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16. 유수연
완벽한 하루였다.
내 인생 전체와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완벽한 하루였다.
입고 싶었던 웨딩드레스를 입고, 세복이의 허리를 안고 오복이 뒷자리를 타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나왔다.
맹세코, 내 인생 전부와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 하루는, 내게 그토록 소중한 하루였다.
나로 하여금, 2년여 동안의 긴 지옥을 버텨내게 했던, 단 한 번의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하루였다.
"너 말이야."
언제나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으로 나를 보며 웃던 세복이가, 그날은 어쩐지 쩔쩔매는 표정으로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내 시선을 피하며.
"응?"
"오늘, 진짜 눈부시다."
"......."
"웃지 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예쁘면, 나보고 대체 어떡하라는 거냐?"
아마 그날, <you light up my life>와 <반지>를 불렀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산을 따라 갓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 보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평온함 속에서 행복해하는 세복이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수없이 많은 키스 가운데, 그애의 상처와 분노가 깃들지 않았던 키스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그러나 그날 우리가 나눈 키스는, 온전히 서로에 대한 따스함만으로 이루어진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였다.
강태석을 죽이고 도망치던 이 길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퍼부었던 잔인한 핏빛 키스를 몸서리치며 떠올린다. 그 키스에 몸을 내맡긴 채, 세복이가 그대로 나를 죽여주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신은 우리에게 단 한 번의 완벽한 하루를 허락했다.
우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웃었다. 내게 또 한번의 자유로운 호흡을 허락한 발안의 바람을 맞으며 나는 노래했고 세복이는 나의 노래를 들었다.
어느 순간, 세복이가 활짝 웃었다.
오래된 스냅 사진처럼, 내 가슴 속에 한 장의 사진이 되어 영원히 박혀 있을 그 모습으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세복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그 모습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