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30)

란의 폭주

by Kalsavina

30. 유수연




결국, 송선우 선생, 그러니까 닥터 송과 잠자리에 들어야 했던 이유는 요약하자면 두 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결국 성 상납이었다. 내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한 댓가라고나 할까. 물론 강태석의 시신이 발견되는 날에는 무용지물이 될 터였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는 형사들의 수사나 취조를 따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유용한 알리바이였다.

두번째 이유는, 아키가 지난 여름에 내게 들려준 조언의 진위 여부를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피부는 남자를 만족시키지만, 내 진짜 중요한 부분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그 조언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금만한 기회도 없었다.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나는 결혼식 축가 건에 대해 진심으로 닥터 송에게 사과했다.

"정아가 병원으로 뛰어가면서 제 이름을 거론한 줄 몰랐어요. 저는."

"나, 맨입으로 받는 사과는 별로인데."

닥터 송은 안경 너머로 선량하게 웃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복이처럼 나를 가슴 설레게 하거나 심장이 쿵쾅거리게 하거나 참을 수 없는 애절함으로 가슴을 쥐어짜게 하지 않지만. 그래도.

결혼은 아마 이런 사람하고 하는 게 맞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윤락가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이 나라의 현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내 처지에 이런 유능하고 집안 좋은 엘리트와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닥터 송이 순진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키의 말대로라면 내가 닥터 송과 잠자리를 갖는다면, 닥터 송은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을 거라는 게 아닌가.

"그러면, 제가 커피 사 드릴게요."

그날 나는 어쩔 수 없이 창녀가 된 기분으로, 닥터 송이 기거하는 아파트까지 따라가야 했다.

닥터 송과의 잠자리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단정짓기는 싫었지만, 강태석에게 일 년 넘게 변태 성행위를 강요당하는 동안 나는 남자라는 존재에게 그만 만정이 떨어져 버린 상태였다.

닥터 송이 나쁜 상대였다는 뜻은 아니다.

매우 부드럽고 다정하게 내 몸을 대해 주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그러나 일어나 앉아 담배를 피워 무는 그의 표정을 본 순간, 분명히 그의 얼굴을 스쳐간 허탈함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키의 말은, 사실이었다.

얼마 후, 닥터 송은 예정대로 이비인후과 의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페이 바 클럽으로 오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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