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37. 박영민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총소리가 났다 해도 들렸을 리 없지만, 내가 유수연에게 준 총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튜닝을 한 권총이었다.
설령 유수연이 강태석에게 끌려간다 한들, 그리고 결국 그 총이 누구를 죽이게 된다고 한들 나로서는 손해볼 것 없는 결말이었다. 유수연이 죽으면 나로부터 세복이를 빼앗아간 존재가 죽는 셈이고, 강태석이 죽으면 USB를 되찾을 수 있으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말이다.
내 계산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세복이 녀석이 수연을 기어이 찾아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찾아낸 강태석의 시신 곁에서 세복이의 휴대폰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만 주저앉아 소리내어 통곡하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아니 참아야 했다.
담치 형과 상덕 아재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나는 세복이의 휴대폰과 강태석의 방에서 찾아낸 그의 쟈켓을 들고 발안으로 돌아왔다.
강태석이 즐겨 입던 쟈켓 안쪽에 비밀 호주머니가 덧대어 꿰매어져 있었다. 안에서 USB의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바로 내가 찾던 그 USB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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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나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결정적인, 그야말로 궁극의 바보짓을 하고 말았다.
다름아닌 세복이의 휴대폰 전원을 켠 것이었다.
그 많고 많은 발신메세지와, 몇 안 되는 수신메세지 중 수연이 남긴 메시지는 하나도 없었다. 도로 휴대폰 전원을 끄려던 찰나, 미확인 음성메시지를 알리는 알림이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유수연이 보낸 메시지였다.
나, 지금 너한테 갈 거야. 많이 보고 싶어. 꼭 할 말이 있어. 기다려 줘
유수연과의 싸움에서, 내가 완벽하게 졌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