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2 웨이크 업 24)

란의 여름

by Kalsavina

24. 박영민




나는 세복이를 데리고 지하 창고로 내려왔다.

녀석의 표정은 몹시 무심했다. 더 이상 나에 대한 분노조차 남지 않은 걸까. 있는 힘껏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대체 담치 형한테 그런 말을 왜 해?"

"사실인데 뭘. 어쩔 거야. 신고할 테면 하라고 해. "

"야! 함세복!"

"시체 처리하느라 고생했다. 때가 되면 자수할 테니까, 너무 염려 마라."

눈을 내리깐 녀석의 표정을 보니,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다음 순간, 녀석이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냥, 수연이하고 조금만 더 같이 있을게. 적어도 경찰한테 들키기 전까지는, 같이 있겠다고. 그것만 부탁하자. 인간적으로."

하아, 진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칠 지경이다. 유수연 때문에 인생을 망칠 짓을 저질러놓고도 오로지 유수연이라니. 도대체 그 여자가 무슨 수로 이 야성적인 영혼을 이토록 옴죽달싹 못하게 사로잡았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유나 좀 알자. 너, 수연이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

그 순간, 잠깐이나마 우리는 과거의 친구였던 박영민과 함세복으로 돌아가 있었다.

세복이의 입술이 떨렸다. 무슨 말을 듣는다 한들 속이 편할 리 없다고 생각하자 차라리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내가 녀석을 데리고 다시 나가려던 참에 녀석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한테서는, 그런 거 느낀 적 없는데."

"......"

"걔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 지금도."

"........"

"나비 같아. 내 손에 아무리 쥐려고 해도, 팔랑팔랑 날아서 도망치는 나비 말이야."

너는 여자라고, 같은 여자한테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대체 어떡할 속셈이냐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건 정확한 질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담치 삼촌이 했던 말이 머리를 스쳤다.

-전투복이 왠지 남자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더라고.

몸은 여자지만, 세복이는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내 입에서 지금까지 나오리라고 생각한 적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수연이, 돌려보낼게. 네 집으로."

"......."

"이제 삼일에서 수연이를 납치하든 말든, 난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 그리고 앞으로는 너 못 도와줄 것 같으니까. 네 나비 데리고 알아서 잘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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