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2 웨이크 업 23)

란의 여름

by Kalsavina

23. 유수연 (유영)




세복이가 이 시간에 와서 아키를 상대로 난동을 부릴 줄은 몰랐다. 덕분에 세복이가 아키를 위협하는 동안, 내내 술을 준비하는 바 안쪽 싱크대 아래 숨어 있어야 했다.

세복이가 그토록 중해방 조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줄도 몰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들은 박영민이 중해방 보스가 되기 이전부터 세복이와 박영민을 모두 알고 지내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반면, 내성적인 성격의 나에게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예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 더구나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학교 일진의 남자친구가 나를 보고 반하는 바람에 머리채를 잡혀 3학년 언니들의 교실에 끌려갔던 악몽같은 기억을 잊지 못한다. 덕분에 고등학교 3년 동안 내내 뿔테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다. 어쩌면 외모도 외모이거니와, 새침하고 사교적이지 못했던 내 성격 탓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하게 지냈던 몇몇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더러 있었다.

어찌됐건, 나는 말없이 일만 했고, 세복이는 말없이 술만 마셨다. 다행히 중해방 조직원들은 박영민이 있어서인지 더 이상 우리를 보고도 짓궂게 놀리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아마 아키를 위협하는 세복이를 보고 겁에 질려서, 더 이상 입을 함부로 놀리거나 무례한 행동을 했다가 벌어질 사태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중해방 조직원들이 흩어지고 나와 박영민 그리고 세복이와 담치 삼촌만이 남았다. 아키는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키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괜시리 마음이 불안해졌다.

마침내 우리끼리 남은 그 자리에서, 담치 삼촌은 세복이에 대한 서운함을 숨기지 못했다.

"너 임마 그러는 게 아니야. 아무리 영이, 아니 수연이가 그렇게 중요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 개자식한테 용태가 당해서 쓰러진 걸 보면서도 그쪽을 먼저 쫓아갈 수가 있냐? 용태가 빨리 병원에 옮겨졌길 망정이지, 만약 네가 용태 그렇게 본체만체해서 저 녀석 빨리 병원 못 가서 잘못되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그래서, 죽였잖아. "

"아, 그래서 죽였......뭐라고?"

이런 식으로 세복이가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강태석, 내가 죽였다고."

하얗게 질린 담치 삼촌의 얼굴이 박영민을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얼른 담치 삼촌 앞으로 가서 섰다.

"저예요. 제가 쏜 거예요. 세복이가 아니라고요."

"넌 빠져."

"진짜예요. 세복이가 아니에요!"

"넌 빠지라고!"

"둘 다 입닥쳐!"

박영민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가 화가 난 모습을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똑똑히 깨달았다.

세복이는 절대로 박영민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그 애를 절대로 놓아줄 리가 없었다. 그가 날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세복이 때문이었다. 세복이를 잃지 않기 위해, 나를 악착같이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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