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29. 함세복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결말은 말이죠."
약에 취해 황홀경에 빠진 내 귀에, 하늘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으로 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는 영민이 형과 결혼하고, 수연이 누나는 그 송선우 선생하고 결혼하면 돼요. 내가 꽤 오래 지켜봤는데, 그 송선우라는 형, 수연이 누나한테 진심이던걸요."
잔인하다.
영민이 녀석도, 강태석도, 아키도 한결같이 나를 수연이로부터 갈라놓았었다.
하지만, 매번 굴하지 않고 내 품으로 수연을 찾아왔다.
한 번도 그 당위성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연이 날 사랑해주는 게 고마웠지만, 사랑해주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내 곁에 붙들어놓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않으면 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사실은, 그애가 날 사랑하지 않게 되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그걸 너무나도 두려워하고 있었으면서.
젠장.
그 결혼식 날, 나란히 사이좋게 축가를 부르던 송선우와 수연은 정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빌어먹을.
영민이 녀석을 필요로 했던 건, 오로지 녀석이 내 친구였을 때, 그때까지만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남자가 아니다.
물론 언젠가 수연이 얘기했던 대로, 남자의 능력과 수완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사랑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걸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이제 와서 박영민에게 되돌아간다는 게, 녀석과 전처럼 허물없는 사이로 돌아간다는 게 완벽하게 불가능해진 이유다.
그깟 껍데기뿐인 혼인신고 따위.
아, 미칠 지경이다.
왜 사람들이 이런 약을 필요로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수연의 피부를 잊게 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짓누르는 괴로움만은 잊게 한다.
차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말할 수 없이.