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11. 박영민
세복이 녀석은 또 경찰서로 불려갔고,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경찰서로 쫓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분뿐인 보호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약혼자 신분으로서였다. 경찰은 용서고속도로에서 벌어진 한밤의 추격전이 담긴 영상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그 영상을 본 나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 없이, 그것은 세복이를 작정하고 해칠 계획으로 따라붙은 두 대의 바이크였다. 세복이가 두 대의 트럭 사이로 거의 곡예에 가까운 묘기를 부려 오복이를 몰아 빠져나가지 못했다면, 용서고속도로를 빠져나오기 전에 그 놈들의 손에 당했을 확률이 거의 99프로였다. 참고로, 그 놈들은 오복이를 치기 위해 무리하게 속력을 내다가 나란히 트럭과 충돌해 한 대는 30미터가 넘게 튕겨져나가고 다른 한대는 뒤로 미끄러져 뒤따라오던 차와 충돌했다. 한 놈은 즉사했고, 다른 한 놈은 중태였다.
"대단하십니다."
영상을 돌려보던 경찰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여자 맞아요? 이거 아무리 봐도 여자는 고사하고, 웬만한 남자도 못해낼 묘기인데. 혹시 약혼녀 분 직업이 스턴트맨 아니 스턴트 우먼입니까?"
사람이 죽을 뻔한 마당에 그런 농담이 나오냐고 묻고 싶었다.
나는 경찰서에서 그 영상을 확인했지만, 수연은 집에서 9시 뉴스로 그 영상을 확인해야 했다. 충분히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수연은 언제 강태석의 시신이 발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혼자 있을 때면 거의 TV 채널을 뉴스 채널에 고정시켜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가 된 세복이의 용서 고속도로에서의 아찔한 추격신이 뉴스 화면으로 나오는 순간, 그녀는 늘상 타곤 했던 오복이와 그 오복이를 탄 세복이를 알아보고는 집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다.
하필이면 세복이와 같이 있었을 때였다.
세복이와 내가 경찰서로 출두한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그러니까 그 사고영상을 나보다 수연이 먼저 확인한 셈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터진 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뉴스였다.
함씨 가문의 200억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녀를 노리는 암흑의 세력에 대한 뉴스가 아주 그럴듯하게 날조되어 TV 가십란에 보도되었다. 어디까지나 상속권자 중 하나일 뿐 상속녀로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기사가 보도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세복이가 가는 곳마다 기자들이 진을 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세복이는 검은 옷으로 중무장하고 선글러스를 껴야 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이 수군거렸다.
"상속녀라 하지 않았어? 저 사람은 남자잖아?"
"여자 같은데요. 그냥 남자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세복이를 겨냥하고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화가 치밀었다.
알지도 못하는 상속자를 위해 세복이를 총알받이로 세운, 죽은 함칠성 어르신을 두 번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였다.
이건 전쟁이다.
200억을 포기해서 세복이를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이건 얘기가 다르다. 그들은 200억에 덧붙여 세복이의 목숨을 덤으로 가져갈 요량이다.
김재경.
유언장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함씨 집안의 의문의 상속자.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철저하게 변호사를 통해서만 모든 법적인 절차를 처리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자만 없으면, 모든 유산은 세복이에게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들은 바로 그 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후환을 없애자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김재경을 찾아내서 죽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