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12)

란의 폭주

by Kalsavina

12. 유수연




"내일이 전투복 생일인데."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정아와 용태, 담치 삼촌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제서야 내가, 실로 오랫만에 웨이크 업에 놀러 와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중 하나인, 담치 삼촌의 전매특허인 싱가폴 슬링이 눈 앞에서 잔에 담겨 찰랑거리고 있었다.

"수연 언니, 그때 그 일로 너무 놀라서 혼이 다 빠졌나 봐요."

"당연하지. 혼이 안 빠지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게 어디 보통 사건이야? 전투복이니까 가능했던 거지. 보통 사람 같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당했을 거야."

사실이었다.

9시 뉴스에서 본 용서고속도로의 추격전 영상에서, 트럭 사이를 빠져나가는 오복이를 목격한 순간 나는 넋이 빠졌다. 나중에 세복이가 한 말에 따르면, 내가 너무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대서 한참이나 내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날 똑똑히 깨닫고 말았다.

내 목숨이 순전히 누구의 손에 달려 있는지를.

함세복이 죽으면, 나도 죽은 목숨이었다. 단순히 생계를 책임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내 목숨 이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날 밤, 나는 밤을 새워야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내게서 편안한 잠이라는 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

"정신차리고 우리 얘기 좀 들어봐요. 우리, 전투복 언니한테 선물 하나 하려고 하는데."

정아가 신이 나서 내게 말해왔다.

"영민 오빠한테 얘기했는데, 기꺼이 협조한대요."

"무슨 선물이기에 영민이까지 동원해야 하는 거야?"

"결혼식요."

"결혼식?"

"수연이 언니랑 영민이 오빠, 결혼식 올리는 거예요."

한순간 머리가 멍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가 꿈을 꾸고 있나? 그러자 담치 삼촌이 콧수염을 매만지며 씽긋 웃어 보였다.

"유수연 양과 박영민 군의 결혼식에, 전투복이 나타나는 거지. 그리고 아름다운 수연 양을 홀랑 납치해 달아나는 거야."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었어요. 지난 번에 언니가, 꼭 입어보고 싶다면서 나한테 보여준 사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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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었지만, 그 웨딩드레스가 눈 앞에 당도해 있었다.

정아의 친구 중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친구가 있었고, 정아는 내가 찍은 사진을 그 친구에게 보였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본 친구가 똑같은 드레스 샘플을 제작해 주었다는 것이다.

"단, 이건 디자인 도용이니까. 언니 혼자만 입고 간직해야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거나 사진 찍게 하거나 하지 말고요."

웨딩드레스를 입혀주는 동안 옆에서 도와주면서 정아가 말했다.

길이가 짧아서 치마가 발목 위로 딸랑하게 올라붙었지만, 오히려 오복이를 탈 때는 편리할 것 같았다. 면사포는 없었고, 머리 뒤로 쓰는 베일 또한 오복이를 고려해서 특별히 짧게 제작했다.

"이거, 담치 삼촌 아이디어예요. 담치 삼촌, 전투복 언니가 수연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특별히 한 번만 이벤트 열어주자고 보스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성사된 거예요."

"그런데 말이야."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아니 두 가지다.

"영민이가 순순히 신랑 역을 하겠다고 허락을 했어? 그리고 너, 괜찮아? 너 영민이 좋아하잖아."

정아는 씁쓸히 웃었다.

"어차피 영민 오빠 머릿속은 전투복 언니 한 사람뿐인걸요. 내가 두 사람을 언제적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그리고는 잠시 후, 더 씁쓸한 어조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떨 땐, 수연언니가 있다는 게 고마울 때가 있어요. 아마 전투복 언니마저 영민 오빠를 좋아했다면, 아마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수연언니가 있어서 전투복 언니가 언니한테 신경쓰느라 영민 오빠는 뒷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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