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13. 함세복
방송국에 찾아가서 난동이라도 피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체 그 빌어먹을 영상을 뭐하자고 9시 뉴스 따위에 내보내냔 말이다.
수연이 받은 충격은 예상 외로 심각했다. 잠깐이지만 이러다가 혹시나 수연이 기절해서 못 깨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 식은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다행히 수연은 기절하지 않았고 따라서 혼수상태에 빠지지도 않았다.
"진정해, 나 안 죽었으니까 진정하라고. 제발. 응?"
수연의 입을 막고 그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시간 이후로, 계속 넋나간 사람처럼 굴었다.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이 늦었고,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자잘한 집안일을 하다가도 멍청히 한 곳을 응시하다가 깜짝 놀라 허둥지둥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일쑤였다.
수연의 노래(교성 말고 진짜 노래 말이다)를 다시 듣고 싶었는데, 이래 가지고서야 노래는 고사하고 그렇쟎아도 건강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애가 몸져 누울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할 판이었다.
그래서, 내 생일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 그날도 다른 일(물론 퀵 배달 서비스는 그만두었다)을 하러 나갔다가 늦게 들어왔는데, 아무리 늦어도 그 시간에는 들어와 있어야 할 수연이 없었다. 대신 냉장고에 부자연스럽게 커다란 핑크색 하트 모양의 쪽지 한 장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
어이 전투복 심심하다. 우리 또 놀자.
음 이번엔 뭘 하고 노느냐면, 조폭 마누라 납치하기
박영민하고 유수연 내일 결혼한단다.
이거 청첩장이야. 뒷면에 시간 장소 적혀 있다.
늦지 않게 납치하러 와라. 늦으면 너 낙동강 오리알 된다.
추신: 턱시도 입지 말고 와라. 납치범은 그거 안 입는다더라.
"하!"
미치겠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내가 심심할 판이냐 놀아줄 판이냐. 남의 애인 빼돌리고 뭐하자는 짓들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어찌됐건, 그런 이유로 내 나비는 오늘 집에 없었다. 그건, 결국 오늘 밤에는 혼자 자야 한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