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24. 박영민
세복이 녀석이 아키를 찾아갔다.
도대체 내가 수연에게 부탁했던 미션의 내용을 어디에서 어떻게 듣고 알아낸 것일까. 중해방 조직원 중 하나인 수족관 브라더스의 돌고래라는 녀석의 말에 따르면, 세복이는 내가 수연으로 하여금 아키가 삼일의 마약공급책이라는 증거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세복이 녀석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 정보 따위는 우습게 알아낼 수 있는 녀석이다. 중해방 조직원 중 어느 누구를 족쳐도 그 정도 정보쯤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십중팔구는 나 말고 유일하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수연의 동료 조매니저로부터 알아낸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내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여름 아키가 제멋대로 수연을 끌고 갔다가 돌려보낸 일을 두고 세복이 녀석이 언제든 아키를 족치겠다고 이를 갈고 있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대체 아키가 어떤 놈인 줄 알고 그 호랑이 소굴을 제 발로 걸어들어갔단 말인가.
아니나다를까.
세복이 녀석은 그날 밤, 수연이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단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는 녀석이다.
낮에는 어딜 가서 뭘 하며 싸돌아다니건, 밤에는 반드시 집으로 기어들어오는 녀석이었다. 잠자리가 수시로 바뀌는 걸 싫어해서, 딱 정해진 곳이 아닌 곳에서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아키의 집에서 밤을 샜단 말인가.
다음날, 초조해진 나는 직접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복이 들어왔어?"
"응. "
"언제?"
"거의 아침에."
"도대체 어디서 밤을 샜대?"
"아키의 집. 더 이상 자세한 건 말 안 하네. 지금 자고 있어."
"그러면 너, 로비로 잠깐 내려올 수 있겠어? 내가 지금 그리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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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과 세복이 사는 오피스텔의 로비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브런치 카페 등, 접선 장소로 과히 나쁘지 않은 몇몇 매장이 있었다.
수연이 많이 초췌해 보였다.
"대체 무슨 일 있었어?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세복이가 아무 이유 없이 아키를 찾아갈 리가 없었으며 또한 아키의 집에서 밤을 샜을 리도 없다. 수연은 잠시 후,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나한테 했던 부탁, 아키를 감시하고, 마약 공급책이라는 증거를 잡아달라는 부탁, 그걸 세복이가 알아 버렸어. 난 말을 안했는데."
"그건 나도 알아."
"그 일, 자기가 하겠다고 했어. 어제 저녁 퇴근 시간에 아키가 나타났는데, 아키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그대로 가 버리더라. 지금껏 그런 적 없었는데......"
수연의 얼굴에서 서운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확실히, 세복이 녀석의 행동이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유수연을 만난 이후로 녀석이 정상이었던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그 비정상의 차원을 또 한 차원 뛰어넘은 상식 밖의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