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15)

란의 폭주

by Kalsavina

15. 함세복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결혼식이라고는 TV에서나 구경했지 제대로 가 본 기억이 없어서였을까. 여자들이 하얀 드레스를 입으면 그토록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나는 이전에 결코 알지 못했다.

지체없이 수연을 납치해 달아날 생각이었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얼이 빠져서, 잠시 내가 해야 할 일이 뭐였는지 잊고 말았다. 수연이 사뿐사뿐 내 앞으로, 아니 나를 지나쳐 영민이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넋을 놓고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중해방 조직원들이 킥킥대며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와, 전투복 누나 완전 정신이 나갔어."

"아니, 진짜 저 사람이 그 용서 고속도로의 스턴트맨, 아니 스턴트우먼 맞아?"

보다 못해 영민이 녀석이 소리쳤다.

"너, 얘 납치 안 해가고 뭐하냐? 그냥 나랑 결혼하게 놔둘려고?"

아, 맞다. 납치.

나는 그제서야 수연의 손을 잡아끌었고 중해방 조직원들의 폭소 속에서 수연은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며 나와 함께 웨이크업을 뛰쳐나왔다. 웨이크업을 뛰쳐나오기 전, 내게 다가온 정아가 허겁지겁 내 손에 한 장의 사진을 쥐어 주었다.

"대체 누가 누구를 납치해 가는 건지 모르겠네."

담치 형의 빈정대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건 예정대로 흘러가는 운명이었을 뿐이다.



---------------

"이제, 어디로 가지?"

오복이 뒤에 수연을 태우고 수원을 빠져나온 후, 한적한 사거리의 교차로 옆에 잠시 오복이를 세우고 난감해하는 내게 수연이 대뜸 대답했다.

"발안."

"응?"

"발안. 네가 나 데리고 오산에서 발안으로 넘어가던 그 길 말이야."

"하고많은 데 다 놔두고 왜 하필 거기야?"

"나, 거기 말고는 가고 싶은 곳이 없어. 진짜야."

수연의 소원대로 오복이를 몰고 발안으로 향하면서, 나는 내심 또 나를 따라붙는 바이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그날 나의 바이크를 따라붙는 바이크는 없었다.

마침내, 우리가 약혼했던 그 신성한 폐성당이 보였다. 그리고 그 폐성당이 보이는 편의점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한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는 멈춰섰다.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오복이에게서 내리자마자 수연이 제일 처음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오늘이 내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럼, 이게 그 녀석들 나름의 생일 선물이었구나."

"응. 다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야."

수연이 먼 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다들 영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연이로 돌아온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고, 나 많이 걱정했었는데."

"왜 널 싫어하겠어. 그럴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모두가 영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수연은 베일을 벗었다. 쓸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발안이 좋아."

"이해가 안 되네. 이 허허벌판이 뭐가 좋다고."

"네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널 만난 곳이고. 물론 첫 만남은 여기가 아니었지만. 그래, 네가 처음으로 날 오복이에 태워 데려왔던 곳이기도 하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수연의 머리카락이 길었다면, 전처럼 수연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나부꼈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에 단발로 잘라버린 머리가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탓에 수연에게는 바람에 나부낄 머리가 없었다. 귀밑으로 흘러내린 곱슬거리는 머리카락만이 슬쩍슬쩍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네가 날 처음 여기로 데려왔던 그날, 태어나 처음으로 제대로, 자유롭게, 완벽하게 숨을 쉬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연은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째서인지 나를 좀 봐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나란히 오복이에 기대앉아 우리 앞에 펼쳐진 황량한 시골의 가을 정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놀랍게도 수연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한, 마법의 주문을 읊는 듯한 목소리로, 감미로운 멜로디를 담아서.

작가의 이전글원팩더블 3 헤리티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