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18)

란의 폭주

by Kalsavina

18. 함세복



그때는 몰랐다.

그토록 행복했던 단 하루의 짧은 여행 이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지옥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확히는 나 혼자만이 아무것도 몰랐던 거라고 생각한다. 수연은 어쩌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우리가 약혼식을 했던 폐성당으로 향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창문 또한 합판으로 막혀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불길한 징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연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수원으로 돌아왔을 때, 영민이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이 다시금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둘이 붙어 있는 게 과연 언제까지나 그애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아이라고.

-그애의 남편이 될 남자만큼 그애를 안전하게 보호할 사람이 있을까?

아, 미쳐버릴 것 같다.

이 행복을, 아무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며칠 전, 수연이 일하는 중해방 소속의 페이 바 클럽으로 수연을 찾아갔었다.

생각 같아서는 수연을 집에만 붙잡아두고 싶었지만, 수연이 원하지 않았다. 집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그 갑갑함을 잘 알기 때문에, 일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수연을 무리하게 말릴 수가 없었다.

그때 그 부탁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날, 영민이의 이종사촌 형의 친구라며 수연을 소개받은 그 의사 선생이 왜 자꾸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송선우.

안경을 벗은 수연의 모습을 봐 버렸지만, 수연이 안경을 끼고 있다 해서 그애의 미모를 몰라볼 만큼 눈썰미가 나쁜 남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으로 보였다. 나나 영민이 녀석이 속한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남자로 보였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영이었던 수연을 유혹한 아키를 떠올렸다. 아키 정도의 양아치 따위에게 수연을 빼앗길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저렇게 자신감에 넘치는 유능한 엘리트라면.

도저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도 내가 이길 자신이 없다. 내가 설령 200억 유산의 상속녀가 되어 그 돈을 다 내 수중에 넣는다 해도, 그 돈으로 남자의 성별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남자라고 다 같은 남자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송선우 같은 남자라면, 내가 과연 수연을 빼앗기지 않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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