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팩 더블 38)

Original

by Kalsavina

38. 유수연



세복이의 뒷자리에 앉아 오복이를 타고, 얼마나 오랫동안 밤길을 달렸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게 꿈이라면, 현실이 아니고 꿈이라면, 깨어나지 않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달리던 어느 순간, 오복이의 속력이 줄어들었다.

마침내 오복이가 멈춰섰다.

저만치에서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아닌, 우리가 성모 마리아 앞에 서서, 우리의 소원을 간절히 기원했던 그 폐성당이 멀리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결국 돌고 돌아 이곳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약한 불빛이 어른거리는 가로등 아래에서, 거의 한 달 만에 나는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세복이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귀를 울리는 이명과 쑤시는 발목의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동안, 강태석이 죽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꿈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 되어 내 앞에 이르렀다.

강태석이 죽었다.

강태석이 죽었다.

더 이상 그에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

“강태석이 죽었어.”

나는 몇 번이나 그 말을 소리내어 되풀이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 입으로 말하지 않고는, 그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러면서, 내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나는 웃어댔다.

“강태석이 죽었어! 아하하하하......그 개자식이 죽었어. 나는 자유야. 나는 자유라고. 아, 못 믿겠어. 내가......”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깔깔대던 어느 순간, 세복이의 얼굴이, 그애의 왼쪽 눈가를 가로지르는 그 흉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애가 내 뺨을 잡고 내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그 눈빛을, 치명상을 입은 들개에게서나 볼 법한 그 피폐해진 눈빛을 볼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애는 억지로 내 뺨을 잡고 내 얼굴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눈 떠 봐.”

세복의 낮은 목소리가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처럼 울렸다. 발안의 바람 소리. 관자놀이가 쨍하니 아파오면서 순간 이명이 거세어졌다.

“나 고막이 나갔나 봐. 네 목소리, 멀리서 들려. 이렇게 내 옆에 있는데, 네 목소리는, 아직도.”

이명이 들리는 귀로 손을 가져가려 했지만, 내가 잡은 것은 내 뺨을 잡은 세복이의 손이었다.

“나쁜 계집애.”

세복이의 입술이 경련으로 뒤틀렸다.

“어떻게, 보름이 넘게, 한 번도, 단 한 번도, 문자 한 통 없이, 음성 하나 없이, 어떻게, 대체 어떻게.”

그애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세복이는 내가 남긴 마지막 음성메세지를 듣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서로에게 음성메세지 따위를 남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세복이의 어깨를, 원망과 분노로 떨고 있는 그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너한테 직접 해야 할 말이 있었어. 문자나 음성 말고."

나는 입술로 세복이의 귓바퀴를 더듬어 찾았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 꿈에서 그토록 원했던 그대로 간절하게 속삭였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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