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2 웨이크 업 26)

란의 여름

by Kalsavina

26. 박영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만약, 그날 저녁 집에서 세복이의 저녁을 준비하던 수연이 인터폰으로 복면을 확인하고 놀라 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면 세복이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집 앞에서 복면을 봤어.

저녁 무렵, 전화를 걸어온 수연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나 또한 깜짝 놀랐다.

-세복이는? 집에 없어?

-오늘, 퇴근하면서 아지트에 들른다고 했어. 가져올 게 있다면서.

-뭐어? 아지트?

-왜 그래?

-그 자식 거기 가면 안 돼! 너 당장 전화해서 녀석보고 되돌아나오라고 해!

전화를 끊은 나는 당장 세복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전원이 꺼져 있었다. 아마도 오복이를 몰고 발안으로 한참 들어가고 있을 터였다.

그 곳에 얼마 전부터 수상한 놈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담치 형의 정보가 있었다. 세복이 혼자 그 곳에 들어갔다가는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 뻔했다.

나는 즉시 발안 일대의 조직원들을 모두 소집해 세복이의 아지트로 투입시키고, 나 자신도 바이크를 타고 발안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 시각에, 중해방 조직원들 일부가 발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 또한 모처럼 어머니가 계신 집에 들어와 몸져 누우신 어머니를 붙잡고 졸지에 동네 수재에서 조폭으로 한순간에 전락한 불효자식의 도리를 다하느라 꿇어 엎드려 용서를 빌던 참이었다. 그 말은, 내가 마침 발안에 와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발안이 아닌 오산이나 수원에 있었다면, 나는 절대로 그날 세복이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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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았지만,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오토바이로 달리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세복이는 휴대폰 전원이 배터리가 다 되어 꺼진 줄도 몰랐던 거다.

내가 도착했을 때, 녀석은 거의 열 명 가까이 되는 놈들을 상대로 단도를 꺼내들고 싸우고 있었다. 다행히 싸움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는 않은 듯했다. 내가 도착한 것과 거의 동시에 담치 형으로부터 곧 중해방 조직원들이 도착할 테니 잠시만 버티라는 문자가 들어왔다.

내가 나타나자 녀석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들끼리 눈짓을 하는 모양새를 보니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이 당황하는 동안, 나는 세복이를 향해 오는 도중에 정신없이 찾아 들고 온 각목을 던졌다.

"받아!"

각목을 받아 쥔 녀석은 손에 쥐었던 단도를 입에 물고는 민첩하게 각목으로 녀석들을 후려치며 날래게 싸웠다. 얼결에 녀석과 함께 거의 몇 놈을 상대하며 싸우는 동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그렇게 우리를 필사적으로 상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뭐랄까. 마음놓고 해치지 못하고 눈치만 보며 어정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덤볐는지, 아니면 내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상대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중해방 조직원들이 들이닥쳤고 그들은 예상대로 부리나케 도망쳤다. 공장 뒤에 차를 숨겨 놓은 줄은 또 몰랐다. 추격하려는 중해방 조직원들을 저지한 건 당연히 보스인 나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보스?"

"도망쳤어. 녀석들, 나를 아는 놈들인 것 같아."

"아아, 그냥 도망치게 두면 안 되는 건데. 전투복, 괜찮아?"

"그럭저럭."

이렇게 된 이상, 모두를 데리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싱겁기는 했지만, 일단 세복이가 무사하다는 것만이 나로서는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그들은 중해방과 싸웠다가는 섣불리 정체가 탄로날 것이 두려워 뺑소니를 친 게 분명했다.

세복이 앞에 닥친 신변의 위협이 이제는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녀석이 나를 거부하고 있었다. 말없이 오복이를 타고 내려가는 녀석의 모습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녀석에게 수연을 돌려보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수연이 적시에 전화를 주지 않았다면, 녀석이 멋모르고 간 아지트에서 어떤 일을 당했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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