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26)

란의 폭주

by Kalsavina

26. 박영민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직 강태석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꾸준히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태석과 함께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유수연의 신상명세를 추적해 그녀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수연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 단, 세복이에게는 알리지 말아야 했다. 세복이한테 알렸다가는 자기가 뒤집어쓰겠다고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수연이었다. 형사가 취조를 올 테니 대비는 해 두라고 미리 일러 두긴 하겠지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결코 세복이를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이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 상황에서 송선우 선생, 선우 형이 나를 찾아왔다. 선우 형은 수연을 데려간 병원에서 세복이와 나눈 대화며 수연이 했던 말들을 낱낱이 내게 들려 주었다.

"아마 진심이 아닐 거야. "

다 듣고 난 나는 선우 형을 위로했다.

"수연이 걔가 그런 애 아닌데, 아마 세복이가 옆에 있어서 그랬을 거야. 그리고 정아한테 들었는데, 수연이한테 아무 언질도 주지 않고 무작정 급한 마음에 형한테 수연이랑 노래하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당연히 수연이는 오해를 했을 수 밖에."

"지금 그런 얘기 하자고 온 게 아니야."

"그러면?"

"걔가 사람을 죽였어? 유수연 말이야."

역시 직감이 날카로운 형이었다.

결국 나는 수연이 강태석을 죽였다고 말하고(사실이건 아니건), 그녀를 경찰의 갑작스러운 취조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없을지를 의논했다. 선우 형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

"걔, 알리바이가 필요한 날짜를 알려 줘. 그 날짜에 맞춰서, 그 애 병원 진료기록 만들어 볼 테니까. 걔가 그날 강태석에게 끌려가던 도중에 강태석이 병원에 들렀었다고 했지?"

"응."

"그 시간에, 유수연이 단독으로 우리 작은아버지 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을 만들면 돼. 그러면 완벽한 알리바이가 되지."

"할 수 있겠어? 괜찮겠어?"

"얘기 들어보니, 그 애가 너무 딱하다. 동정이라고 해도 괜찮아.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선우 형이 진심으로 수연을 좋아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하지만, 세복이가 그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마약까지 손대고 말리라고는, 그때는 정말이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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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근 형사입니다."

경찰수첩을 들어 수연에게 내보이는 장형사를 먼발치에서 보며, 나는 제발 세복이가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기만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수연의 얼굴이 창백해진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의외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수연은 생각보다 침착한 태도로 경찰을 대했다.

수연은 강태석에게 끌려갔던 사실을 시인했다. 그건 부인할 수 없었다. 목격자가 너무나도 많았고, 강태석이 유수연을 미친 듯이 찾아다녔던 사실을 경찰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가 차 안에서 실신해 버려서요."

"그래서요?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는 겁니까?"

"네."

"그 병원 어느 병원이에요?"

그때 선우 형이 허겁지겁 수연이 취조받던 홀로 들어섰다. 형사가 다시 수연에게 물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면서요? 그 병원 어딘지 대세요."

"저희 병원요."

형사는 갑자기 끼어든 선우 형을 마뜩찮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누구십니까?"

"얘 약혼자 되는 사람입니다. "

형사는 약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선우 형이 말을 이었다.

"그날, 그 강태석이란 작자가 실신한 제 약혼녀를 제가 있던 병원에 팽개치고 달아났거든요. 차를 주차장에 댄 게 아니라서, CCTV에는 안 찍혔을 거예요. 하지만 병원 진료 기록은 남아 있으니까, 아마 병원으로 와서 의뢰하시면 서류 떼가실 수 있을 겁니다. "

선우 형이 안경 너머로 형사를 노려보며 씽긋 웃는 것이 보였다.

"아니면, 제가 떼다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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