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17)

란의 폭주

by Kalsavina

17. 박영민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단 하루의 완벽한 행복을 선사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인규 형에게 준 돈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리고, 돈은 정직하다.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댓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인규 형은 내가 준 돈에 대한 충분한 댓가를 지불했다.

다름아닌 아키와 삼일의 보스 간에 오고 간 대화 내용을 녹음한 녹음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 녹음기에는 어째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삼일의 보스의 목소리는 녹음이 되어 있지 않았고, 다만 울부짖는 아키의 목소리만이 녹음되어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보스의 목소리를 작정하고 편집한 녹음기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나마도 손에 넣은 것이 천운이었다.

문제의 녹음기를 재생하기 위해 밤까지 기다렸다. 완벽하게 혼자가 되지 않고서는 그 녹음기를 재생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내가 그만큼 함세복만은 그냥 두라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왜 그랬냐고요. 왜! 도대체 이유가 뭐예요!


녹음기를 재생했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격분해서 울부짖는 아키의 목소리였다.


-그 여자는 어차피 상속권 따위 없어요. 물 건너갔다고요! 굳이 죽여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아키의 목소리 사이에 꽤 긴 간격이 뜨는 것은, 아마도 지워진 삼일의 보스의 음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참의 지직거리는 잡음 이후 다시 아키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요. 약은 계속 댈 테니까. 함세복은 죽이지 말라고요. 네?


함세복을 죽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아키는 의외로 간절하게 세복이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돈이든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세복이 누나는 그냥 놔둬요.


세복이 누나?

이 의아한 호칭에 대한 의문은 곧 풀렸다. 언젠가 웨이크 업에서 나의 장난으로 인해 둘이 험악한 분위기에서 마주쳤을 때 아키는 서슴없이 세복이를 누나라고 불렀었다. 웨이크 업의 지하 창고에서 수연에게 추궁을 당할 때도 녀석은 세복이를 두고 세복이 누나라는 호칭을 썼다.

하지만, 삼일의 보스에게까지 세복이를 그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어쩐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삼일의 보스가 아키의 부탁을 들어 주었는지 어쨌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내가 녹음기를 확보한 다음날, 신문에 뜻밖에도 함씨 일족의 새 상속자에 관한 기사가 자세하게 실렸다.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세복이는 상속권자로서 세간의 표적이 될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궁리 끝에 담치 형과 나는 새 납치극을 계획했다. 그리고 세복이가 수연을 납치해 오복이를 탄 후 두 사람이 향하는 방향을 면밀하게 살폈다. 행여나 또 바이크가 따라붙는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때는 삼일과 전쟁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따라붙은 놈들을 반 조져놓을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들의 하루를 방해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였는지, 그들은 우리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다름아닌 볼품없고 쓸쓸한 우리의 고향, 발안이었다. 그 발안으로 향하는 오복이를 방해하는 바이크는, 천만다행히도 그날 하루만큼은 따라붙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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